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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트위터에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의원을 '그년'으로 표현해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트위터에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의원을 '그년'으로 표현해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 이종걸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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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년'

분명 욕이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를 '그녀는' 줄임말이라고 했지만 믿는 이는 드물다. 이종걸 의원이 지목한 대상은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다. 당연히 새누리당이 발끈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를 헐뜯고 비방하는데 혈안이 돼 온 민주당에서 이제 쌍욕까지 내뱉은 사람이 나온 것이다, 정말 막가도 너무 막가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이 언론에 보도돼, 국민을 분노시키고 있다"며 "마땅히 이런 분에 대해선 국회 윤리위에서도 논의하고 이 문제를 결론 내렸으면 한다"고도 했다.

<조중동> 때 맞난듯 이종걸 '그년'발언 맹비난

<조중동>도 맹비난했다. 현기환 전 의원 '공천헌금'으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후보를 보호하는데는 좋은 빌미가 된 것이다.

"이 의원의 천박한 인격을 드러낸 동시에 그런 수준의 국회의원을 뽑은 국민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8일자 <중앙일보> 사설
"진실이 무엇이든 '그년'이란 말이 이 의원 입을 그렇게 쉽게 드나드는 걸 보면 그가 여성을 바라보는 눈길을 알 만하다. 그런 이 의원이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민주당이 '진보'라는 포장을 해 여성 정책을 내놓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은가"-9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종걸 의원이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을 지칭한 '그년'이라는 비속어(卑俗語)는 여성비하 의식이 뼛속까지 박혀 있지 않고선 입에 담기 힘든 언사다. 내가 그런 상욕을 들은 것 이상으로 분하고, 또 치욕스럽다"-9일자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거센 비판에 결국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남윤인순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실망스럽다, 진심으로 평등과 인권을 생각한다면 토 달지 말고 반성하고 사과하십시오"라고 했다.

맞다. 이종걸 의원 분명히 잘못했다. 이런 일을 볼 때마다 민주당은 차려준 밥상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새누리당은 공천장사로 박근혜 후보 최측근인 현기환 전 의원이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봄 '쇄신'을 강조했던 새누리당이 새빨간 거짓말임이 하나 둘 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막말로 찬물을 끼었고, 고춧가루를 뿌리고 말았다.

새누리당, 노무현 대통령 모독보면 이종걸 의원 비판 자격 없어

그런데 새누리당이 과연 '그년'이라는 말 한 마디로 저렇게 분노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2004년 8월 한나라당 의원 24명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전남 농촌체험마을에서 공연한 '환생경제' 연극에는 '육시랄 놈',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 '개쌍놈', 'X알 달 자격도 없는 놈'같은 막말도 아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저급하고, 저급한 말을 쏟아냈다.

박근혜 전 대표(가운데)와 참석자들이 다 같이 환하게 웃고 있다. 어떻게 국가원수를 모독하는데 웃을 수 있나. '그년'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박근혜 전 대표(가운데)와 참석자들이 다 같이 환하게 웃고 있다. 어떻게 국가원수를 모독하는데 웃을 수 있나. '그년'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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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있으니 볼 수 있을 것이고, 귀가 있으니 들을 수 있으리라. 극 중 저승사자로 나온 주성영 의원은 노  대통령 역의 주호영 의원을 향해 '3년 후에 데리고 가겠다'고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아무리 싫다고해도 대통령을 저승으로 데려가갰다고 했다.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형해 쏟아냈던 발언들이다.

새누리당(한나라당)의원들 노무현 대통령 모독발언
"현 정부는 정신적으로는 폴포트 정권과 다름없는 정권"(정두언 의원,2004. 11.12 국회 사회부문이 질문)

"나라를 제대로 이끌려는 노무현 정부의 선의를 믿지만 그러나 정작 나라는 거꾸로만 가는 것이 늘 궁금했으며 관찰 끝에 얻은 결론은 정권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최구식의원,2004.11.12)
                                                                                                             
"두 달 전부터 정신분석 전문가들 만나서 노 대통령에 대한 정신분석을 하고 있다. 우선 하나만 이야기하겠다. 노 대통령의 뇌에 문제가 있다. 노 대통령은 멀티플 아이덴터티(multiple identity), 자아 균열 현상이 굉장히 심하다, 한국과 일본에서 하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둘 다 진정성을 갖고 있다"며 "이 둘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왼쪽에 있는데 이게 문제가 있다"(공성진의원,한나라당 연찬회2005.08.31)

"노무현 대통령이 타고 가던 버스가 시골길에서 교통사고가 나 뒤집히자, 농부가 뛰어가 얼른 노무현 대통령을 묻어버리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경찰이 농부에게 대통령을 왜 묻어버렸냐 묻자, 농부가 그랬답니다. 아직도 그 사람 말을 믿느냐?"(이재오 의원,2007.06.06)

"그 사람이 자기 정치하다가 자기 성깔에 못이겨 그렇게 가신 분",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이상하게 개나 소나 다 대선에 나오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쉽게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니다. 내공이 있는 사람"(홍준표 전 의원,2011.06.19 당대표출마기자회견)

그 동안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 '막말'로 거센 비판을 받은 이들이 많다. 지난 9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멱살잡이를 당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얘기"라고 했다고 비판을 자초했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요즘 룸살롱에가면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홍준표 전 대표도 여성 기자를 향해 "그런 걸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 있다"고 했고, 대학생들과 호프집 만남에서는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고…", "패버리고 싶다"는 말로 집권당 대표로서 자격을 의심받았다.

막말, 민주당도 피해갈 수 없어...

야당도 비슷하다. 천정배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고, 최종원 전 의원 역시 지난 해 4.27 재보궐선거 "대통령 집구석이 형도 돈 훔쳐 먹고 마누라도 돈 훔쳐 먹으려고 별짓 다 하고 있다", 문학진 의원도 "힘을 합쳐 이명박(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제거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동영 전 의원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을 "옷만 갈아입은 이완용"으로 불렀다.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잘 못해도, "죽여 버려야", "돈 훔쳐 먹고 별짓 다한다", "제거해야 한다", "이완용"이라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산다. 정치인은 말로 자신의 정치 철학을 유권자와 시민들을 설득한다. SNS 시대로 '감성'과 '보'는 것으로 유권자들을 감동시킨다고 하지만 마지막은 말을 통한 설득이다. 민주주의란 "말을 이용해 설득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말과 권력>(이준웅 지음, 한길사 펴냄, 2012년)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이라고해서 '바른말·고운말'만 써라는 것은 아니다. 농담과 유머 그리고 위트 섞인 말을 할 수 있다. '바른말·고운말'만 써는 정치인은 재미 없는 사람으로 찍힌다. 인신공격을 하지 않고, 농담과 풍자를 통해 상대 정치인과 상대 정당을 통렬하게 비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이 "불판 갈아야 한다"는 말은 지금도 가슴 후련한 일갈이다.

정치인 막말, 이제 끝낼 때 되었다.

상대 정치인을 인신공격하는 막말은 결국 정치혐오증을 낳게 된다. 특히 민주개혁 진영이 막말을 하면 더 부각된다. 이번 이종걸 의원 '그년'이 이와 같다. 며칠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근혜 후보를 "칠푼이"에 비유했는데 논란이 거의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이 현역이 아니기도 하지만 아직도 부산경남에 일정한 영향력이 있는 김 전 대통령을 비난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년'보다는 '칠푼이'가 더 모욕적이다.

이종걸 의원은 많은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신에 대한 비판만 아니라 민주당 문제가 되어 당에 큰 악재가 되었음을. 이제 정치권은 더 이상 이런 막말 하는 정치인들을 용납하면 안 된다. 막말이라는 쓴뿌리는 이참에 끊어야 한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상대 정치인을 인신공격하는 막말하면 정치인생 끝난다는 것을 단단히 보여주어야 한다.


태그:#이종걸, #박근혜, #새누리당, #노무현,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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