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과 친필이 새겨진 표지석이 독도에 세워졌다. 경상북도가 광복절을 맞이해 표지석을 세우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필을 요청한 것. 독도에 대한 영유권 천명과 대통령의 의지 표출이라는 의미에서 야심 차게 추진된 일이었지만 이 일이 지금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표지석이 있던 자리에 원래 다른 조형물이 있었고, 그 조형물을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울릉군이 세웠으며, 표지석을 세우게 되자 제작자에게 통보 없이 일부만 무단 철거한 뒤 표지석을 세웠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 아이튠스에서 <이털남> 듣기☞ 오마이TV에서 <이털남> 듣기문화재청 허가도 없었는데 세워진 조형물
지난해 여름, 독도에 국기게양대와 함께 좌대, 호랑이 조형물 등이 설치됐다. 이를 디자인·설치한 홍민석 작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강력하게 반발, 다음 아고라에 사정을 설명하며 철거를 요청하는 청원 서명글을 올렸다. 이에 네티즌들의 서명은 줄을 이었다. 20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한 홍 작가는 "내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며 "또 철거나 복구 이전에 (그들의) 예의나 존중에 대해 너무 많이 실망했다"고 밝혔다.
홍 작가는 지난해 7월 정부로부터 국기게양대와 함께 독도 조형물의 건립을 제안받았고, 독도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해 심혈을 기울여 조형물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다. 조형물의 설치를 문화재청에서 허가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울릉군은 이를 무시하고 국기게양대를 포함한 조형물을 독도에 설치했고, 홍 작가는 이러한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홍 작가는 "(조형물이) 불법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 작품을 일부는 철거하고 일부는 남겨놓느냐"며 "(통지 없이) 내 작품을 바닥으로 쓰고 비석을 올려놓은 사진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홍 작가가 디자인한 조형물에서 국기게양대와 호랑이 조형물 아래에는 태극 문양을 형상화한 좌대가 있었는데, 경북도청은 이 좌대를 조금 수정해 이 대통령 친필이 새겨진 표지석의 바닥으로 썼다고 한다.
"많은 분들의 지지, 큰 힘이 됐다"
물론 호랑이 조형물은 정부가 계약을 통해 홍 작가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소유권을 양도받은 공공물이지만, 조형물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인 이상 그 변형이나 훼손은 작가의 허락 없이 진행할 수 없다. 홍 작가는 "내 작품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은 것인지 예술에 대해 무지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아무것도 모른 채) 불법조형물 제작자가 돼버린 상태에서 조형물이 반 토막 나 있는 게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전 통보도 없었던 데다가 자신의 작품이 하찮은 취급을 당한 것 같아 상심이 컸다는 이야기.
한편, 홍 작가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서명해주실 줄은 몰랐다"며 "많은 힘이 됐다"고 밝혔다. 홍 작가 역시 '대통령 이름의 무게'도 이해하고 사인 한 사람의 영향력이 미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 이어 홍 작가는 "경상북도로부터 연락이 오면 응할 것"이라며 "철거를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이런 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리고 내 작품을 마음대로 처리한 정부부처 관계자들의 생각이 맞는지, 내 생각이 맞는지 공정하게 판결받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