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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연인 사이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해서 배려하고 이해하고 대화하고 타협하죠. 우리나라 정치에는 사랑이 결여돼 있어요. 서로가 사랑할 줄 알았다면 여러 가지의 문제가 더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정치란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해학적인 대답이 나왔다. 방청석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토론자는 웃음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 어려서 사랑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어느 청소년의 이론에만 충실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8명의 청소년 토론자가 참여한 제13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주최, 이하 '토론한마당') 최종토론의 한 장면이다(관련기사 : <"보수당-진보당 말고 '청소년당'은 어때요?">).

청소년이 생각하는 '18대 대통령 후보가 지향해야 할 가치'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마지막 날 최종 토론 무대에 오른 8명의 청소년 토론자들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마지막 날 최종 토론 무대에 오른 8명의 청소년 토론자들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 ⓒ 김재우


2000년부터 시작돼 13번째를 맞이한 토론한마당이 '청소년, 한국의 정치를 말하다'를 주제로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부산광역시학생교육원과 민주공원에서 열렸다. 175명의 신청자들 가운데 제출한 논술문 심사를 거쳐 선발된 64명의 청소년이 본선에 참석하였고 최종 선발된 8명의 토론자가 민주공원 큰방에서 펼쳐진 토론 무대에 올랐다.

행사 마지막 날인 8월 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최종토론 중 주도토론 순서에서는 토론자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다. 주도토론은 토론자들이 돌아가며 진행자가 되어 정치, 사회와 관련된 이슈를 제시하고 직접 토론을 주도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8명의 토론자들은 돌아가며 '대통령후보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 '지방분권(지방자치)',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몰수 등 과거청산', ' 국·공립대학 통합',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 등의 주제를 제시하며 팽팽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마지막 날 펼쳐진 최종토론에서 한 청소년 토론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마지막 날 펼쳐진 최종토론에서 한 청소년 토론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재우


이날 토론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올해 12월 진행될 18대 대통령선거와 관련 '차기 대통령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였다.

박혜민 학생은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막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라고 운을 뗀 뒤 "소수의 강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바탕으로 입지를 강화해 나가는 현실에서 경제 민주화 실현에 대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예슬 학생도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참여'라는 가치이며 이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표를 하면 저녁 밥상이 풍성해진다"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마지막 날 최종토론에서 한 토론자의 발언을 다른 토론자들이 집중하며 듣고 있다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마지막 날 최종토론에서 한 토론자의 발언을 다른 토론자들이 집중하며 듣고 있다 ⓒ 김재우


이번 토론한마당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반적으로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토론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정치에 대해서 '갈등 등의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필요한 것'(박혜민), '누가 플롯을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진우형), '투표를 하면 저녁 밥상이 풍성해져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 중심으로 선거가 진행되어야 한다'(신윤하)고 말해 정치가 우리 생활에 필요하며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 서로 공감을 나누기도 했다.

현재 한국 정치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권진오 학생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다수의 시민들이 수동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매우 안타깝다"며 과거 아테네에서 시행된 '추첨 민주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정당만들기'의 결과물.
'청소년들이 원하는 정당만들기'의 결과물. ⓒ 김재우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대공연장 바깥에는 64명의 청소년들이 만든 8개의 정당 이름과 정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7월 31일 저녁에 토론한마당에 참여한 모두가 모여서 실시한 전체활동 '청소년이 원하는 정당만들기'의 결과물이다.

'야마당'(야간자율학습 하지 마요), '학생이당', '배고프당' 등 재치가 엿보이는 정당의 이름들도 눈에 띄었다. 복지와 평화와 정의를 내세운 '넝쿨당'과 남성, 여성, 소수자의 인권증진을 주장한 '인권연대당', 그리고 공동체, 사회적 기업 육성을 주장한 '업당'이 우수 정당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토론한마당 차성환 심사위원장(전 민주공원 관장, 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은 심사평을 통해 "참여한 학생들 모두 토론에 진지한 태도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훌륭한 논객들이었다. 많은 청소년들이 정치란 우리의 삶,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앞으로 그런 실천을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주제토론과 주도토론이 모두 마무리 된 후 청중들은 8명의 토론자에게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무대 위로 날아온 종비비행기 대부분에는 토론 과정에서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질의와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수십 개의 종이비행기 중 하나 진행자인 진시원 교수(부산대 일반사회교육)에게까지 날아온 종이비행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자신이 여태까지 주장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위하여 토론대회가 끝나고 무엇을 하실 것인가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제13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숙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제13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숙제 ⓒ 김재우

덧붙이는 글 | * 행사소개
행사명: 제13회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주최: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주관: 민주공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사)부산교육연구소
후원: 국가인권위원회, 부산광역시의회, 부산광역시 교육청, 경기도 교육청, 부산대학교, 부경대학교, 성공회대학교, 한신대학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5·18기념재단, 부산일보사, 한겨레신문사, 사계절, 프레시안

* 시상내역
최우수상
국회의장상 이종홍 (대광고등학교 1학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상 신윤하 (경상고등학교 3학년)
부산광역시의회 의장상 권진오 (지산고등학교 2학년)
부산광역시 교육감상 박혜민 (대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경기도 교육감상 이예슬 (북일여자고등학교 2학년)
부산대학교 총장상 진우형 (유성고등학교 2학년)
부경대학교 총장상 박인규 (공주사범대부속고등학교 2학년)
성공회대학교 총장상 조주연 (북일여자고등학교 1학년)

* 글쓴이는 본 대회의 후원단체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사업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전국청소년논술토론대회#민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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