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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몸을 더 낮추어야죠."

2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 3층. 김천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장과 악수하던 사람이 허리를 넙죽 굽히며 한 말이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웃었고, 키가 큰 김 본부장도 허리를 굽힌다고 했지만 그 사람이 더 낮은 자세였다.

자세를 낮춘 사람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창원성산)이다. '진보정치 1번지'였던 창원에서 진보정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한 강 의원이 민주노총 본부를 찾은 것이다.

 24일 창원노동회관을 찾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4일 창원노동회관을 찾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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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1총선에서 민주노총은 그의 낙선을 바라며 진보정당 후보를 지원했다. 어떻게 보면 반대편에 섰다고 할 수 있다. 또 강 의원은 중소기업 사장 출신이다. 노동자 편에 서 있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날 강 의원의 민주노총 본부 방문은 어떻게 보면 '파격'으로 비춰질 수 있고, '적의 소굴'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24일 창원노동회관을 찾아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악수하던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제가 몸을 더 낮추어야죠"라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있다.
 24일 창원노동회관을 찾아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악수하던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제가 몸을 더 낮추어야죠"라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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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 건물에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방문하기는 처음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강 의원이 창원노동회관을 방문하자 간부들은 "겁이 나서 오지 못할 건데 어떻게 왔지"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민주노총 본부 방문은 강 의원 측에서 먼저 제안해 이루어졌다. 이틀 전 강 의원 측에서 전화를 걸어 방문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김천욱 본부장과 김성대 사무처장이 강 의원을 맞이했다. 본부장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가 이어졌다. 강 의원은 근로자복지종합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근로자를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창원은 근로자도시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노총을 방문해서 본부장을 만나 애로점이 무엇인지 수시로 듣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각 회사 노조 위원장들과도 대화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거론되었다. 강 의원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회사는 고용 유연성이 경직되면 어려워 비정규직을 둘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지만, 같은 일을 한다면 같은 임금을 주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창원공단 내 ㈜센트랄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구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이 회사에서는 3명이 해고되었는데, 경남지방·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는데도 사측은 복직시키지 않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설명을 들은 강기윤 의원은 "노동위원회의 명령이 떨어졌는데 왜 하지 않는지"라고 다시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로자들은 먹고 사는 게 중요한데 소송을 하더라도 빨리 판결을 내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천욱 본부장은 "기업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억울하게 당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구했다.

강기윤 의원은 "정당을 떠나 항시 서민과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창원에서 권영길 전 의원이 그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제가 하게 되었다. 수시로 근로자들을 만나 고충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을 찾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등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을 찾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등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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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때 상황에 대해, 그는 "그때는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후보를 지지하는 역할을 했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 때 누구를 지지했던지 간에 국민 전체를 대변해야 한다고 본다. '아군'만 생각하고 달리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근로자복지종합센터 건립에 대해 그는 "창원은 근로자 도시인데, 근로자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맡길 수도 있고, 체력단련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빈부격차가 정보격차로 되어서는 안 되는데, 센터에서 다양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기윤 의원은 김천욱 본부장 등과 30여 분간 대화를 나눈 뒤 나오면서 이흥석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마주쳤다. 이 전 본부장은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강 의원은 "앞으로 자주 오겠다"고 인사했다.

 24일 창원노동회관을 찾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이흥석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마주쳐 인사를 나누고 있다.
 24일 창원노동회관을 찾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이흥석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마주쳐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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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윤 국회의원#민주노총 경남본부#근로자복지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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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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