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2012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부모님과의 1일 평균 대화시간 응답 비율 중 '아버지'와의 대화는 30분 미만이 가장 높았으며, '어머니'와의 대화는 2시간 이상이 가장 높았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청소년과 아버지의 대화 시간은 하루 평균 30분도 채 안 된다는 이야기다.
아버지와 자녀의 소통이 자녀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국내외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여러 차례 입증돼 왔다. 일례로 지난 2011년 실시된 몬트리올에 위치한 컨커디어(Concordia)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자녀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버지가 아동의 인지 능력과 행동 기능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연구에는 저소득 계층부터 중간소득 계층에 해당하는 138명의 아동들과 그들의 부모가 각각 3~5살, 9~13살(아동 나이 기준)의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자료 수집에 참여했다.
연구에 의하면, 아버지가 아이들과 같이 살았는지에 관계 없이, 아이들의 행동에 적절한 제한을 하고 경계를 설정하는 아버지의 능력은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슬픔, 사회적 위축 및 불안 등의 정서적 문제를 감소시킨다고 한다. 덧붙여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아버지와 아동발달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아버지의 통제 능력이 자녀를 양육할 때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녀의 올바른 인지 능력과 행동 기능의 수립을 위해서라도 아버지와 자녀 간의 소통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언제부터 아버지와 청소년 자녀 간의 대화시간이 이렇게나 줄어들었을까.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세대 차로 인한 공감대 형성의 어려움, 상이한 스케줄로 인한 함께하는 시간 부족 등이 있을 것이다. 사실상 아버지와 청소년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대부분 저녁 시간 이후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버지의 야근과 청소년 자녀의 야간자율학습이 겹치면서 힘들어졌다. 최근에 와서는 자율적인 선택으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한국의 많은 고등학생들은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한다. 부모와 자녀 간의 충분한 대화는 건강한 가정, 또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위한 발판이 된다.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시간이 현저히 부족한 지금, 정부가 주도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실 오래 전부터 여성가족부에서는 '가족 모두가 행복한 사회, 함께 하는 평등사회'라는 정책목표를 가지고 가정의 안녕을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 탄력적 근무제도, 자녀 출산·지원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 대하여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 인증제도와 매주 수요일마다 '가족사랑의 날'을 운영해 정시퇴근 하도록 하는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정책소개를 들으면 두 정책의 시행만으로도 가족 친화와 화합을 충분히 이룰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이러한 정책들은 취지는 좋지만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실천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그렇다 보니 이를 실천하지 않는 기업이 대다수이다. 실제로 전체 기업 수에 해당하는 312만5천 개(2010년 기준) 중 2011년까지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은 160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참된 가족친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기에 앞서 현존하는 정책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가족 사랑의 날'을 전국적으로 시행하여 모든 기업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벌금을 물린다던지 수요일에 야근하는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도록 해서 수요일 저녁만큼은 아빠와 자녀를 포함한 모든 가족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청소년들로 하여금 수요일만은 야간자율학습을 제외시켜 아빠와 가정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수요일 저녁에 아빠와 자녀가 함께 할 거리가 마땅치 않아 어렵게 모인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각 지역별로 수요일 저녁마다 가족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실제로 인천광역시·울산광역시·제주시 등 전국 각지의 건강지원센터에서는 현재 <가족사랑의 날 체험 Day>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티셔츠·큐브·문패를 만드는 등 수요일 저녁을 알차게 보내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이라는 정책을 만들어, 바쁜 아버지들의 직장 혹은 어린이집으로 찾아가 가정에서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자녀와 함께 체험하는 다양한 놀이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유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청소년과 아버지의 관계 개선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유아기의 자녀보다는 아버지와 더 두꺼운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청소년기의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의 변화와 더불어 가정 내에서도 부모와 자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부모와 자녀 간의 세대차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참된 대화는 서로 간의 충분한 이해와 관심 뒤에 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30분에 불과한 아빠와의 대화시간을 점차 늘려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에서 웃음꽃이 필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