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임명 진행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재 청와대 내에서 현 후보자 재임명 여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현 후보자의 인권위원장 임기는 지난 달 16일 이미 종료됐고, 국회 인사청문회 청문보고서 채택은 지난 달 18일 무산돼 20일 넘게 인권위원장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현 후보자 연임반대가 매우 강하고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반대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을 고려하면, 청와대가 현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혹시 다른 인권위원장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 위원장 연임에 대한 청와대 내부 기류는 '현병철을 대체할 대안은 없다, 그러나 임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로 종합된다. 앞서의 청와대 관계자는 '대체할 인물을 찾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애초 청와대에선 금주 내로 현 위원장 임명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현재는 이마저도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관련 논의는 없었고, 8일까지도 마찬가지. 청와대 내 논의가 없고 대안 물색도 없는 걸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결심만 남은 상황으로 보인다.
대국민사과 직후 '고집인사' 강행? 임명시기 더 늦춰질 수도그러나 대통령의 결심도 쉽지 않다. 여당이 현 후보자 연임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어, 대통령이 재임명을 강행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에 대한 여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재임명 국민 여론도 나쁜 상황에서 대통령의 '고집 인사'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와의 관계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
또 이 대통령은 지난 주 휴가 직전, 이상득 전 의원과 김희중 청와대 부속실장 등의 저축은행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측근비리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직후 여론의 반대를 무릅쓴 인사를 한다면, 현재 20% 밑으로 떨어진 국정지지도를 만회하는 건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자신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치면 반년 가량 남은 임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청와대 내에 팽배하다.
결국 현병철 인권위원장 후보자 재임명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돼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올림픽 열기가 최고조일 때, 슬그머니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현병철 후보자 외에 다른 대안검토는 없는 가운데, 임명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뜨거운 감자가 식길 기다리는 것이다. 앞서의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지금도 인권위가 해야 할 일들은 다 처리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인권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 국정운영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는 만큼 위원장 임명 시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