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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해 백골OP에서 최전방을 둘러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해 백골OP에서 최전방을 둘러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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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경북 구미를 지역구로 하는 심학봉 의원에게 전화를 걸자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멜로디의 핸드폰 컬러링이 울려 퍼졌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옆에 있던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한 인턴기자는 "(심 의원이) 뭐라고 할지 뻔하다"고 했다. 기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꼭 직접 대답을 듣고 싶었다. 지난 3일간 기자는 심 의원에게 총 8번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끝내 심 의원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기자는 또 한 명의 인턴기자와 함께 지난 20일부터 23일(일요일 제외)까지 3일간 새누리당 전체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우리는 그들에게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예비후보(이하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찬성 반, 침묵 반 새누리당 의원들... "답하기 곤란하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 퇴근하기까지 우리 두 인턴기자는 전화통만 붙잡았다. 첫날 기자는 핸드폰으로 통화했는데 그날 이달의 무료통화 300분을 다 써버렸다. 내 동기 인턴기자는 통화를 너무 많이 해서 결국 목소리가 쉬었다. 

하지만 그렇게 고생해서 작성한 우리들의 기사는 이른바 '킬(출고 불가)' 당했다. 선배기자는 "무응답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3일간 123명 의원의 66.6%에 해당하는 82명과 통화했다. 그 중 "노코멘트"라거나 "말하기 곤란하다"는 무응답이 40명이었고, 42명의 의원만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무응답 비율이 49%이나 된 것이다.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 당의 중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도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그 '무응답'의 백미는 '한미FTA의 주역' 김종훈 의원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김종훈 의원은 "정확히 어떤 발언이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기자는 "어떤 기자의 질문에 박 후보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기자는 당황했다. 그 말이 마치 보통명사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류성걸 의원은 "제 나름대로의 생각은 갖고 있지만 개인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기자는 그를 '무응답자'로 분류했다. 류 의원 이외에도 김성찬 의원이 "개인 의견을 밝히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한때 '친박 실세'로 불렸던 유승민 의원도 "말하기 곤란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종진, 홍일표 의원 등도 "곤란하다"고 답했다.

맥 빠지는 일이었다. "의견 없다"는 말 한마디 들으려고 인턴기자 두 명이서 의원당 평균 8~9차례 전화를 건 셈이었다. 답답해서 의원실에 연락해 의원님이 어디 계신지를 묻기도 했다. 의원실에서 얻은 번호로 수행비서관에게 전화해도 별 소득이 없었다.

답변한 의원들 입 모아 "역사적으로 5·16 필요"

심 의원의 <새마을노래> 컬러링을 듣고 '해보나마나'라고 한 동기의 예언은 적중했다. 이 설문조사로 우리는 새누리당의 결속력, 균질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견을 말한 42명의 의원 중 41명이 박근혜 의원의 5·16 관련 발언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었다. 백분율로 따지면 97.6%이다.

찬성한다는 의원들의 이유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5·16이 필요했기 때문에', '딸 입장에서 아버지를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등이다.

'역사적으로 필요했다'는 의원이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안덕수 의원은 "긍정적이다"며 "쿠데타냐 혁명이냐를 떠나서 5·16혁명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 상황에 대해 국민이 이해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태흠 의원도 "당당하고 올바른 발언이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반대하는 사람은 있지만 혁명이다 쿠데타냐를 떠나서 5·16은 시대와 국가를 위해서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부녀관계니까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10명이었다. 김희국 의원은 "그 분으로서는 당연한 얘기다"며 "동양고전에서 아버지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동완 의원도 "자기 아버지라 그렇게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극적이나마 쿠데타임을 인정하면서도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원이 5명이었다. 홍문표 의원은 "개인적으로 '최선'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며 "당시 국가적인 상황으로 봐서는 '어쩔 수 없었다'까지는 인정하지만 쿠데타가 최선이라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형식적으로는 쿠데타가 맞다"고 했으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5명의 의원은 박 후보의 발언을 "적절하다"면서도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이장우 의원은 "역사적 잣대를 지금 평가하는 게 옳지 않다"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도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얼마나 옳은지, 의원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박 후보의 5·16발언에 찬성한 41명 전원이 "(박 후보의) '5·16발언'이 대선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새누리당 의원들은 5·16은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박 후보가 '5·16발언'을 해도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박근혜 '5·16발언' 대선에 큰 영향 없을 것"

남경필 의원과 더불어 대표적인 '쇄신파' 의원으로 손꼽히는 김용태 의원만이 (박 후보의 발언에) 반대했다. 김 의원은 기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쿠데타 맞죠"라며 "(박 후보가) 사실 관계를 잘못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잘못했다고 지적한 김 의원마저 "(박 후보의) 대선행보에 (그 발언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역사의식은 기자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과 차이가 있다. 중·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에는 '5·16 군사정변'이라고 되어있다. 선글라스를 낀 박정희 소장 좌우로 군인들이 허리에 손을 짚고 서 있는 위압감 있는 사진도 기억난다.

결코 정당화 할 수 없는 5·16 쿠데타를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최선의 선택'이라고 옹호하고, 그의 주변을 둘러싼 국회의원들은 똘똘 뭉쳐 다시 그를 옹호한다. 실제 박 후보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었고, 향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이들이 차기 정권을 잡는다면 또 다른 '최선의 선택'이 없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김혜란, 이규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1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박근혜, #박정희,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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