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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토요일 새벽 1시 40분경 현대차 경비대로부터 집단 테러 당한후 시내 모 병원에 입원 치료중에 있는 두 비정규직 노조 상집 간부.
 18일 토요일 새벽 1시 40분경 현대차 경비대로부터 집단 테러 당한후 시내 모 병원에 입원 치료중에 있는 두 비정규직 노조 상집 간부.
ⓒ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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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입니다. 지난 2000년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 들어가 10여 년 일해 왔는데 갑자기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자 신세가 됐습니다.

그렇게 2010년 3월 중순경 현대차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하고 나니 마땅한 직업을 찾기도 힘들었습지다. 귀농도 해보려 했으나 그것도 농사에 대해 뭘 좀 알아야 하고 목돈도 있어야 가능했습니다. 가족과 먹고 살려고 이일 저일 전전하며 살다가 희망이 될 만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으로 노동자를 사용해왔다. 원고 최병승은 이미 현대차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

2002년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1공장에 입사해 다니다 2004년 비정규직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당한 소송원고인 최병승씨에게 그같은 판결이 대법원에서 내려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청업체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여서 해당이 되려나 싶었습니다. 변호사의 설명회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제 사정을 이야기 하니 변호사는 "하청업체가 불법파견이므로 하청업자에게 제출한 사직서는 무효입니다"라는 희망적 답변을 했습니다.

저는 다시 금속노조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조에서 진행한 집단소송에도 참여했습니다. 가족 생계를 위해 자주는 못 가지만 가끔 큰 집회에도 참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3일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나니 더 큰 희망이 생겼습니다. 불법파견이고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만큼 저도 최병승씨와 같이 정규직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희망 말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난 지 2년이 지났고, 최종판결이 난 지도 6개월이나 지났지만 현대차는 최병승씨에게조차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다 현대차는 수차례 정규직화 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에게 가리지 않고 폭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현자노조 수석부위원장을 폭행하더니 얼마 전엔 사내에서 1인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현대차 경비대에 의해 폭행당하며 끌려나가기도 했습니다.

18일 토요일 오전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소식이 궁금해서 홈페이지를 방문했습니다. 거기에 또 누군가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이번엔 또 무슨 이유로 현대차 경비대가 비정규직 노조 간부를 폭행했을까요? 비정규직 노조 상집간부가 입원해 있다는 시내 모 병원으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한 사람은 조직부장직을 맡고 있는 김성욱씨였고, 또 한 사람은 이진환 선전부장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목 보호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얼굴엔 별 표가 나지 않았지만 걸음걸이가 많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저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아가며 어떻게 된 사연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갑자기 날아든 주먹... "그건 살인미수예요"

"17일 밤 선전물 작업을 하고 18일 새벽 1시 30분경 현자노조 열사회에 가서 사진을 넣고 마무리 작업을 하려 했었어요. 초저녁부터 이상하긴 했어요. 무전기를 들고 다니는 경비가 여럿이었고 그들은 수시로 어디론가 무전을 하면서 노조 사무실 앞을 왔다갔다했어요. 저는 그저 경비가 강화됐다고 생각했죠."

김씨와 이씨가 같이 열사회 사무실로 가서 문을 열려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부르더랍니다. 돌아보는 순간 갑자기 주먹이 날아들었다고 합니다. 뒤로는 30여 명의 현대차 경비가 몰려와 있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얼굴로 뭔가가 확 오더라고요. 피할 겨를도 없이 맞고는 앞으로 고꾸라졌지요. 그랬더니 내 목을 휘어 감고는 꽉 조였어요. 목을 감아도 숨은 쉬게 해야 하잖아요. 숨도 못  쉬게 너무 꽉 조여서 죽을 것 같았어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그건 살인미수예요. 또 노조활동에 대한 테러예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한 경비는 이내 자신의 목을 휘어감고 놔주지 않더랍니다. 그리곤 다른 경비 두사람이 양팔을 잡고 끌고 갔다고 합니다.

"이미 치밀하게 계획된 거 같았어요. 얼굴을 때리고 목을 휘감고 양팔을 잡는 일이 순식간에 진행되었어요. 그리고 경비대가 우릴 납치폭행할 때 쓰는 스타렉스 승합차가 있는데 그게 앞에 대기 중이었어요. 우린 바로 태워졌고 차안엔 6명의 다른 경비가 앉아 있었어요."

강제로 차에 태워진 두 비정규직 노조 간부는 그 새벽에 정문을 통과해 어디론가 가더랍니다. 가고보니 그곳이 바로 동부경찰서였다고 합니다.

"경비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릴 잡아가면서 그랬어요.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라고요."

경비들은 스타렉스 경비대 차량에 강제로 태운 후엔 (경비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더이상 때리지 말라 했으나) 휴대폰은 강제로 빼앗았답니다. 동부경찰서에 도착한 현대차 경비대는 10분 가량 차를 세워두고 대기 시켰습니다. 그들은 먼저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더니 두 사람을 끌고 들어가 경찰에 인계했습니다. 현행범으로 체포해 왔다면서요.

하지만 두 비정규직 노조 간부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갔는데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갔습니다. 경비팀장이 내세운 현행범 체포 내용은 '공장불법점거'라 했는데 열사회 사무실은 현대차 정규직 노조에서 관리하는 곳으로 이미 사용이 허락된 곳입니다.

경찰은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비정규직 노조 간부는 폭력과 불법간금·납치에 대해 즉시 고소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을 강제로 납치해 끌고갔던 경비대 직원들은 모두 조사를 받았습니다. 우습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상황이 전개된 것입니다.

경찰과 함께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은 두 사람은 현재 시내 모 병원 병실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한 사람은 머리를 많이 맞아 머리가 아프다 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옆구리와 허리가 많이 아픈 상태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뼈에 이상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되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 중에 이런 말이 들렸습니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어 이렇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하고 납치당해야 해요? 대법원 판결난 후에 그 판결문에 나온 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것뿐이잖아요."

'현대차는 언제까지 폭력으로 노사관계를 유지하려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태그:#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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