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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가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가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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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는 이번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가 바꾸네'라는 구호로 개혁·쇄신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경선 중 터진 뇌물공천 사건 등에 대한 박 후보의 대응을 보면 '과연 바꿀까'라는 의문만 남는다. 

이런 의구심을 자아내는 가장 큰 사건은 뇌물공천 의혹사건이다. 박 후보의 측근인 현기환 전 의원이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비례대표 공천을 줬다는 의혹이 터졌고, 박 후보는 이에 대응하면서 개혁과 쇄신은커녕 수세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사건이 터지고 정치적 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현기환 전 의원 연루 시 황우여 대표가 사퇴한다'는 데 합의했다.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천위원으로 임명한 현기환 전 의원의 비리에 대해, 당시엔 아무 상관도 없는 황 대표가 책임지는 이상한 합의가 이뤄진 것. 사건 당시 당의 최고책임자였던 박 후보는 "나는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로 비박 후보들의 공세를 비껴가는 데에만 급급했다.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할 새누리당 진상조사위원회가 지지부진한 모습도 박 후보의 개혁·쇄신 이미지를 갉아먹었다. 진상조사위는 제대로 된 조사도 한 번 못하고 끝날 위기다. 임태희 후보측 조사위원은 사퇴해 버렸고, 경선이 끝난 뒤 각 후보 측 조사위원들이 계속 참여할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된 건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에 대한 조사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 두 사람의 제명을 서둘러 처리해 버렸고 이 두 사람은 이제 당원이 아니다.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자고 각 후보 측 위원을 포함한 진상조사위를 꾸려놓고, 조사대상자를 제명해 조사가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당 내 비리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개혁보다는 흐지부지 덮어버리는 '한나라당식 구태'가 재연된 것이다.

'시스템 공천' 실패 자인... "국민만 보겠다"더니 

4.11총선 당시 거액의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이 지난 3일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해명한뒤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4.11총선 당시 거액의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이 지난 3일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해명한뒤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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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공천 사건은 단순히 현영희 의원 공천과정뿐 아니라 4·11 총선 새누리당 공천 전반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지난 1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스템 공천'이 쇄신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7개월 뒤 뇌물공천 사건과 관련해 "다시는 우리 정치에서 공천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더욱 철저하게 시스템화해서 개혁해 나가겠다"고 한번 더 약속했다. 4·11 총선 때 '시스템 공천'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박근혜표 시스템공천'은 총선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총선 뒤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공천해 당선된 문대성 의원은 논문표절로, 김형태 의원은 제수 성추행 의혹으로 국회의원 사퇴 압박을 받다가 탈당했다.

여기에 현영희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도 시스템에 의한 게 아니라 '돈과 사람에 의한' 공천이었다는 정황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시스템에 의한 평가가 아니라 박 후보가 신임하는 측근이 공천의 중심을 잡고, 이 측근에 준 뇌물로 결정된 공천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천 전반에 대해 확산되고 있는 것.

김문수 후보를 비롯한 비박 후보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공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후보의 책임을 거론했다. 지난 14일 MBC <100분토론>에서 이 같은 공세를 당한 박 후보는 "(당신은) 새누리당 당원이 아니냐" "당원으로서 금도를 넘는 것 아니냐"는 말로 반격했다.

4·11 총선 때부터 경선 내내 "저 박근혜,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라고 각종 연설을 마무리했던 박 후보가 자신의 책임 문제에 대해선 민심의 잣대가 아닌 '애당심'과 당 내 논리로 대응한 것이다. 비리 문제에 대해 박 후보가 수세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역시 "박근혜가 바꾸네"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한다.

5·16 옹호로 버티다가 역사관에 의구심 불러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대통령 내외 묘역에서 열린 고 육영수씨 38주기 추도식에 동생 지만씨와 함께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대통령 내외 묘역에서 열린 고 육영수씨 38주기 추도식에 동생 지만씨와 함께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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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에 당 내 후보끼리 겨루는 대선후보 경선은 본선에 오를 후보에 대한 각종 문제가 미리 제기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전초전이기도 하다. 이 전초전에서 제기된 의혹과 비판에 대해 잘 대응하면 본선에선 더 이상 얘깃거리가 안 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후보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5·16 군사 쿠데타에 대한 박 후보의 평가다. 박 후보는 경선 초기 "5·16은 아버지로선 불가피했던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가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박 후보는 "(5·16에 부정적인 이들과) 역사인식을 달리하는 50% 넘는 국민들도 잘못됐으니 버리자는 얘기인가"라고 버티다가 "그게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끝내 전향적인 평가를 내놓는 것엔 주저하면서 이후 대선 본선에서 상대 후보가 공세를 펼 여지를 남겼다.

이뿐 아니라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새롭게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이 구체화되면서 재조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도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 문제에 대한 상대 후보의 파상공세를 예고한다.


태그:#박근혜,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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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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