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이야기를 쓴 지가 꽤 되었습니다. 잠시 흰소리 좀 하지요. 제가 부부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민운동을 하다 보니,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모든 사회문제의 근원은 가정이다. 가정이 화목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세상이 건전하다.'이유는 간단합니다. 이혼 등 가정불화는 한 부모 가정과 자녀문제 등 많은 갈등을 낳기 때문입니다. 그래 부부 이야기를 통해 사회문제의 근본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휴가를 맞아 '생명회의' 회원들과 함께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윤선도 유적지인 해남 녹우당과 보길도 세연정을 거쳐 진도, 가사도 등지를 유랑하였습니다. 이 동안 천운인지 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동안 폭우로 인해 군산, 서울 등지는 큰 피해를 당했더군요. 피해를 당한 분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여행길에서 배우고 느꼈던 일들은 차차 쓰기로 하지요. 이강우(53)·박미선(45) 부부의 이야기부터 풀기로 하겠습니다.
자부심에 찬 여인의 한 마디 "내 남편이에요!"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 바다 풍경 감상을 위해 20여 명이 차에 올라 가파른 길을 탔습니다. 길 양쪽 비탈길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해안선에 취해 차를 잠시 멈추고 주지도와 양덕도 등 다도해 풍경을 보는 사이 이강우씨가 한 아름 꽃을 따 들고 왔더군요.
그의 손에 들린 꽃은 진도 등지에서만 볼 수 있다는 노란 원추리와 보라색 도라지였습니다. 일행 중 여자가 과반수였던 터라, 그의 아내와 다른 여자들 사이에서 망설일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꽃을 누구에게 줄까?'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아내 박미선씨에게 꽃을 건넸습니다. 부러움에 가득 찬 여성들의 환호성이 터지고, 꽃을 받은 그녀는 함빡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자부심에 꽉 찬 한 마디가 나왔습니다.
"내 남편이에요."여자들은 '헌화가' 같은 광경에 "와~, 부럽다. 와~ 멋있다"며 시샘을 드러냈습니다. 시샘을 의식했는지 박미선씨가 겸손의 한마디를 내뱉었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넘어갈게요. 대신 이 남자랑 살아, 말아 고민했는데 꽃을 받았으니 고민은 이 시간부터 내려놓도록 하겠습니다."예상치 못했던 깜짝 이벤트는 부부생활 중 고민을 해결하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여자의 로망을 적절하게 보듬은 게지요. 그 틈을 비집고 옆에서 결정적 한마디가 터졌습니다.
"아내에게 대접받으려면 남편들도 아내를 위한 이벤트를 종종해야 해요."남자들의 기대치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한마디
부부의 정을 지켜보던 남자들도 부러운 시선이었습니다. 잠시간의 침묵을 깨는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해수욕장에서 저 부부를 쭉 지켜보았다. 아내가 남편 옆에서 하나하나 수발드는 걸 보고, 내 아내를 데려오려고 했다. 남편 시중드는 것 좀 보고 배우라고."그는 남자들의 아내에 대한 로망을 진솔하게 밝혔습니다. 남자들은 그의 말에 웃음으로 '맞아'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것도 잠시, 그가 남자들의 기대치를 여지없이 무너뜨렸습니다.
"그런데 안 되겠다. 꽃을 꺾어 아내에게 주는 걸 보니, 남자로 대접받는 이유가 따로 있었네. 난 닭살 돋아 이벤트 같은 거 못한다. 아내에게 대접받을 생각은 말아야겠다."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이치였습니다. 부부뿐 아니라 세상사 인간관계가 상호작용의 결과임은 분명합니다. 작은 것에 감동하는 아내들의 마음을 가슴으로 안아야 남편으로 대접받는 이치였습니다. 아내에게 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