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달성토성이 있는 달성공원 입구. 대구시 중구 달성동에 있으며 삼국시대에 지은 성곽으로 사적 62호로 지정되어 있다.
 달성토성이 있는 달성공원 입구. 대구시 중구 달성동에 있으며 삼국시대에 지은 성곽으로 사적 62호로 지정되어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사적 62호인 달성토성을 복원하겠다는 대구시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달성토성은 대구시 중구 달성동 일대의 작은 언덕으로 10만5238㎡의 면적에 둘레 1300m, 높이 약 4m의 구릉을 이용해 쌓은 성으로 현존하는 성곽 중 가장 이른 시기인 원삼국시대(약 1800여 년 전)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달성토성은 1917년과 1968년, 1970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발굴작업을 했으나 1968년 현재의 향토문화관 자리를 발굴한 것 이외에는 구체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학자들은 달성토성을 제대로 발굴한다면 삼국시대 이전인 원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의 다양한 생활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유적들이 출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이곳의 가치를 인정하고 1963년 사적 6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1969년 이곳에 동물원이 들어서면서 사적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현재는 각종 포유류와 조류, 어류 등 93종 15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달성공원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10년 1월 달성토성의 역사적 가치를 보전하고 도심 관광 활성화를 도모한다며 국비 120억과 시비 52억, 총 172억 원을 들여 2013년까지 동물원을 이전하고 달성토성을 복원하기 위한 기본 계획을 확정했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나도록 사업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애써 받아놓은 국비마저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달성토성이 있는 달성공원 내부 모습
 달성토성이 있는 달성공원 내부 모습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달성토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동물원을 이전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전지를 구하지 못했다. 대구시는 수성구 대공원 구름골 지구로 동물원 이전을 결정했다. 하지만 예산이 없어 미루다가 민간투자로 전환했지만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동물원을 완전히 이전하기 위해서는 18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대구시는 예산이 없고 민간사업자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선뜻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런 상황에서 동물원을 임시 이전하기 위해 올해 2억 원의 설계비를 책정했으나 아직까지 설계발주도 하지 못한 상태다. 임시이전을 할 장소마저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구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동물원을 이전하는 것은 복합적인 문제인데 어디로 옮길 것인지 정해지지 않았고 대구시의 재정도 뒷받침되지 않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동물원 임시이전 후보지로 달성군 하빈면과 화원유원지 일대를 꼽고 있다. 하지만 하빈면 주민들은 대구교도소 이전에 따른 인센티브로 종합 유원시설을 요구하고 있어 대구시로서는 수용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화원유원지 역시 주민들의 임시이전 반대여론이 강하고 이미 사문진영상파크 조성을 계획하고 있어 동물원 이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동물원 이전이 지연되면서 달성토성 복원작업은 손도 못대고 2010년도에 받은 국비 1차년도 6억9500만 원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011년도분까지 합치면 88억 원을 반납해야 하는 처지다.

대구시 스스로도 달성토성 복원사업의 변경이나 취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열린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손병락 전문위원은 "공원 내 동물원 이전을 전제로 추진된 사업이 정상적인 추진이 어려운 상황으로 현재 사업기간이 경과한 2010년도 국비 등은 반납되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사업의 변경이나 취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광문화재과 관계자도 "달성토성 복원사업이 2013년까지 안 될 경우 국비를 전액  반납할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 복원사업이 물건너 갔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청에서 '달성토성 복원정비계획'을  만들어 놓은게 있다"며 "달성토성 내 토지가 대부분 국유지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예산으로 복원하는 게 문화제 보호 측면에서는 더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구시의 달성토성 복원계획 자체가 원칙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주요 예산낭비 사례라며 '한 편의 블랙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이재녕 위원장은 "처음 문화재청에서 하기로 했던 사업을 대구시가 하겠다면서 나선 것 자체가 문제"라며 "동물원 이전과 연계해서 복원하겠다는 것은 발상 자체가 잘못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달성토성, #달성공원, #대구시, #동물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