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반(Van) 호수를 에덴동산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인데, 반 호수는 터기 동부 아라랏 산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해 반 호수 근처에 있는 공항까지 가는데 버스를 이용하면 15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여서 하루에 가기에는 어렵다."(<성지행전> 18쪽)
이원희 목사가 쓴 <성지행전>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1994년 처음으로 성지를 답사한 뒤 지금까지 65회 정도의 성지답사와 성지인도를 했다는 그가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실제 장소를 답사한 뒤 밝힌 내용이죠. 아담과 하와가 실제로 살았던 그 에덴동산 말입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얼마나 감격스러운 장소일까요.
"엔게디는 쿰란 남쪽 35킬로미터, 마사다 북쪽 10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헤브론에서 거의 정동 쪽에 있는 샘과 여기에 딸린 내(개울)의 이름으로, 사해 서쪽에 있는 석회석 벼랑 아래서 약 30톤의 물이 솟아나와 이루어진 곳이다. 그래서 다윗은 도피생활에 적합한 엔게디로 도망 온 것이다."(본문 378쪽)이는 다윗이 사울의 칼날을 피해 도망쳤던 곳 중의 하나인 '엔게디'입니다. 다윗은 사울을 피해 '놉' 땅에 이어 '가드'로, 가드에서 18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아둘람'으로, 아둘람에서 요르단을 건너 '모압'과 유다 땅 '헤렛 수풀'로, 또 '그일라' 구출 작전에 이어 '십 광야'와 '마온 황무지'로 달아난 다음, 드디어 '엔게디'로 숨었습니다. 그가 도망쳐 다닌 세월만 해도 10년은 족히 된다고 하죠. 얼마나 험난하고 처량한 신세였을까요.
물론 다윗에게는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말이죠. 그 중 한 곳이 엔게디 굴이었습니다. 그때 다윗은 사울을 죽일 수 있었지만, 자기 욕망을 따르기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 그를 처단하지 않았죠. 피는 피를 부른다는 속설을 그가 알고 있었던 까닭이겠죠.
엔게디 굴에서 위기를 모면한 사울은 다윗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자신은 악으로 대했는데, 다윗은 선으로 대했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사울은 다윗 쫓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화근이 될 인물임을 알았기에 끝까지 그를 추격하여 없애고자 하죠. 그런데 왜 하필 엔게디에서는 그 추격전을 벌이지 않았을까요. 그저 고마움과 체면 때문일까요. 이 책은 그 해답을 명확하게 내놓습니다. 사울이 거느린 3천 명으로도 능히 추격할 수 없는 그런 굴과 계곡을 갖춘 곳이 바로 엔게디였기 때문이죠.
"헤므론 산은 이스라엘 최북단에 있는 2770미터의 높은 산이다. 이 산에서 내린 이슬이 이스라엘 중앙에 위치한 시온(예루살렘)까지 간다는 것은 전 이스라엘을 덮는 것을 뜻한다. 곧 최북단 가자 높은 곳에서 내린 생명과 같은 은혜가 이스라엘을 온통 에워싸는 것이다."(본문 413쪽)성지에 관한 강의나 이야기를 들으면, 한 번쯤 들었을 법한 헐몬산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곳에 리프트가 설치된 사진을 본 건 이 책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겨울철에 그곳으로 스키를 타러 간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런 스키장으로부터 '생명의 비법'을 터득하고 있다니,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까요. 그곳에 내린 이슬이 샘물을 이루고, 그 샘물이 갈릴리 호수를 지나 사해로 흘러들어가면서 모든 것들을 살리고 풍족하게 한다는 것 말이죠.
이원희 목사가 헤르몬 산을 찾은 것은 단지 그곳만을 소개하기 위함은 아니었습니다. 그곳을 지나 엘리야가 활동했던 그릿 시냇가와 여태껏 베일에 쌓인 사르밧 지역을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성지순례객이라면 갈멜산에 있는 '엘리야의 동상'은 한 번쯤은 봤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르밧은 사람들의 눈에 가려져 있어서 그곳을 찾기란 쉽지 않는 지역이라고 하죠.
그런 그가 하나님의 은총 속에서 해안가를 끼고 있는 사르밧을 둘러봤다고 하니,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요. 그런 감격 때문인지, 앞으로는 성지순례를 할 때마다 사진 한 컷을 더 담기 위해 발버둥칠 게 아니라, 그곳을 통해 전해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사르밧 과부의 그 현장을 둘러보면서 당시의 사르밧 과부가 엘리야에게 제공했던 떡과 기름을 '마지막 남은 마중물'로 해석한 것도, 그런 하늘의 음성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저도 2002년 6월께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처음 밟는 이스라엘과 이집트라 무척이나 낯설었지만 또 그만큼 감격에 젖었습니다. 그때의 감격을 떠올릴 때 생각한 건 그것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성지순례를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는 것. 그런데 개척교회를 하다 보니 그걸 꿈꿀 엄두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 책으로 성지순례를 삼았으니 큰 위로가 됐습니다.
더욱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성지의 지형지물을 익히는 차원이 아니라, 그 속에서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한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광야에서 자라고 있는 '싯딤나무'를 통해 메마른 환경 속에서도 깊은 믿음의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깨닫게 한 게 그것이죠. 그것은 마치 힘들어하는 나를 격려하시는 음성 같았습니다. 참 좋은 책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성지행전> (이원희 씀 | 평단 | 2012.08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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