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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터스'의 용역업체 직원들이 27일 오전 인천 문학경기장에 집결했다.
 '컨택터스'의 용역업체 직원들이 27일 오전 인천 문학경기장에 집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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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점심 약속 장소로 이동하던 중 <오마이뉴스> 편집국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용역 직원 1000여 명이 인천문학경기장에 모였으니 취재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약속을 미루고 달려간 문학경기장에는 '컨택터스(CONTACTUS)'에서 고용한 용역이 '경비(SECURITY)'라고 적힌 검은색 복장을 상하위로 착용하고 100여 명씩 모여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모였다가 문학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었다.

시민의 쉼터가 1000여 명의 용역에 의해 완전히 점령된 상태였다. 군복과 '전투화'를 신은 이들의 다수는 건장한 20~30대 청년들이었으며, 10여 명의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문학경기장을 떠나 우리나라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만도 공장(문막, 평택, 익산)에 투입됐다. 만도는 이날 직장 폐쇄를 단행했으며, 용역이 투입돼 이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기도 했다.

컨택터스 용역들, MBC·제자교회·유성·KEC 투입

기자는 이들이 집결했던 문학경기장 북문 출입구에서 컨택터스 중간 간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수첩 하나를 입수했다. 해당 수첩에는 이날 컨택터스 용역직원들이 투입된 만도 공장의 위치와 투입 인원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평택 150명, 익산 140명 등 구체적인 인원수가 명시돼 있었다.

그 뿐이 아니다. 이 수첩에는 지난해 8월 30일부터 지난 21일까지 활동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 기간에 각종 노사 분규와 이권 현장 등에 파견한 '현대판 사병'의 이름, 날짜, 역할, 현장 등이 수첩에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

지난 27일 '컨택터스(CONTACTUS)'에서 고용한 용역 직원의 수첩에 적힌 메모. 3월 5일 용역 43명이 MBC에 투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날  MBC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을 해고하고 보직을 사퇴한 최일구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와 김세용 부국장, 보직부장, 노조 집행부에게 정직 수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MBC가 노조와 집행부 등을 상대로 33억86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금액에 대한 재산 가압류를 신청한 날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컨택터스(CONTACTUS)'에서 고용한 용역 직원의 수첩에 적힌 메모. 3월 5일 용역 43명이 MBC에 투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날 MBC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을 해고하고 보직을 사퇴한 최일구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와 김세용 부국장, 보직부장, 노조 집행부에게 정직 수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MBC가 노조와 집행부 등을 상대로 33억86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금액에 대한 재산 가압류를 신청한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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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출동한 현장은 MBC, KEC, 유성기업 등 파업 현장뿐 아니라 여주 4대강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제자교회를 비롯해 울산유치권, 마포공사장, 군산공사장, (천안)골프장, (용인)유치권, 재개발 총회 등 각종 분쟁 현장에 용역이 투입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3월 5일 MBC에 용역 43명이 투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날은 MBC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을 해고하고 보직을 사퇴한 최일구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와 김세용 부국장, 보직부장, 노조 집행부에게 정직 수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날이다. 또한 MBC는 이날 노조와 집행부 등을 상대로 33억86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금액에 대한 재산 가압류를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컨택터스(CONTACTUS)'에서 고용한 용역이 경비업체 직원의 수첩에 적힌 메모. 수첩에는 출동한 현장에 대한 메모가 담겨 있다.
 지난 27일 '컨택터스(CONTACTUS)'에서 고용한 용역이 경비업체 직원의 수첩에 적힌 메모. 수첩에는 출동한 현장에 대한 메모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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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컨택터스(CONTACTUS)'에서 고용한 용역 직원의 수첩에 적힌 메모. 노사갈등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KEC사업장에 86일 가량 투입했다는 기록이 수첩에 남겨져 있었다.
 지난 27일 '컨택터스(CONTACTUS)'에서 고용한 용역 직원의 수첩에 적힌 메모. 노사갈등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KEC사업장에 86일 가량 투입했다는 기록이 수첩에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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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컨택터스(CONTACTUS)'에서 고용한 용역 직원의 수첩에 적힌 메모. 수첩에는 출동한 현장에 대한 메모가 담겨 있다. 4대강과 유성기업이에 투입됐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지난 27일 '컨택터스(CONTACTUS)'에서 고용한 용역 직원의 수첩에 적힌 메모. 수첩에는 출동한 현장에 대한 메모가 담겨 있다. 4대강과 유성기업이에 투입됐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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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에 따르면 KEC 노사 갈등 현장에는 작년 8월 말부터 총 86일 동안 연인원 1228명을 파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해 용역 폭행이 있었던 유성기업에도 14일 동안 100여 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KEC와 유성기업은 노조 탄압이 극심해 직장폐쇄를 진행한 갈등 사업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정삼지 목사가 횡령 혐의로 구속된 후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제자교회에도 지난 6월 5일부터 40여 일이 넘게 연인원 120여 명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첩에는 용역 직원의 이름뿐 아니라, 해야 할 일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이들이 한 일은 신변보호, 채증, 신사옥 경비 등이었다. 

한편 하루 일당은 '(2011년)8월 30일 광명 총회 용혁(5), 석호(4)' 72만 원, '9월 3일 미아역 교회 용혁(3)' 24만 원, '9월 6일 테크노관리단 정민, 용혁(5), 석호동생1, *상봉(17)' 192만 원, '9월 8일 왕십리 집행 정민, 용혁(9), 석호동생(2)' 96만 원 등의 기록으로 미루어볼 때 약 8만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KEC에 연인원 1228명을 파견한 것을 감안할 때 이들에게 집행된 돈만 약 1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용역 폭행... 경찰 뭐했나

27일 경기 안산 에스제이엠 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이 용역과 대치하고 있다. 용역은 헬멧, 방패, 진압봉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 에스제이엠 공장 앞 27일 경기 안산 에스제이엠 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이 용역과 대치하고 있다. 용역은 헬멧, 방패, 진압봉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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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후 용역 업체 직원들의 폭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7일 새벽 4시께에는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 투입된 컨택터스 용역에게 SJM 조합원 35명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CJ시큐리티는 지난해 유성기업 현장뿐 아니라, 재능교육, 경상병원, 대우자판 등 노사 분규 현장에 용역을 투입했다가 노조 파괴 뿐 아니라 조합원 등에게 폭력을 행사해 사회적 으로 물의를 빚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29일 '기업 용역폭력 진상조사 촉구 및 처벌, 직장폐쇄 관련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권에서 비정규직이 양산될 때 유일하게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용역)깡패 일자리"라면서, "수천 명의 용역이 운동장에 집결하고 제식훈련을 하고,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중무장하는데도 경찰이 몰랐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경찰과 사전 공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정보라인'을 통해 평소 진보적 노동단체, 시민단체 등의 동향을 파악할 뿐 아니라, 특정 종교 갈등, 재개발사업, 용역업체, 집단 민원 등의 동향을 파악해 매일 경찰청으로 보고한다. 이런 정보력은 지방청과 경찰서에 배치된 '붙박이' 정보관에게 나온다. 

경찰이 중무장한 용역업체 직원의 움직임을 몰랐다는 것은 그래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SJM에 먼저 들어간 용역이 날카로운 쇠붙이와 소화기 등으로 조합원을 폭행한 책임에서 경찰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계와 야당 등이 "용역 폭행은 경찰의 책임 방기가 부른 일"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한만송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유성기업, #만도, #컨택터스, #문학경기장, #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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