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월 2일부터 8월 14일까지 북유럽과 발틱 그리고 러시아를 여행했다. 이번 여행의 핵심은 북극에 가까운 나라들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탐사다. 노르웨이의 자연유산 피오르, 북유럽 4개국의 수도, 발틱과 러시아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들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에 대한 답사기를 2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기자말

내뢰이 피오르의 구드방엔으로 가는 길

차가운 호수에 발을 담근 아내
 차가운 호수에 발을 담근 아내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경마장을 나온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E16번 도로를 따라 포스에서 베르겐까지 온 길을 되돌아간다. 베르겐에서 오슬로로 가는 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배를 타고 해로로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돌아 오슬로로 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철도를 이용, 기차를 타고 포스와 골을 거쳐 오슬로로 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버스를 타고 육로로 오슬로로 가는 세 번째 방법을 택했다. 이 길은 E16번 도로를 따라 포스-구드방엔-볼라우까지 간 다음, 5번 도로를 타고 골을 거쳐 오슬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므로 돌아가는 길은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 단지 내뢰이 피오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구드방엔에 대한 기대가 좀 클 뿐이다.

중간에 우리는 포스 근방에서 다시 한 번 쉰다. 이때 나는 처음으로 신발을 벗고 호숫물에 발을 담가보았다. 물이 굉장히 차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찬 기운이 몸으로 쫙 퍼지면서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탄 우리는 45분쯤 후 구드방엔에 내린다. 내리기 조금 전 비가 오더니 어느새 그쳐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정말 다행이다.

구드방엔의 자연유산적 가치

구드방엔에서 본 내뢰이 피오르
 구드방엔에서 본 내뢰이 피오르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번 북유럽 여행을 하면서 여행의 성패는 날씨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비가 와도 별 문제가 없지만, 관광할 때 비가 오면 기분도 좋지 않고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잠깐 소나기가 내려 풀도 생기가 돌고 구름도 높아져 기분이 좋다. 아내와 나는 먼저 이 지역의 토속신앙과 관련이 있는 7층탑을 살펴본다.
 
흙으로 단을 쌓고 그 위에 기단석을 놓은 다음 몸돌과 판석을 대충 얹었다. 우리의 탑에 비해 조악하지만 뭔가 기원의 대상임을 알 수 있다. 탑 뒤에는 흙으로 지붕을 얹어 풀이 자라게 한 기념품점과 호텔이 있다. 입구의 바이킹 조각상과 호텔 로고가 인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품점에서 물건을 고른다. 나는 기념품점을 나와 물가로 간다.

호수와 다리, 산과 폭포가 아름다운 구드방엔 피오르
 호수와 다리, 산과 폭포가 아름다운 구드방엔 피오르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한국의 장승같은 게 눈에 들어온다. 머리에 투구를 쓰고 허리에 칼을 찬 것으로 보아 바이킹 전사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바이킹이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것을 존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옆에 있는 민속박물관 비슷한 곳에는 바이킹 배 모형도 만들어놨다. 덮개가 없어서 그렇지 우리의 거북선과 비슷한 형태다.

물가에 서니 피오르 자연유산의 웅장함이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깎아지른 절벽, 그 위를 덮고 있는 푸른 나무들,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실타래 같은 폭포, 그 앞에 정박하고 있는 배들, 웅장하면서도 평화로운 모습이다. 자연유산의 가치는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 있다. 이런 곳에서 자연을 완상하면서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으니 더 없이 좋다.  

그들이 만든 주거 문화

바이킹 조각
 바이킹 조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내와 나는 이제 내뢰이달에서 흘러 내려오는 하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바이킹 캠프 쪽으로 간다. 현수교 형태로 만들어진 이 목조다리에서는 하천 양쪽으로 펼쳐진 작은 구드방엔 마을을 조망할 수 있다. 바이킹 캠프는 교육과 전시용으로 만들어졌으나 찾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스칸나비아 사람들의 조상인 바이킹의 주거와 삶의 형태를 훌륭하게 재현했다.

입구에는 나무로 만든 바이킹 배가 있다.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바이킹의 집들이 여러 채 지어져 있다. 주거용 주택, 작업용 주택, 창고 등이 보인다. 이들 건물은 통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나무를 켜서 벽을 만들어 붙인 다음 역시 나무판으로 지붕을 얹었다. 이들은 대개 산에서 나는 침엽수를 이용, 집을 지었다.

루네문자가 있는 바이킹 캠프와 피오르
 루네문자가 있는 바이킹 캠프와 피오르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집 앞에는 돌에 새긴 이상한 문양이 보이는데, 그곳에는 옛날 북유럽 바이킹들이 사용하던 루네(Rune) 문자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물론 진본이 아니고 최근에 만든 것이다. 2003년 바이킹들이 이 캠프에 모여 텐트를 치고 거래시장(Trade market)을 열었으며, 그것을 기념하여 루네 문자석을 세웠다고 한다. 이 거래 시장은 그 후 매년 계속돼 이제는 17개국 400명 이상의 바이킹들이 참가하고 있다.

나는 캠프를 나와 다리를 건너며 다시 한 번 내뢰이의 하천과 피오르를 살펴본다. 산쪽으로 이어지는 길에 농가가 보이고, 호수 쪽으로는 페리터미널과 바카(Bacca)로 이어지는 길이 보인다. 바카는 구드방엔에서 5km 떨어진 산골 마을이다. 구드방엔은 1865년 베르겐으로 가는 증기선이 운행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으며,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내뢰이 피오르의 중심마을이 됐다.

보르군트 교회

보르군트 교회
 보르군트 교회
ⓒ J P Fagerback

관련사진보기


구드방엔을 떠난 우리는 이제 오늘의 최종목적지 골(Gol)로 향한다. 원래는 오슬로까지 가야 하나 도저히 시간이 안 돼 중간지점인 골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기 때문이다. E16번 도로는 래르달 터널을 지나 보르군트로 향한다. 보르군트에는 유명한 목조교회가 있다. 노르웨이는 나무가 많았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나무로 교회를 지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우르네스, 카우팡어, 보르군트, 운드레달 등에 남아 있다. 우르네스의 목조교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보르군트의 목조교회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28개 목조교회 중 하나다. 1180년에서 1250년 사이에 처음 지어졌고, 그 후 여러 번 수리와 복원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층으로 돼 있고, 그 위에 옥상 형태의 종탑을 올렸다. 특이한 것은 2층과 3층 별관 위에 십자가가 있고, 3층과 옥상 지붕 위에 용머리가 조각돼 있다는 점이다. 용머리는 바이킹의 뱃머리에 다는 것과 같다.

노르웨이 산악지대의 평원
 노르웨이 산악지대의 평원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이 용머리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용머리가 노르웨이 민간신앙에서 기독교로 들어온 것. 일반적으로 새로운 종교가 들어올 때 민간신앙과 갈등을 겪는데, 그 해소방안으로 민간신앙의 상징을 수용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배의 무상운행을 비는 의미에서 배에 단 용머리를 교회 꼭대기에 세웠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다.

이 교회는 1868년까지 보르군트 본당 교회 역할을 했다. 그 때 바로 옆에 새로운 교회가 지어졌고, 이 교회는 박물관으로 사용하게 됐다. 보르군트와 볼라우를 지나자 길은 7번 도로로 접어든다. 얼마 후 지형이 바뀐다. 호수와 협곡, 산으로 이루어진 피오르가 보이지 않고, 산속에 평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횡성이나 평창의 고원지대를 지나는 느낌이다.

골스피엘의 저녁 풍경

호텔 창밖으로 펼쳐진 목가적인 풍경
 호텔 창밖으로 펼쳐진 목가적인 풍경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이제 피오르를 벗어나 노르웨이의 또 다른 풍경을 감상한다. 중간에 쉬지 않고 골에 도착한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런데 우리의 숙소가 골에서도 한참 떨어진 산속에 있단다. 지도를 보니 아직도 20km를 더 간 골스피엘에 호텔이 있다. 그나마 5성급 리조트 호텔이라니 다들 참는다. 끊임없이 산속으로 올라가니 해발 1001m 높이에 있는 리조텔이 보인다.

이곳은 겨울 스키장으로 주로 쓰이는 곳이지만, 여름에는 사이클, 승마, 트레킹, 낚시 등 여름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다. 또 연금생활자들이 편안하게 휴양을 하는 그런 호텔이기도 하다. 내륙 쪽으로 많이 들어와선지 날씨가 더 좋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방에 들어가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풍경이 정말 목가적이다. 언덕 위에 말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리조텔 풍경
 리조텔 풍경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내와 나는 식사를 하기 전 넘어가는 저녁 햇살을 즐기기 위해 잠시 산책을 한다. 리조텔이 높은 곳에 있어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호텔 뒤로는 산으로 올라가는 리프트가 보이고, 그 밑으로는 사이클을 위한 길이 보인다. 북서쪽 멀리로 헴세달 산악지대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겹겹이 펼쳐진 산 사이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지금까지 만난 풍경 중에서 가장 한가롭다.

우리는 이제 식당으로 간다. 리조텔이 대형이어서 식당도 크고 사람도 많다. 큰 식당답게 음식도 다양하고 맛도 좋다. 더 좋은 것은 식당 앞에 펼쳐지는 전망이다. 남쪽의 산자락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창쪽에 앉아 정말 풍성한 만찬을 즐긴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연히 이인영 국회의원을 만났다. 그는 재무부 관련 업무차 오슬로를 방문했고, 이곳에 묵게 됐다고 한다.

자연유산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의 주거지
 자연유산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의 주거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는 정치에 있어서는 소신이 있고 강경한 편이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대단히 겸손한 사람이다. 또 이런 곳에서 자신을 드러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와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그래도 젊은 정치인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정치의 미래가 그들에 달려 있다면 그들을 믿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는 다음날 아침에도 우리를 만나자 겸손하게 인사를 한다.
         
골스피엘에 있는 스토레피엘 리조트,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산속에서 잠을 청하면서 나는 하루를 정리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동안 베르겐의 문화유산을 보고, 호수와 협곡, 산으로 이뤄진 핑르를 한달음에 지나왔다. 그동안 노르웨이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정말 많이 알게 됐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자연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고, 전혀 다른 문화유산에서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배웠다. 이제 내일이면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로 향한다.


태그:#구드방엔, #내뢰이 피오르, #바이킹 캠프, #보르군트 교회, #골스피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