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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탁회의장에 걸린 건강관련 홍보문
원탁회의장에 걸린 건강관련 홍보문 ⓒ 이승철

며칠 째 계속되고 있는 불볕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9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구 펜싱 경기장)에서 아주 특별하고 색다른 회의가 열렸다. 이른바 '서울시민 복지기준 마련'을 위한 1000인의 원탁회의'가 바로 그것이다.

한낮의 따가운 햇볕 속을 걸어 경기장으로 속속 사람들이 모여든다. 무려 1천여 명, 경기장에 마련된 둥근 탁자에는 10여 명씩의 시민들이 둘러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회의에 앞서 식전 행사로 두 개의 공연이 있었다.

먼저 시각장애인 11명으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의 아름답고 멋진 브라스앙상블 연주가 관중들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서 등장한 B-boy그룹 라스트 포원의 절묘한 기술과 활력 넘치는 공연도 역시 많은 박수를 받았다.

 회의장에 걸린 교육관련 홍보문
회의장에 걸린 교육관련 홍보문 ⓒ 이승철

 회의장에 걸린 주거관련 홍보문
회의장에 걸린 주거관련 홍보문 ⓒ 이승철

회의는 내빈 소개에 이어 서울시의회 의장, 서울시 교육감에 이어 마지막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가 이어져 서울시의 달라진 의전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전에 공개모집하여 시민들로부터 직접 신청을 받아 참가한 1000명의 시민들은 11세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복지기준 설정' 회의장 분위기도 진지하고 열정적

원탁회의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1000명의 시민들은 서울시의 복지정책에 관한 각종사업의 우선순위를 직접 제안하고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참석자들은 먼저 주최측에서 마련한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등 5개 영역에 대한 정책 설명을 들었다. 이어서 각 테이블 별로 새로운 정책대안이나 이미 발표된 정책에 대한 검토를 하고, 테이블별로 한 가지씩 정책을 채택하여 전체회의에 올렸다.

각각의 테이블에서 정책이 제안되고 결정되는 과정은 적극적이면서 사뭇 진지했다. 원탁에 둘러앉은 참가시민들은 자신이 제안한 정책을 간단한 보충설명을 통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돕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복지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그동안의 정책들에 대한 비판의식을 피력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회의장 풍경
회의장 풍경 ⓒ 이승철

 원탁에서 안건 채택을 위한 동그란 딱지 붙이기 투표
원탁에서 안건 채택을 위한 동그란 딱지 붙이기 투표 ⓒ 이승철

상당수의 시민들은 복지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과 시각을 갖고 있기도 했다. 시민들은 제안된 안건들을 심사숙고한 후 동의하는 안건에 동그란 딱지를 붙여 다수의 표를 획득한 안건을 채택하여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전체회의에 상정된 정책들은 다시 5개 영역별로 사회자의 설명과 영상으로 소개 되었다. 영역별 정책 결정은 참가시민 전체의 투표로 결정했다.

전체투표 방식은 개인별로 지급된 무선번호기를 이용해 투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투표 중에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투표가 조금 지연되는 시행착오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꺼번에 많은 무선 투표기가 좁은 공간에서 사용되어 전파혼선에 의한 부작용으로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원탁에 둘러 앉아 진지하게 회의를 하는 모습
원탁에 둘러 앉아 진지하게 회의를 하는 모습 ⓒ 이승철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등 복지 분야 10대사업안 시민들의 제안으로 마련

장애로 지연되던 무선투표기 투표는 곧 정상적으로 진행되었고, 영역별 2가지씩의 10대사업 정책안이 발표되었다.

1, 노인과 청년을 위한 서울형 좋은 일자리 사업
2, 서울형 최저생계비 보장제도
3, 공공 임대주택 확충
4, 청년 신혼부부 자립을 위한 임대주택 우선공급
5,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및 어린이집 수익자부담 절감
6, 돌봄 서비스 질적 향상을 위한 돌봄 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7, 공공병원/보건소(지소)등 공공의료체계 확충
8, 생애 주기별 건강관리, 서민의 건강관리능력 향상
9, 인성교육 강화
10, 공교육강화를 통한 사교육약화(제한)

회의는 장장 4시간 동안이나 진행되었다. 회의가 끝난 시간은 예정시간을 30분 넘긴 오후 5시 30분이었다. 그러나 일부 특별한 약속이 예정되어 있던 몇 사람만이 자리를 떴을 뿐, 대부분의 참가 시민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 서울시 복지정책 참여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기를 보여주었다.

 채택된 서울시민 복지기준 10대 사업안
채택된 서울시민 복지기준 10대 사업안 ⓒ 이승철

국내에선 처음 시도된 천명의 원탁회의, 기대감도 크고 높아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와 도시에서 몇 번 개최되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선 처음 시도된 시민 직접참여 정책개발과 결정 회의, 그것도 무려 1000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번 회의는 참여 열기만큼이나 큰 의미를 갖는 듯 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예산을 더 늘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라면서요"
"언제까지 파이 키우기에만 몰두할 겁니까? 이제 복지예산도 과감하게 확충할 때 아닌가요?"
"서울시에서 시도한 이번 회의 결과가 매우 기대됩니다. 획기적인 일 아닙니까?"

회의에 참가한 몇 명의 시민들이 한 말이다. 이번 회의에 참여한 시민들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복지정책과 예산이 너무 미흡하고 부족하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었다. 내년도부터 달라질 서울시의 복지정책과, 특히 복지 분야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운용에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참가시민들의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원탁회의가 열린 실내경기장 입구
원탁회의가 열린 실내경기장 입구 ⓒ 이승철


#1000인의 원탁회의#올림픽공원#서울시민복지기준# 서울시#시민이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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