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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며칠 동안 집에서 밥 먹는 것보다 바깥에서 먹는 날이 많았습니다. 바깥 음식은 아무리 맛있도 결국 거기서 거기입니다. 반찬 하나만 있어도 역시 밥은 아내가 해주는 것이 세상에사 가장 맛있습니다. 물론 아내는 입맛 까다로운 남편이 미울 때도 있겠지만 먹고 싶은 것은 두 말없이 해줍니다. 이런 고마운 아내가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오늘 점심은 뭐예요?"
"물국수."
"물국수? 오래만에 먹네. 당신이 말아주는 물국수 최고지요."
"육수는 어떻게 낼 거예요"
"육수내는 것까지 물어요. 멸치 육수가 최고예요."
"멸치 말고 다른 것은 없나?"
"알았어요. 멸치에 마른새우, 양파, 무도 넣을게요."

 육수는 마른새우+멸치+양파+무우로 냅니다. 국물이 깔끔합니다
 육수는 마른새우+멸치+양파+무우로 냅니다. 국물이 깔끔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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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새우+멸치+양파+무로 육수를 만들면 깔끔합니다. 갈수록 기름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습니다. 육수 역시 깔끔한 것이 좋습니다. 기름진 육수는 텁텁한 맛이 납니다. 아내가 만든 육수에 갈수록 입맛을 빼앗기는 이유입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해주는 물국수를 좋아합니다. 특히 큰 아이가 좋아합니다.

"엄마 나는 물국수 먹고 싶어요?"
"지금 육수 내잖아."
"물국수에는 부추와 달걀말이 그리고 볶음김치가 최고예요."
"엄마도 알아."


김장김치가 아직 남아있어 김치를 볶으면 더 깊은 맛이 납니다.  신맛이 조금 덜하고, 식용유가 풍기는 묘한 맛이 있습니다.

 국수에 들어갈 부추+달걀+볶음김치
 국수에 들어갈 부추+달걀+볶음김치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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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는 아내표 열무물김치가 더 생겼습니다. 맑은 물김치가 아니라 고춧가루를 넣었기 때문에 붉는 색깔이 납니다. 깔끔한 맛에 매운맛이 나 칼칼합니다. 역시 아내표는 맛있습니다. 성격이 급하면 국수를 바로 열무김치에 말아 먹어도 됩니다.

"당신 열무물김치 정말 맛있게 담갔어요?"
"정말 맛있어요?"
"당연하지. 이제 당신 손맛이 나는 것 같아요."

아내 음식 솜씨가 점점 좋아집니다. 역시 15년 내공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내들은 남편의 작은 칭찬과 감사에 하늘을 나는 것 같습니다. 아내들은 '다이아반지'보다 "음식이 맛있다", "고맙다", "힘들지", "당신 때문에 내가 사람됐다"는 말 한 마디에 더 감동합니다.

 아내가 담근 열무물김치. 맛은 세상에 딱 하나뿐입니다
 아내가 담근 열무물김치. 맛은 세상에 딱 하나뿐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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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물국수가 다 되었습니다. 양푼 한그릇에 물국수를 말았습니다. 보기만해도 먹음직합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두 그릇을 먹었습니다.

"육수도 깔끔하고, 부추와 열무물김치 그리고 볶음김치까지 엄마가 해준 물국수가 이렇게 맛있는 줄 너희는 몰랐지?"
"아니예요. 우리도 맛있어요."
"아빠는 더 먹어야겠다."
"그렇게 맛있어요?"
"그럼. 두 사람이 먹다가 한 사람이 어떻게 되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 물국수야."

 국수는 우리집 별미입니다. 라면과는 비교할 수가 없지요
 국수는 우리집 별미입니다. 라면과는 비교할 수가 없지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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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국수보다는 라면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이 녀석들은 라면이든, 국수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무엇이든 잘 먹는 아이들이 좋습니다. 태풍이 온답니다. 아무 피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만들어 준 물국수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만들어 준 물국수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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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국수#열무물김치#부추#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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