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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잎에 핀 잠자리의 사랑 .
ⓒ 손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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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상 다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이 드디어 나에게도 포착되었다. 이때의 흥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사진의 전문가도 아닌 내게 접사렌즈는 사치일 뿐이다. 더 가까이 접근하면 연못에 발이 빠질 위험도 있었으나,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마구마구 셔터를 눌러댔다. 이 녀석들, 놀라서 도망가지도 않는다. 소박하지만 내게는 기념할 만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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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잎에 핀 잠자리의 사랑 .
ⓒ 손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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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으로 유명한 부여 궁남지. 교과서에도 나오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그들의 이야기. 사랑이 생명이고, 생명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영원하고 생명도 영원하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은 위험한 사랑이었다. 사랑스러운 적과의 동침 혹은 적과의 사랑스러운 동침. 사랑은 신파적이고 유치하다. 문제는 신파적이고 유치한 사랑을 우리가 꿈꾸고 원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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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하늘 아래 궁남지는 뜨겁고 푸르렀다 .
ⓒ 손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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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날이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그래도 푸른 하늘 아래 뭉게뭉게 구름은 피어나고 간간히 바람은 산들산들 불어온다. 잠자리처럼 연잎 그늘에 숨어 뜨겁게 사랑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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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가 폭염의 무더위를 적시고 있다 .
ⓒ 손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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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구치다가도 결국 내려올 수밖에 없는 것이 물이다. 모든 것을 감싸고 적셔준다. 뭇생명을 살리면서도 정작 자신은 생명이 없다고 인간들에게 가혹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물은 사랑이다.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없듯 물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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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곧 열릴 것 같은 연꽃 봉오리 .
ⓒ 손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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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시가 있는 화려한 장미보다 소박한 고귀함을 간직한 연꽃이 좋다. 진한 향기로 정신을 아찔하게 하는 현란함보다 은은히 내음으로 마음을 갈무리하게 하는 은근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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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개한 백수련이 수수하다, 어머님처럼 .
ⓒ 손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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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연꽃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소박하고 순박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인고의 세월 속에서 보살처럼 피어나는 꽃. 그 이름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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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은 그냥 피는 것이 아니다 .
ⓒ 손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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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의 연꽃이 자생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꽃 피기 어려운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스스로 혼자서 살려 하지 말라. 혼자서 살 수 있는 생명은 없다. 우리는 모두 관계되어 있기에, 서로를 도울 수밖에 없다.


태그:#궁남지, #부여,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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