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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트위터에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의원을 '그년'으로 표현해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
ⓒ 이종걸트위터 | 관련사진보기 |
'그년'분명 욕이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를 '그녀는' 줄임말이라고 했지만 믿는 이는 드물다. 이종걸 의원이 지목한 대상은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다. 당연히 새누리당이 발끈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를 헐뜯고 비방하는데 혈안이 돼 온 민주당에서 이제 쌍욕까지 내뱉은 사람이 나온 것이다, 정말 막가도 너무 막가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이 언론에 보도돼, 국민을 분노시키고 있다"며 "마땅히 이런 분에 대해선 국회 윤리위에서도 논의하고 이 문제를 결론 내렸으면 한다"고도 했다.
<조중동> 때 맞난듯 이종걸 '그년'발언 맹비난<조중동>도 맹비난했다. 현기환 전 의원 '공천헌금'으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후보를 보호하는데는 좋은 빌미가 된 것이다.
"이 의원의 천박한 인격을 드러낸 동시에 그런 수준의 국회의원을 뽑은 국민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8일자 <중앙일보> 사설"진실이 무엇이든 '그년'이란 말이 이 의원 입을 그렇게 쉽게 드나드는 걸 보면 그가 여성을 바라보는 눈길을 알 만하다. 그런 이 의원이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민주당이 '진보'라는 포장을 해 여성 정책을 내놓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은가"-9일자 <조선일보> 사설"이종걸 의원이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을 지칭한 '그년'이라는 비속어(卑俗語)는 여성비하 의식이 뼛속까지 박혀 있지 않고선 입에 담기 힘든 언사다. 내가 그런 상욕을 들은 것 이상으로 분하고, 또 치욕스럽다"-9일자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거센 비판에 결국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남윤인순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실망스럽다, 진심으로 평등과 인권을 생각한다면 토 달지 말고 반성하고 사과하십시오"라고 했다.
맞다. 이종걸 의원 분명히 잘못했다. 이런 일을 볼 때마다 민주당은 차려준 밥상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새누리당은 공천장사로 박근혜 후보 최측근인 현기환 전 의원이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봄 '쇄신'을 강조했던 새누리당이 새빨간 거짓말임이 하나 둘 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막말로 찬물을 끼었고, 고춧가루를 뿌리고 말았다.
새누리당, 노무현 대통령 모독보면 이종걸 의원 비판 자격 없어그런데 새누리당이 과연 '그년'이라는 말 한 마디로 저렇게 분노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2004년 8월 한나라당 의원 24명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전남 농촌체험마을에서 공연한 '환생경제' 연극에는 '육시랄 놈',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 '개쌍놈', 'X알 달 자격도 없는 놈'같은 막말도 아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저급하고, 저급한 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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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표(가운데)와 참석자들이 다 같이 환하게 웃고 있다. 어떻게 국가원수를 모독하는데 웃을 수 있나. '그년'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
ⓒ 서프라이즈 | 관련사진보기 |
눈이 있으니 볼 수 있을 것이고, 귀가 있으니 들을 수 있으리라. 극 중 저승사자로 나온 주성영 의원은 노 대통령 역의 주호영 의원을 향해 '3년 후에 데리고 가겠다'고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아무리 싫다고해도 대통령을 저승으로 데려가갰다고 했다.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형해 쏟아냈던 발언들이다.
새누리당(한나라당)의원들 노무현 대통령 모독발언 |
"현 정부는 정신적으로는 폴포트 정권과 다름없는 정권"(정두언 의원,2004. 11.12 국회 사회부문이 질문)
"나라를 제대로 이끌려는 노무현 정부의 선의를 믿지만 그러나 정작 나라는 거꾸로만 가는 것이 늘 궁금했으며 관찰 끝에 얻은 결론은 정권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최구식의원,2004.11.12) "두 달 전부터 정신분석 전문가들 만나서 노 대통령에 대한 정신분석을 하고 있다. 우선 하나만 이야기하겠다. 노 대통령의 뇌에 문제가 있다. 노 대통령은 멀티플 아이덴터티(multiple identity), 자아 균열 현상이 굉장히 심하다, 한국과 일본에서 하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둘 다 진정성을 갖고 있다"며 "이 둘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왼쪽에 있는데 이게 문제가 있다"(공성진의원,한나라당 연찬회2005.08.31)
"노무현 대통령이 타고 가던 버스가 시골길에서 교통사고가 나 뒤집히자, 농부가 뛰어가 얼른 노무현 대통령을 묻어버리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경찰이 농부에게 대통령을 왜 묻어버렸냐 묻자, 농부가 그랬답니다. 아직도 그 사람 말을 믿느냐?"(이재오 의원,2007.06.06)
"그 사람이 자기 정치하다가 자기 성깔에 못이겨 그렇게 가신 분",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이상하게 개나 소나 다 대선에 나오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쉽게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니다. 내공이 있는 사람"(홍준표 전 의원,2011.06.19 당대표출마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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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 '막말'로 거센 비판을 받은 이들이 많다. 지난 9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멱살잡이를 당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얘기"라고 했다고 비판을 자초했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요즘 룸살롱에가면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홍준표 전 대표도 여성 기자를 향해 "그런 걸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 있다"고 했고, 대학생들과 호프집 만남에서는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고…", "패버리고 싶다"는 말로 집권당 대표로서 자격을 의심받았다.
막말, 민주당도 피해갈 수 없어...야당도 비슷하다. 천정배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고, 최종원 전 의원 역시 지난 해 4.27 재보궐선거 "대통령 집구석이 형도 돈 훔쳐 먹고 마누라도 돈 훔쳐 먹으려고 별짓 다 하고 있다", 문학진 의원도 "힘을 합쳐 이명박(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제거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동영 전 의원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을 "옷만 갈아입은 이완용"으로 불렀다.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잘 못해도, "죽여 버려야", "돈 훔쳐 먹고 별짓 다한다", "제거해야 한다", "이완용"이라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산다. 정치인은 말로 자신의 정치 철학을 유권자와 시민들을 설득한다. SNS 시대로 '감성'과 '보'는 것으로 유권자들을 감동시킨다고 하지만 마지막은 말을 통한 설득이다. 민주주의란 "말을 이용해 설득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말과 권력>(이준웅 지음, 한길사 펴냄, 2012년)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이라고해서 '바른말·고운말'만 써라는 것은 아니다. 농담과 유머 그리고 위트 섞인 말을 할 수 있다. '바른말·고운말'만 써는 정치인은 재미 없는 사람으로 찍힌다. 인신공격을 하지 않고, 농담과 풍자를 통해 상대 정치인과 상대 정당을 통렬하게 비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이 "불판 갈아야 한다"는 말은 지금도 가슴 후련한 일갈이다.
정치인 막말, 이제 끝낼 때 되었다.상대 정치인을 인신공격하는 막말은 결국 정치혐오증을 낳게 된다. 특히 민주개혁 진영이 막말을 하면 더 부각된다. 이번 이종걸 의원 '그년'이 이와 같다. 며칠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근혜 후보를 "칠푼이"에 비유했는데 논란이 거의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이 현역이 아니기도 하지만 아직도 부산경남에 일정한 영향력이 있는 김 전 대통령을 비난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년'보다는 '칠푼이'가 더 모욕적이다.
이종걸 의원은 많은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신에 대한 비판만 아니라 민주당 문제가 되어 당에 큰 악재가 되었음을. 이제 정치권은 더 이상 이런 막말 하는 정치인들을 용납하면 안 된다. 막말이라는 쓴뿌리는 이참에 끊어야 한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상대 정치인을 인신공격하는 막말하면 정치인생 끝난다는 것을 단단히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