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울산점이 오는 8월 29일 개점합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세요." 7일 오전 11시, 울산 중구 반구동에 있는 한 건물의 2층 복도. 유인물인 가득 담긴 가방을 둘러 멘 30대 남성이 '코스트코 울산점이 오픈합니다'라고 적힌 유인물을 기자에게 나눠주면서 이같이 말했다.
홍보하고 있는 곳은 울산 북구에 들어서는 미국계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 울산점.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지역 구청장이 고발당한 후 기소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관련기사: 월남전참전자회도 '진보 구청장' 구하기... 왜?)특히 코스트코측이 유인물을 돌리던 7일은 울산슈퍼마켓조합(이사장 차선열)이 중소기업청에 "코스트코 울산점의 개점 시기를 늦춰 달라"는 사업개시 일시정지 요청을 한 날이다. 안 그래도 포화상태인 대형마트로 인해 중소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코스트코가 들어서면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코스트코는 이런 와중에도 개점 준비에 바빴다. 포털사이트에는 개점을 알리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코스트코는 직원 모집을 한 후 지난 6월 중순 면접을 거쳐 7월말 합격자를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개점일 만을 앞두고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사업조정 자율협상 중 개점 홍보... "건축 허가 난 상태서 제재규정 없어"코스트코측은 최근 북구와 중구지역을 중심으로 개점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유인물 한쪽에는 신규가입회원이 사용할 수 있는 코스트코 3만 원 상품 할인권과 4만 원 타이어 할인권이 인쇄되어 있고, 뒷면에는 연회비 3만5000원~2만5000원의 회원 가입 안내가 설명돼 있다.
울산슈퍼마켓조합 차선열 이사장은 "사업조정에 따른 자율협상 기간은 1년이며 곧 3차 협상을 하는데 이렇게 홍보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라며 "코스트코가 개장을 강행하고 난 뒤 사업조정을 하면 무엇하나"고 말했다.
울산슈퍼마켓조합측은 지난 2월 중소기업청에 코스트코 울산점 사업조정을 신청해 6월과 7월 각각 한차례 코스트코측과 자율조정회의를 가졌지만 무위로 끝났다. 3차 자율조정회의는 20일로 예정되어 있다.
슈퍼마켓조합측은 당초 여러 중소상인단체와 코스트코 개점 반대와 기소된 구청장 구명운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코스트코 개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역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슈퍼마켓 조합측은 차선책으로 '법정 공휴일과 일요일 전체 휴무, 하루 영업시간 10시간으로 제한, 전국 코스트코 점포를 10호점까지로 한정' 등의 요구안을 들고 코스트코측과 자율조정을 벌이고 있는 것. 자율조정은 중소기업청 입회하에 양측이 협상하는 것이다.
부산울산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오는 20일로 예정된 코스트코와 슈퍼마켓조합측 간 3차 자율조정회의도 1~2차와 같이 합의점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중소기업측은 심의조정을 거쳐 영업정지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중소기업청 담당자는 "중소기업청 입회 하에 양측이 자율조정을 해 합의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하지만 이미 건축 허가가 난 상태에서 자율조정 기간에 개점 홍보를 하는 것을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스트코측은 언론을 통해 "관련 법상 개점 전 회원모집이나, 신규사원 채용을 하는 것은 영업 행위가 아닌만큼 사업조정기간과 영업준비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보수단체 "구청장 기소, 정당 떠나 상식적으로 용납 안돼"한편 코스트코 허가를 내 주지 않아 기소된 북구청장을 구명하기 위한 주민들의 활동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꾸민 대책위에는 보수 진보 구분이 없다.
'윤종오 구청장 구명, 중소상인 살리기 대책위(공동대표 박경수 새마을 북구지회장, 권옥희 북구여성단체협의회장, 윤치용 북구의회 의장, 이경황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울산지부장, 김남인 (사)행복발전소 이사장)'는 8일 저녁에도 북구 화봉시장 사거리에서 시민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지역시민단체 대표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회에서 보수단체 대표인 박경수 공동대표는 "구청장 기소는 정당을 떠나 상식적으로 용납이 가지 않는 문제라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며 "윤종오 구청장을 구명해 구청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우리 세금이 들어가는 재선거가 없도록 주민들이 힘을 합쳐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북구에는 그동안 여러차례 재선거가 치러졌다.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중소상인을 살리고자 한 윤종오 구청장을 검찰이 기소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횡령이나 부정부패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구청장이 잘 되려고 한 것도 아닌데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들을 향해 "8월 14일 첫 재판에 다수 주민들이 참여해 북구주민의 마음을 재판장이 알 수 있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북구주민대책위는 현재 주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있으며 오는 10일 저녁 북구 화봉동에서 구청장 구명을 위한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