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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이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는 가운데 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박정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피켓을 들고 뒷풀이한 것을 두고 딴지를 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익산 여산면에 있는 '가람 이병기 선생 생가'에서 일본으로부터 한글을 지키려고 노력한 이병기 선생을 기리는 악극 공연이 펼쳐져 눈길을 끌고 있어, 지난 11일(토)에 찾아 영상 취재했다.

▲ 가람 이병기 선생 악극
ⓒ 오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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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선생은 1891년 익산시 여산면에서 태어나 1921년에 최두선, 임경재, 권덕규 등이 조직한 학술단체를 만들었고 10년 후에는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던 중 1942년에 일본은 한국인의 말과 글을 없애기 위해 조선어학회의 회원 및 관련 인물들을 강제로 연행하고 재판에 부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를 두고 '조선어학회사건'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때 이병기 선생은 함흥형무소에서 약 1년에 가까운 복역을 한 후, 이듬해인 1943년에 출감해 낙향, 농사와 함께 더불어 고문헌 연구에 몰두했다.

이병기 선생은 살아 생전에 "언어는 민족의 기본이고, 문화의 중심은 말과 글일쎄. 나라는 사라질 수 있지만, 민족은 사라지지 않지. 그러나 언어가 망하면 결국 민족도 망하는 것이여"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 6월 9일부터 가람 이병기 선생 생가(익산시 여산면 원수리 573번지)에서 어린 학생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들까지 우리 말과 글을 지키는 일에 혼신을 다한 이병기 선생의 삶을 연극과 춤 그리고 우리의 소리 등 악극형식으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무성영화시대에 극의 진행과 등장인물들의 대사 등을 관객들에게 설명해 주던 변사를 등장시켜 배우와 관객을 하나로 이어줘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으며 마당극과 같은 형식으로 배우들의 표정과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생동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악극공연의 한장면 일본 순사가 가람 이병기 선생에게 한글을 가르치지 말라고 호통치며 구타하고 있는 장면
▲ 악극공연의 한장면 일본 순사가 가람 이병기 선생에게 한글을 가르치지 말라고 호통치며 구타하고 있는 장면
ⓒ 오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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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병기 선생이 어렸을 때 다녔던 여산초등학교 후배인 5학년 아이들도 악극에 참여해 감초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악극이 처음인 아이들과 오랜만에 접하는 어르신들도 눈을 떼지 못하며 빠져들고 있었다.

일본에 의해 우리 말과 글이 사라질 뻔한 위기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가람 이병기 선생. 깊어가는 여름밤과 다가오는 가을밤에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이 악극을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는 것,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악극 공연 책임자인 이도현 익산연극지부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문학자이며 '난초'라는 작품이 국어책에 소개될 정도로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나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악극을 보며 많은 사람이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애를 기억하고 자주 생가에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 앞서 오후 3시부터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난초그리기, 제기만들기, 가람시조 배우고 읊어보기, 삼행시 짓기 등)이 진행되고 익산역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생가까지 무료로 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10월 27일까지 펼쳐진다. 하지만 우천시에는 취소된다.

덧붙이는 글 | 익산시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가람 이병기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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