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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27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하대학교 대학생 10명을 포함해 13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일어난 지 어느새 1년을 맞았다. 인하대의 과학동아리 학생들은 춘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명캠프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온 첫날밤 참사를 당했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의 얼굴에는 아직도 어두운 그늘이 가시지 않았다. '춘천봉사활동 인하대희생자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는 27일 오전 11시 천전리 산사태 사고 현장에서 1주기 추모식을 열고 "다시는 이 땅에서 이런 허망한 죽음이 없도록 하여 나가고, 살아남은 자들이 너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말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천전리 산사태, 참혹한 현장을 다시 찾은 유족과 부상자들

춘천시 천전리 산사태 희생자 1주기 추도식.묵념을 하면서도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유족들.
 춘천시 천전리 산사태 희생자 1주기 추도식.묵념을 하면서도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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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식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천전리 산사태의 유족과 부상자들은 이날 추모식에서 '춘천봉사활동 인하대희생자 기념사업회'의 창립을 알렸다. 이들은 그동안 이 기념사업회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200명에 달하는 회원을 모집해 왔다.

유족과 부상자들은 앞으로 이 기념사업회를 통해 "(천전리 산사태라는) 참사의 진실을 알리는 사업, (봉사활동을 나왔다가 희생된) 희생자들의 정신과 뜻을 함양하는 사업,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념사업회는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앞으로 "구체적으로는 추모사업 및 백서 발간, 희생자들이 했던 발명캠프의 확대·발전, 장학사업 등과 함께 자원봉사활동 및 산사태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한 사업 등"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산사태로 희생된 대학생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하던 과학동아리 학생들이 추모가를 부르고 있다.
 산사태로 희생된 대학생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하던 과학동아리 학생들이 추모가를 부르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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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도식을 개최한 준비위원회는 또 "이광준 춘천시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청구인 1명당 단 500원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혀 이 사건이 아직도 미해결 상태임을 알렸다.

준비위원회는 "지난 1년간 많은 투쟁과 대화도 했지만, 송사만은 피하려고 했다"고 말하고 나서 "그러나 이광준 시장은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으로 소송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기념사업회를 통해 이광준 춘천시장과 김○○ 민박집 주인의 문제는 끝까지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춘천 산사태로 희생된 대학생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외치며 추모사를 하고 있는 이승원 위원장.
 춘천 산사태로 희생된 대학생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외치며 추모사를 하고 있는 이승원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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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도식에는 인하대 대학생들을 비롯해 김상표 강원도 경제부지사, 진인주 인하대 부총장, 김태균 전국발명연합회 회장, 오승택 발명진흥회 본부장, 민주통합당 강원도당 권영만 사무처장, 사고 당시 구조활동에 참여했던 조완구 전 춘천소방서장과 119 구조대원, 신북읍의 자원봉사자들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들, 이광준 춘천시장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 고소 예정

추도식은 섭씨 33도에 달하는 불볕더위 아래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추도식이 거행되는 동안 희생자들의 유족과 희생들과 함께 봉사 활동했던 친구들의 흐느낌은 그치지 않았다. 흐느낌은 추모사를 하는 내내, 봉사 활동을 같이 했던 희생자들의 친구들이 추모가를 부르는 동안에도 계속됐다.

춘천봉사활동 인하대희생자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 이승원 준비위원장은 추모사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고 난 뒤, "오늘 참사 1주기 추모식을 참사 현장에서 지내는 이유는 우리가 기억하고 결의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 이유로 먼저 "억울하게 희생된 아이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그다음으로 "이 현장에서 (발생한) 죽음의 원인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모사를 통해, 춘천시장이 천전리 산사태를 '천재'라고 주장했던 데 반해 "산의 수로를 터주지 않고 하부에 건축허가를 내주고, 불법적인 민박집 허가를 내준 춘천시, 주인이 사는 집에만 내주는 민박집을 숙박시설로만 운영하고 다른 곳에 거주했던 민박집 주인 등 분명한 인재"라고 못 박았다.

그는 추모사에서 "오늘 아이들의 꿈과 뜻을 현실화하기 위한 기념사업회를 출범하려 한다"며 "다시는 이 사회에 이러한 불행이 없기를 희망하는 분들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해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업회의 활동에 동참해줄 것을 원했다.

기념사업회, "참사 진실을 알리는 사업은 계속 진행한다"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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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족이 희생자들이 참사를 당한 민박집 벽에 헌화를 하고 있다.
 한 유족이 희생자들이 참사를 당한 민박집 벽에 헌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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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표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최문순 도지사의 추모사를 대신 전하며 "(우리는) 이곳에서 과학봉사활동 중에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귀하디귀한 인하대 학생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이렇게 모였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학생들이 가졌던 자원봉사의 숭고한 뜻을 이 사회에 널리 알려 나가면서 다시는 이런 애통한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최문순 도지사는 추모사를 통해 "앞으로 추모비가 건립될 것"이라며 "우리가 매년 이 추모비 아래 모여 인하인 여러분과 강원도민이 여기 잠든 동문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춘천 천전리 산사태 1주기 추모식 현장. 추도식을 마친 추모객들이 산사태 참사 현장인 민박집을 돌아보고 있다. 이 민박집은 허물어진 벽과 내부를 검은 비닐로 가려 놓고 있다. 이 민박집에서 인하대생 10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춘천 천전리 산사태 1주기 추모식 현장. 추도식을 마친 추모객들이 산사태 참사 현장인 민박집을 돌아보고 있다. 이 민박집은 허물어진 벽과 내부를 검은 비닐로 가려 놓고 있다. 이 민박집에서 인하대생 10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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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유족 대표로 나온 이건학 기념사업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시청 항의방문, 1인시위, 집회, 시위, 선전전, 서명운동, 협의, 인터뷰, 기자회견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춘천시청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데 힘내라며 음료를 내밀던 춘천시민, 명동(춘천시)에서 서명을 받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었냐고 묻던 시민의 격려가 우리를 지탱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오늘 1주기를 맞아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새롭게 출발하려 한다"며 "이제 슬픔에 갇혀 살지 않겠다. 아이들의 숭고한 봉사 정신을 이어가고 다시는 이런 희생자들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준비위원회는 이날로 '춘천봉사활동 인하대학교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를 '춘천봉사활동 인하대희생자 기념사업회'로 전환했다.

유족들은 이날 추도식장에서 추도식과 기념사업회 창립식을 한 뒤에는 인하대학교로 출발해, 인하대 추모비 앞에서 헌화를 분향하는 것으로 이날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지난 1년 동안, '좀 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유족들

산사태로 희생을 당한 인하대 대학생들이 평소 봉사 활동을 하던 장면을 찍은 사진들.
 산사태로 희생을 당한 인하대 대학생들이 평소 봉사 활동을 하던 장면을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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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봉사하러 춘천시에 왔다가 산사태로 희생을 당한 자식들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었다. 유족들은 이날 준비위원회 이름으로 발간한 '춘천 산사태 보고서'에서 유족들이 산사태로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성과가 있었음을 밝혔다.

이들은 그 성과로 먼저 '인하대학교가 올해부터 전교생에게 단체보험을 들어 주고 동아리 지원과 부상자 장학금을 지급한 것'을 들었다. 그리고 강원도청을 통해 거둔 성과로는 '산사태의 한 원인이 된 방공포대 철거', '사방공사와 전석수로 설치', '신북읍 119안전센터 건립', '도 내 190개소에 달하는 재해경보시스템 증설' 등에 합의해 재발 방지책을 수립한 것을 들었다.

유족들은 또 강원도청이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산사태 희생자 등 위로금 지급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데 힘씀으로써 희생자들을 예우하고 위로를 해줄 수 있었던 데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강원도청은 추도식이 있기 하루 전 보도자료를 통해 "젊은 학생들의 숭고한 자원봉사의 뜻을 기리기 위하여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 주관으로 지난 5월 1일부터 성금 모금을 추진하여 도 공무원과 일반 개인, 그리고 도 내외 117개 기관, 단체, 기업체 등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한편, 강원도청에 따르면 인하대학교의 과학 동아리 '아이디어 뱅크'는 천전리 산사태에도 올해 8월에도 춘천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춘천시 천전리 산사태 이후 사건 진행 경과


2011년

7월 25일 : 인하대학교 아이디어뱅크 회원 35명, 춘천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명캠프를 개최하기 위해 천전리에 도착.
7월 27일 : 0시 21분경 산사태 발생. 첫날 봉사활동을 마치고 인하대 대학생들이 묵던 민박집이 완파됨. 이로 인해 인하대 대학생 중 10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함.
7월 29일 : 유족 60여 명이 춘천시장 항의 방문. 이 자리에서 춘천시는 추모비를 건립하고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합의하는 한편, 보상비는 가능 여부를 검토한 후 입장을 밝히기로 함.
8월 19일 : 사고조사위원회 기술부문 위원들이 과업지시서(과업과 예산)를 작성하여 춘천시에 제출하자, 춘천시청은 '시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힘.
9월 8일 : 춘천시청 앞에서 유가족들과 인하대학교 총학생회장, 동아리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7.27 춘천 참사 사고조사위원회 활동 정지 사태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가짐.
9월 9일 : 사고조사위원회, 춘천시로부터 조사에 필요한 적정한 수준의 예산을 지원받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해체를 결정함.
9월 13일 : 49재 지냄. 유족들, 자체 조사팀을 꾸려 진상규명 작업을 진행함.
9월 30일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원도 국정감사에서 이광준 춘천시장이 증인으로 채택되어 1시간이 넘는 질의와 질타를 받음.
11월 17일 : 행정안전부 민간협력과를 방문하여 특별조례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강원도와 협의를 진행함.
11월 26일 : 21일 전국적인 서명 작업을 시작한 후, 이날 춘천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서명 작업을 본격화함. 그리고 3주 만에 4만7천 명이 넘는 서명을 받음.
12월 22일 : 인하대학교 자원봉사 희생자 10명,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 특별상을 수상함.

2012년

2월 24일 : 인하대학교 졸업식 명예졸업장 수여식과 추모비 제막식을 가짐.
3월 28일 : 강원도 도의회 기획행정위 김용주 의원,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산사태 희생자 등 위로금 지급 등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함. 이 조례안이 4월 25일 도의회에서 통과됨.
5월 2일 : 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에서 모금을 전개함.
5월 20일 : '춘천봉사활동 인하대학교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 결성함.
7월 27일 : 천전리 산사태 인하대 희생자 1주기 추모식 및 기념사업회 창립식 가짐.


태그:#춘천 산사태, #천전리 산사태, #인하대, #이광준, #춘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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