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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지부장 민기·이하 노조)가 회사와 잠정 합의한 2012년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안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노조는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노사 잠정합의안이 조합원들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되기는 노조 40년 역사상 처음이다.

노조는 16일과 17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율은 94.1%로 높았지만, 잠정합의안 찬성률은 18.7%(2485명)에 그쳤다. 무려 조합원은 1만667명(81.3%)이 반대표를 던졌다.

 한국지엠 2012년 임ㆍ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한국지엠 2012년 임ㆍ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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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합의안 압도적 부결, 노조 40년 역사상 처음

조합원이 가장 많은 부평공장(5846명)의 경우 다른 공장에 비해 매년 잠정합의안 찬성률이 높았다. 그러나 올해 찬성률은 18.4%에 그쳤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임·단협에 참여한 사무지회 조합원의 찬성률은 8.4%로 머물렀다. 잠정합의안에 반대한 81.3%는 올해 임·단협 쟁의행위 결의 찬반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84.2%와 거의 비슷하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 40년 역사상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경우는 다섯 번이다. 대부분은 찬성과 반대가 간발의 차이로 부결되거나, 임금문제 등으로 부결됐다. 쟁의행위에 찬성한 절대 다수의 조합원들이 잠정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라, 노조는 충격에 휩싸였다.

노조 관계자는 "일부 현장 활동가 조직과 사무지회에서 잠정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유인물을 배포해 반대 여론이 있을 것으로 알았지만, 이렇게 반대 여론이 높을 줄은 몰랐다"며 "대응책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장 활동가 조직에 몸담고 있는 한 조합원도 "우리는 (잠정합의안) 찬성률이 30~40%는 될 줄 알았다. 하지만 18.7%에 그쳤다. 우리도 충격이다"라며 "민기 집행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13일 열린 25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예년 임·단협 협상과 비교할 때 임금 부분 등은 무난했다는 평가다. 잠정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8만56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격려금 300만 원(사무직 조합원은 실무협의 결과에 따라 타결 즉시 지급)과 성과급 500만 원(사무직 조합원은 '사무직 임금체계 개선위원회'에서 논의) 지급 ▲출산 전후 휴가 90일 인정 등이다.

또한 사회적 이슈가 된 '주간 연속 2교대제'에 대해서도 노사 공동의 '2교대제 추진위원회'를 별도 구성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추진위원회는 근무 형태·임금 보전 방안 등을 논의하고 시행 방안을 마련해 내년 1분기에는 주간 2교대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노조는 '신입사원 연월차 차별철폐'를 얻어냈다.

기대 컸던 조합원들, '민기 집행부'에 실망

올해 한국지엠 임·단협 협상의 핵심 쟁점 사항은 금속노조 공통 요구 사안인 '심야노동 철폐'를 위한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비롯해 신입사원 연월차 차별 철폐, 사무지회 단협 적용, 공장 발전 전망 제시 등이었다. 이중 얻은 성과는 신입사원 연월차 차별 철폐에 그쳤다.

한국지엠 사무지회는 '생산-사무직' 노조의 통합에 따라 현장 조합원에게 적용되던 기존 단협 사항을 사무직에도 적용할 것과 성과급제 철폐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비롯한 다양한 투쟁을 전개해왔다.

이로 인해 올해 쟁의행위 찬성률은 현대·기아차노조보다 훨씬 높았다. 2000년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반대투쟁 이후 10여 년 만에 조합원 4000~5000명이 모여 임·단협 전진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기 집행부가 도출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사무지회의 요구는 대부분 반영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퍼졌다. 현장 활동가 조직들도 잠정합의안을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했으며, 사무지회 대의원과 집행부 공동 명의로 잠정합의안을 반대하는 성명서가 14일 발표되기도 했다.

사무지회는 성명을 통해 "올해 임·단협에 최선을 다했고, 현장조합원뿐 아니라 사무직 노동자들도 투쟁에 대한 열정이 높았다"고 한 뒤 잠정합의안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무지회 관계자는 "잠정합의안이 예쁘지 않아 반대 여론이 높다는 것은 알았지만, 현장에서조차 잠정합의안에 대해 반대 의사가 월등히 높을 줄 몰랐다. 우리도 예상을 못했다"며 "현재 이번 결과에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개최된 '2012 임ㆍ단투 한국지엠지부 전진대회' 모습.<사진제공ㆍ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
 지난달 18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개최된 '2012 임ㆍ단투 한국지엠지부 전진대회' 모습.<사진제공ㆍ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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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조합원 기대에 못 미쳐"... "이럴 때일수록 단결해야"

민기 집행부는 올해 임·단협 전진대회 등을 통해 노조의 4대 요구안과 관련해 한 발도 물러 설수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조합원들이 잠정합의안을 거부했다. 이번 결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예상된다.

조합원 박아무개씨는 "잠정합의안에 대해 사무지회뿐 아니라 생산직 조합원들도 반대 여론이 높았다. 찬성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민기 집행부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답은 조합원에게 있다. 소통하고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 활동가 조직에 참여하는 정아무개씨는 "매번 고용 불안을 겪는 조합원들은 장기 발전 전망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어 고생한 사무직 조합원들은 성과급제 폐지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며 "휴가 전에는 장기투쟁을 준비한다고 하더니, 휴가 후 바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컸다"고 이번 결과를 분석했다.

또한 다른 조합원은 "올해 임·단협 분위기는 80~90년대였다. 임금 몇 푼 더 받겠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민기 집행부가 다시 조합원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 뒤 "노노 갈등을 보인 상황에서 회사가 과연 집행부와 제대로 협상할지도 걱정이다. 이런 때일수록 단결해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지엠, #한국지엠 임단협, #쟁의행위, #금속노조, #사무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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