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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석훈 선대인의 누나를 위한 경제> 책 겉표지
<우석훈 선대인의 누나를 위한 경제> 책 겉표지 ⓒ 시사IN북
첫 회를 한 번 들어본 것 같습니다. 팟캐스트 방송<나는 꼽사리다>를 말이죠. 그때 <나는 꼽사리다>는 한미FTA에 대해 적나라하게 짚어줬습니다. 경제에 대해 문외한인 저도 쉽게 이해할 정도였으니까 정말로 실감이 났죠.

김미화씨가 질문을 던지면 우석훈씨와 선대인씨가 대답을 했죠. 김용민씨도 약방의 감초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쏟아냈고요. 그 중 기억나는 한미FTA 이야기를 더듬어 보면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버스와 경전철에 해당되는 부분에 대해선 ISD(투자자-국제 소송제) 안 간다고 협정문에 쓰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우석훈씨와 선대인씨는 그게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부분을 조항에 삽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미국 기업은 그걸 걸고 넘어질 수 있고, 점차 그걸 잠식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뜻으로 해설했습니다. 물론 그 몫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고 덧붙였고요.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의료계와 금융상품도 마찬가지라고 했죠.

그런 상황인데도 왜 주류 언론은 잠잠했을까요. 사실 그것도 궁금했습니다. 주류 언론에서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주지 않기 때문에 <나는 꼽사리다>가 나섰던 게 아닐까요. 그 부분은 한 건당 100억 원 정도 받고 일한다는 미국의 '로비스트'들의 활동과 14조에 달하는 미국 쪽 무기구입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우석훈 씨의 입장에 공감이 갔습니다.

경제권력의 교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권력의 교체는 있었지만 경제권력의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래요. 그러다 보니 기본적으로 관료한테 휘둘리죠. 새로운 정책 방향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갖지 않으면 휘둘릴 수밖에 없어요. 이게 <나는 꼽사리다>를 만드는 취지이기도 해요."(<우석훈 선대인의 누나를 위한 경제> 85쪽)

우석훈 외 네 명이 쓴 <우석훈 선대인의 누나를 위한 경제>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 책은 1회부터 7회까지 여태껏 방송한 <나는 꼽사리다>의 대본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그래도 중구난방으로 흘러가지 않고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구성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황덕창씨의 몫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책에는 앞서 말한 대로 한미FTA '재앙'을 비롯해 가계부채 '폭탄', 삼성 '제국', 청년 '지옥', 모피아 '악질', 물가 '비상', 아파트 '추락', 세계경제 '위기', 룸살롱 '음습', 그리고 골프장 '끔찍' 등 모두 열 가지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개발 국가일 때 못사는 건 그냥 빈곤이죠. 그런데 상당한 부자가 됐는데, 정부가 경제운영을 잘못해서 다시 빈곤현상이 생기는 걸 신빈곤이라고 해요. 지금 우리가 전형적인 신빈곤 현상의 일반화 단계로 들어가 있는 거니까, 정말로 줄일 건 줄여야죠."(본문 92쪽)

가계부채 '폭탄'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큰 이유는 정부가 나무의 가지치기를 잘 못 하는 이유라고 하죠. 일본의 전철을 피하자고 하는데도, 정부는 똑같이 따라간다고 합니다. 그래도 국민 개개인은 정부와 언론을 믿지 말고 스스로들 빚을 줄여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집을 살 때 콩나물 사듯 접근해야 한다는 것, 가계부채 다이어트 중에 사교육비를 줄일 것, 그리고 너무 많이 들고 있는 보험들도 줄이도록 요구하는 게 그것이죠. 다른 건 몰라도 집값 올리자는 정권은 앞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서지 않는다고 하니, 자기 소득 범위 안에서 판단하는 게 가장 현명한 처사라고 이야기합니다.

삼성이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닌 이유

"우리가 꼽사리라고 이야기하는 게 그거잖아요. 재벌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는 1%, 특히 삼성 재벌 같은 데가 오히려 99% 국민을 등쳐먹는 꼽사리 인생인 거죠."(본문 121쪽)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이들은 우리나라가 '삼성 공화국'인 이유를 적나라하게 밝혀줍니다. 이들에 말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에서 중앙정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장악이 끝났다고 하죠. 이제는 평창과 새만금 등 지역정부까지 장악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인천광역시 정책 자체를 삼성이 쥐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고향 후배가 삼성에 취직했을 때 동네에서는 큰 잔치를 벌였죠. 마치 국가고시에 합격이라도 한 듯 말입니다. 그 후배의 부모님들도 동네방네 떠들면서 줄곧 자랑을 늘어놓았고요. 어쩌면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 초일류기업에 들어갔으니, 장래를 보장받은 셈이라고 말이죠. 헌데 이 책을 보니, 삼성이 결코 좋은 기업이 아니란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절대로 국민의 편에 서 있는 기업은 결코 아니란 사실을 말이죠.

"1970년대는 62%. 그러니까 박정희 정권 때는 GDP랑 비교해서 국민경제 절반 이상이 지하경제였던 거고, 전두환 정권 때는 37%, 1990년대 24%. 2000년대는 18%니까 많이 좋아지긴 했죠.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김대중-노무현 정부 거치면서 지하경제가 계속 줄어들다가, 현 정부 들어와서 지하경제가 다시 커졌어요. 줄어드는 게 정상인데 커지고 있더라고요."(본문 308쪽)

룸살롱 '음습'에 관한 내용입니다. 뭔가 음성적으로 돈을 쓰고, 그에 따라 유흥업과 매매춘과 깡패들도 덩달아 늘어났다고 하죠. 박정희 정권 때는 절반 이상이 그런 돈에 쓰였다는데, 지금은 또다시 올라가고 있는 수치라고 합니다. 이들이 이야기는 바에 따르면, 4대강 사업비로 들어간 22조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그 밑으로 들어갔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건설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환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하죠. 그쪽 출신인 대통령도 전혀 모를 리가 없고요.

이 책이 <나는 꼽사리다> 에피소드1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에피소드2와 3도 나오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물론 정부가 새롭게 바뀌고, 새로운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료들까지 바뀐다면, 그래서 정말로 내수가 살아나고 삼성공화국과 같은 대기업 위주의 수출보다 중소기업 위주의 수출이 되살아난다면, 아마도 에피소드2와 3은 나오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도 그런 바람을 품고 있는 게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우석훈 선대인의 누나를 위한 경제> (우석훈·김미화·김용민·선대인·황덕창 씀 | 시사IN북 | 2012.07 | 1만3000원)



우석훈 선대인의 누나를 위한 경제

우석훈.선대인.김미화.김용민.황덕창 지음, 시사IN북(2012)


#나는 꼽사리다#에피소트 1#룸살롱 '음습'#삼성공화국#가계부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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