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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덥다고 물병을 뒤집어 쓴 막둥이. 천진난만 그 자체입니다. 아빠를 거의 하나님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에게 3년만에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덥다고 물병을 뒤집어 쓴 막둥이. 천진난만 그 자체입니다. 아빠를 거의 하나님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에게 3년만에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 김동수

"꽃으로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저는 '매'를 절대 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회초리를 들 때는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랑매'가 없다는 말처럼, 회초리를 든 순간 '감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회초리를 들지 않고, 말을 해도 감정은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마음에서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회초리를 들 때도 있었지요. 결국 후회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랑의 매'는 없다는 말에 수긍이 갑니다. 하지만 역시 절대 매는 안 된다는 논리는 아직 동의하기 힘듭니다. 1년에 한 두 번 정도 매를 들었지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 4-5학년이 되면서 매를 들지 않았습니다. 둘째 아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막둥이는 이상하게 더 매를 들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헤아릴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을 오늘 때렸습니다.

아침마다 자기 엄마와 한바탕 합니다. 이유는 별 다른 것이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이를 잘 닦지 않습니다.

"이 닦았니?"
"닦았어요."
"정말?"
"그럼 닦았어요."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누나가 대뜸 하는 말이 이를 닦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엄마 체헌이 이 안 닦았어요?"
"체헌이 너 이 안 닦았잖아. 왜 거짓말해!"
"닦으면 되잖아요. 닦으면 되잖아요."

그러면서 가방을 집어 던졌습니다. 학교에서 영어 방과후 학습을 하는데 그 가방을 집어 던진 것입니다.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김 막둥이 너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 엄마 말씀도 잘 듣지 않고, 거짓말도 하고, 가방까지 던졌잖아."
"그래도 학교는 가야죠."
"아니지, 저런 행동을 하는데 어떻게 학교에 갈 수 있어요. 막둥이 너 오늘 벌 좀 받아야해. 학교가지 말고, 아빠에게 혼이 좀 나야겠어."
"나중에 학교 다녀와서 혼내고 지금은 학교 보내세요."

타협했습니다. 학교를 다녀 온 후 혼내기로. 한 시간 수업이기 때문에 금방 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 오지를 않았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빠에게 혼날 줄 알고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입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 막둥이가 아직 오지 않았어요?"
"체헌이 친구집에 있다고 전화했어요?"

"아침에 분명히 수업 마치면 집에 오라고 했는데. 이 녀석이 아빠 말을 안 듣네."
"친구 집에 있으니까. 걱정마세요."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냥 말로만 꾸중을 하려고 했는데,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점심을 지나, 엄마가 올 시간은 5시 30분쯤이 꾸역꾸역 집에 들어섰습니다.

"김 막둥이 너 아빠가 뭐랬어? 수업 마치면 집으로 바로 오라고 했지."
"응."
"그럼 와야지 왜 안왔니?"

"00가 집에 놀러가자고 했어요.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었어요."
"친구 집과 도서관에 가면 아빠 한테 전화를 해야지."
"엄마한테 했어요."
"엄마에게만 하면 돼! 아빠에게도 해야지. 아빠가 꾸중말 하려고 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오늘은 회초리를 맞아야지."

"…"
"왜 겁나. 겁나면, 아빠 말을 들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잖아. 엄마 앞에서 가방을 던졌고, 이도 닦지 않았는데 이를 닦았다고 거짓말을 했고, 아빠 말도 듣지 않았어. 그리고 아침에 나간 녀석이 5시 30분에 들어왔어. 그냥 넘어가면 다음에도 이럴 수 있어. 효자손으로 엉덩이 5대 맞아. 불만 없지."
"…"

처음에는 피했지만 자기도 잘못을 알았는지 순순히 엉덩이를 댔습니다. 다섯 대를 때렸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조금 붉은 빛이 도는 엉덩이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항상 웃기만 하는 막둥이에게 회초리를 들었더니 마음이 아픕니다.


#회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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