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남경필)이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 구조에 따른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법안 3호'를 내달 초 발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자금을 추가 유입하지 않고 순환출자로 형성된 '가공의결권'을 통해 총수일가의 경영권을 유지해왔던 대기업 집단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31일 오전 여의도 연구소에서 비공개 토론을 열고 순환출자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대다수 의원은 과도한 순환출자가 자본의 건전성을 침해하여 경제위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다양한 업종에 투자하는 선단식·문어발 경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순환출자가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켜 중소기업의 성장, 신규기업의 창업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에선 민주통합당이 재벌개혁 방안으로 제시한 '순환출자 전면금지'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일부 의원은 "순환출자 전면금지는 위헌 가능성도 있고 주식시장이 붕괴돼 일반투자자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순환출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순환출자를 통한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순환출자만 아니라 다단계출자 역시 가공의결권을 형성한다"며 "상법에서도 회사가 스스로 보유하여 지배하는 자사주의 경우, 의결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을 감안, 가공의결권 자체를 제한하는 게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순환출자든, 신규 순환출자든 그를 통해 형성된 가공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한다면 굳이 대기업집단이 순환출자를 하려고 할 이유가 없단 얘기였다.
그는 이어, 모임 내부에서도 신규 순환출자와 관련, 참석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그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 반론을 펴는 쪽에선 '대기업의 투자확대나 고용창출을 고려할 때 가공의결권만 제한시키면 신규사업을 굳이 제한할 필요 없다'고 주장했고, 반대편에선 '국민들이 그런 세부적인 상황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 순환출자 금지도 못하는 구태정당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본 방향은 기존 순환출자에 따른 가공의결권 제한과 신규 순환출자 금지로 정해졌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순환출자에 따른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며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지만 이미 당 차원에서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거기에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 법안에 "너무 앞서나갔다" 반발도... 남경필 "그런 의견 소수일 것"한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잇달아 발의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너무 앞서나간다"는 당내 반발도 나오고 있어 향후 해당 법안들이 어떻게 처리될지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례로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 30일 최고위에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대기업의 잘못된 행동은 강력히 규제해 버릇을 고쳐나가야 하지만 강제로 기업을 분할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며 공개 비판했다. 또 "필요한 규제는 하겠지만 잘못하면 경제를 다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캠프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한 캠프 핵심 인사는 "사실 있는 법안(공정거래법)만 제대로 지켜도 경제민주화가 되는 것인데 너무 과도하게 앞서가고 있다"며 우려했고, 캠프 정책메시지팀의 한 인사도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낸 법안인데 마치 새누리당의 당론인양 비쳐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이 같은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모임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만약 그 분들이 경제민주화 법안 토론 자리에 직접 참여해 함께 토의했다면 그런 우려를 하시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논의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드시다면 대한민국의 현재 경제생태계가 바람직한 상태라고 생각하시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그런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이 모임 내에선 극소수이고 당 전체에서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본다"며 "일감 몰아주기 적발시 매번 지분매각·기업분할을 하라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조문이다, 위헌소지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 가장 자본주의가 발전한 미국에서도 기업 분할 명령을 실행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