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우리나라 부모들 가슴을 옥죄는 단어입니다. '못 배운 것이 얼마나 한이 되는 줄 아느냐면서 내가 밥은 굶어도 너는 반드시 공부시키겠다'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들 마음입니다. 지난 1일 한국교육개발원은 '사교육비 추이 및 추세 분석' 보고서에서 2000년 소득상위 10%는 월 16만5339원을 사교육비로 썼는데, 2010년에는 38만2092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소득하위 10% 가정은 2000년 월 2만6348원에서 2010년 2만6122원이었습니다.
갈수록 사교육 양극화가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교육비는 아니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재산이 56억3731만 원(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선관위 신고액)이지만 딸 등록금때문에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고 강변했었습니다.
사교육을 시켜 대학에 보내도 등록금이 아이들만 아니라 어른들 등골을 휘게 합니다. 아이가 셋입니다. 솔직히 지금부터 걱정입니다. 큰 아이가 중2, 둘째는 중1, 막둥이가 초등5학년입니다. 큰 아이 기준으로 하면 5년 후 등록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라"는 말씀이 있지만 셋이 한꺼번에 대학에 들어가면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등록금 걱정하면 아이들 사교육비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답부터 말하면 저는 아이들 사교육을 시키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시킨 것은 방과후 학습입니다.
불안하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성적이 상위권이니,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하겠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큰 아이는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학업을 포기했는지 묻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나름대로 혼자 공부를 잘하고 있습니다. 성적과는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자하는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적에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잘하면 좋겠지만 자기 나름대로 하는 데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럴 때 책 한권을 읽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2009년 11월에 펴낸 <아깝다 학원비!>였습니다. <아깝다 학원비>는 사교육비로 고통받는 부모, 혹시 내 아이만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뒤떨어지 않을까?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괜히 불안감에 떠는 부모들에게 좋은 안내자입니다.
1. 학원에 보냈더니 성적이 오르던데요? 2. 아이가 원해서 학원에 가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3. 학교 수업만 어떻게 믿어요? 학원은 개별 지도를 하잖아요 4. 맞벌이 가정은 학윈 외에 대책이 없어요 5. 학원에서 선행학습하면, 학교 진도 나갈 때 효과 있지 않나요? 6.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라 선행학습이 필요하겠죠? 7. 영어 교육은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닌가요? 8. 요즘 초등학생들의 단기 조기유학이 필수라던데요? 9. 영어에 대한 흥미를 길러주기 위해 영어 캠프를 보내면 좋다면서요. 10.특목고에 가려면 학원의 로드맵을 무시할 수 없잖아요? 11.일단 성적을 올려놓으면 진로 선택에 유리하지 않을까요? 12.안정적이고 잘 나가는 직업을 목표로 공부하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잖아요?목차를 보면 이 시대 학부모들 거의 모든 궁금증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사교육 전문가 22명은 이를 하나씩 반박하면서 <아깝다 학원비>를 펴냈습니다. 학원들로서는 펄쩍 뛸 일이지만 31쪽짜리 작은 책이 사교육때문에 고통 당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생명줄'처럼 보입니다.
"선행학습은 효과없는 진도경쟁입니다"
올해 마흔일곱인 저는 학교 다닐 때 '선행학습'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선행학습'은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창의력 수학 학원관계자는 "3개월 이상 선행학습은 효과가 없습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원들은 초등 6학년은 중1, 중2도 배웁니다. 심지어 어린이집 학원차도 '5살 선행학습'이라는 글귀를 붙이고 다닙니다. 하지만 학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학원들은 미리 공부를 해두고 학교에 가면 예습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예습이라는 것은 해당 영역에 대한 원리와 탐구심을 키워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학원 선행학습은 문제 풀이 중심이에요. 많이 양보해서 3개월 선행은 예습 효과가 있다고 보더라도, 대부분의 학원은 6개월, 1년, 심지어 2-3년씩 엄청난 선행을 하고 있죠. 미리 수년 전에 배워 놓으면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이 없어요.솔직히 2~3년 더 빨리 배운다고 성적이 오르릴가 없습니다. 아니 다 까먹습니다. 학습효과가 아니라 학습방해가 되는 것입니다. 특히 학원 공부가 '구경하는 공부'가 된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본다고 박지성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프리미어리그 본다고 박지성 되나요?"학원에서는 "학원에서 미리 선행하고 다음에 학교에서 진도를 나가고, 시험 기간 동안에 또 한 번 시험 대비 문제를 풀면 최소 3회를 공부한 셈이나.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틀린 말입니다. 복습의 핵심은 혼자서 스스로 하는 것이에요. 학교에서 구경하고, 학원에서 또 여러 번 구경하는 '구경하는 공부'는 자기 것이 될 수 없어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열심히 본다고 해서 '박지성'이 되나요?-(박재원 비상 공부연구소 소장)40대 이상은 선생님들이 '예습'보다는 '복습'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아깝다 학원비>는 "복습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공부를 잘하는 데는 '복습'과 '공부 기술' 그리고 '성실성', 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자녀가 천재가 아닌 이상, 복습을 중심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복습은 학원을 가지 않아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사교육비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선행학습입니다. 허리가 휠 수밖에 없습니다. 학원 영어강사를 지냈던 사람은 "학원 관계자들일수록, 자녀를 학원에 안 보낸다"고 합니다. 괜히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학원 관계자들끼리 그런 이야기 해요. 학원 강의가 도움이 되는 아이들은 상위 10%고, 나머지 반은 하나 마나, 나머지는 오히려 해로운 아이들이라고요. 그렇다고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워요. 그렇게 할 경우, 동네에서 '후진'학원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죠. 그래서 많은 학원 관계자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아요. 참 아이러니하죠. -본문에서"학원 뺑뺑이는 최악의 선택"
아이들이 학원을 두 세개 정도 다닙니다. 그 아이들 보면 참 불쌍합니다. 학교 공부 마치고 바로 학원행입니다. 피아노, 수학, 영어, 태권도 학원을 갔다가 늦게 집으로 돌아옵니다.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합니다. 하루 종일 공부밖에 하지 않습니다.
"전업주부에 비해 맞벌이 부부는 자녀 교육에 관한 한 핸디캡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게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전업주부의 경우 자칫 엄마 주도로 자녀를 관리하게 되죠. 이에 비해 맞벌이 가정은 아이가 시간 관리와 학습관리에서 독립적으로 시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핸디캡을 장점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론 학원 뺑뺑이 돌리는 것은 어느 경우든 최악이죠."-본문에서 학원 뺑뺑이 돌며 공부하면 정말 성적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은 점점 잃어 버립니다. 얼마 전 한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그 분이 하는 말은 요즘 아이들은 책을 읽고 리포트를 내라고 하면 "교수님 요약 정리는 왜 안 해주세요"라고 한다고 합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독해 능력이 없다는 말이지요. 이게 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구경하는 공부'를 한 결과입니다.
사교육은 절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같은 사교육은 우리 아이들 미래를 암울하게 할 뿐입니다. 사교육비 아깝지 않나요. 그럼 결단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