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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후손들의 주거와 관서(官署)를 겸한 공부(孔府). 공부의 저택과 관아를 가르는 경계에 벽화로 놓인 계탐도.
 공자 후손들의 주거와 관서(官署)를 겸한 공부(孔府). 공부의 저택과 관아를 가르는 경계에 벽화로 놓인 계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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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푸(曲阜)

산둥성(山东省)에 우뚝한, 중국인들이 가장 성스럽게 여겼던 타이산(泰山)의 도시 타이안(泰安)에서 남쪽으로 80여 km를 내려가면 오직 한 인물을 찾으려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취푸(曲阜·곡부)입니다. 춘추시대 제후국인 노(鲁)의 수도였던 곳으로 그 때 그 도시에 태어나고 치열하게 사시고 그 도시에서 돌아가신 분, 바로 공자입니다. 위대한 사상가이자 교육가이기도 한 공자의 향기에 취한 동서양의 사람들은 기꺼이 이 도시로 발걸음 하는 희생을 감수합니다. 이 도시에서는 공자의 사당인 공묘(孔廟)와 공자 후손들의 주거와 관서를 겸한 공부(孔府), 공자와 그 후손들의 묘지인 공림(孔林)이 그 순례자들을 맞습니다.

중국의 역대황제들도 앞 다투어 공자의 사상을 그들의 통치덕목으로 삼았고 그에게 존경을 받치는데 재물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공자의 유적 군들은 역대황제들의 보호와 희사로 황제의 그것이 부럽지 않은 모습이 되었으며 1994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인류가 함께 보호해야할 유산이 되었습니다.

공부(孔府)

공묘의 동쪽에 위치한, 공자직계장손의 저택이며 공무장소였던 공부(孔府)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귀족 세가로 황제의 궁실에 버금가는 규모와 화려한 장식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대지면적이 12만㎡로 남북의 길이가 2km이며 방의 수가 560칸에 달합니다.

기원전 195년 한나라 고조 유방황제가 공자 9대 자손에게 첫 번째 벼슬을 내린 이후로 그 벼슬은 세습되다시피 했습니다. 송(宋)나라 인종(仁宗)이 공자의 46대손을 '연성공(衍圣公)'으로 봉하면서 이때부터 이곳이 '연성공부(衍圣公府)'로 불렸습니다. 크게 세 영역으로 구분되어있으며 앞은 관아고 뒤쪽은 저택입니다.

공부의 배치도
 공부의 배치도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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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贪)

저택에서 관아로 가는 길목에 큰 벽화가 한 점 그려져 있습니다. 용의 머리, 개의 몸, 원숭이의 꼬리, 기린의 피부, 소의 발굽을 가진 상상의 동물입니다. '탄(贪·탐)'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 그림 속에서 탄은 태양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태양을 삼킬 요량입니다.

이 동물은 보이는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탐식의 동물입니다. 바로 계탐도(戒贪圖)입니다. 연성공은 공부의 관아로 가는 출입구에 이 계탐도를 걸어 놓고 늘 탐욕을 경계했다고 합니다. 그 후손들도 그 문을 지날 때마다 누구든지  '그대여,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마시오(公爺過貪了)'라고 외쳐야 했답니다. 역시, 공자의 가르침을 잊지 않은 그 후손이다 싶습니다.

'탐'이라는 동물은 하도 게걸스러운 동물이라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불행한 동물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먹어버리고도 허기를 달랠 길 없어 결국 자신의 몸도 먹어버리고 말지요.

다른 좋은 그림과 보물들은 미술관과 박물관의 소장품을 감상하는 것으로도 좋지만 공자의 후손들이 공무에 임하는 자세를 일깨웠던 이 계탐도 하나쯤은 제 마음의 벽에 한 점 걸고 싶었습니다.

계탐도는 공자 후손들이 탐욕의 노예가 되지 말 것을 일깨우는 일종의 가훈이다.
 계탐도는 공자 후손들이 탐욕의 노예가 되지 말 것을 일깨우는 일종의 가훈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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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탐도(戒贪圖)

저는 이번 여름, 처와 함께 보름간 중국의 중원을 두루 탐험했습니다. 거리와 일정 탓에 비용도 적지 않게 필요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범어학자 이지수 교수님과 비교종교학자 이명권박사님과 함께하는 일정이기도해서 저의 처도 이 학자들과의 여정에 동행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되면 경비가 두 배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저는 혼자의 넋두리로 그 고민을 말했습니다. 옆에서 내 걱정을 들을 둘째딸 주리가 즉흥적으로 말했습니다.

"아빠!, 부자 아빠로 죽고 싶어요? 그리고 부자 아빠로 죽어서 뭐할 건데?"

딸의 이 질문이 지금 저의 계탐도가 되어 제 마음 벽에 걸려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계탐도, #공부, #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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