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이 31일 '잠재적 경쟁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처음으로 각을 세웠다. 그간 박 의원은 대담집 출간·TV 예능프로 출연 등으로 사실상 대권행보를 시작한 안 원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참석 직전 기자들과 만나, "안 원장이 지난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섰던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을 우리가 고치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재벌총수에 대한 사면권 제한이) 경제민주화의 핵심 내용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안 원장이 자신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것과 달리,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의 구명운동에 동참했던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안 원장은 지난 19일 출간된 책에서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범죄인데 이런 행위가 지금까지 행정, 사법부의 입법 취지대로 진행되지 않은 게 문제"라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쉽게 사면해 주는 관행도 바뀌어야 정의가 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이 9년 전 '벤처소사이어티(V-SOCIETY)' 회원의 일원으로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 회장의 구명을 위한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지난 30일 확인되면서 안 원장의 '재벌개혁' 입장에 대한 진실성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안 원장 측은 이와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며 "이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새누리당과 박 의원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본격적인 '안철수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담집을 낸 안 원장에 대한 질문에 "출마를 정식으로 하셨느냐"며 대응치 않거나, 각종 토론회에서 "좋은 분인 것 같다", "같이 하면 좋을 것"이라는 등 호의적 표현까지 했던 박 의원이 이날 직접적으로 안 원장을 비판한 것도 검증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30일 <뉴시스>, < TV조선 > 등과 한 인터뷰에서 "기업을 운영했던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국가를 끌고가면 절대로 안 된다", "(안 원장이) 성인인 척 하는 게 곧 판명이 날 것이다, 최근 하는 행동을 보니 정치를 단순화한다는 생각"이라며 안 원장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