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가보안법(국보법)은 자유를 지키는 진정한 파수꾼'이라고 말하는 보수우익 단체의 책자를 대국민 안보 홍보용으로 배포한 사실이 31일 확인됐다. 경찰이 안보 홍보를 이유로 국민을 상대로 이념 편향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청 보안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 달 전부터 '국가보안법 바로 알기 10문 10답'이라는 소책자 1만 2000부가 각 지방경찰청과 산하 경찰서 및 지구대에 배포됐다"며 "국가 안보와 관련해 국민에게 오해가 있는 사안들을 알리기 위해 일상적인 보안 홍보 차원에서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자는 보수우익단체 레이디블루와 블루아이즈가 공동 제작했다. 레이디블루는 누리집에 스스로 '애국 여성들의 모임'이라고 밝혔으며, 블루아이즈는 '사이버 안보감시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누리꾼 모임이다.
책자는 25쪽으로 이뤄져 있으며 책자 표지에 '국가보안법은 자유와 생명을 지켜주는 소중한 법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목차로 넘어가면 이 책자의 성격을 쉽게 알 수 있다. 각 장은 국가보안법의 폐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1장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구시대적 악법?'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가보안법은 자유를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장에서는 유엔과 국제인권단체의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를 두고 "국보법 폐지 운동가들의 집요한 청원의 결과"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5장은 통일의 장애물이라는 주장에 '국가보안법은 적화통일에 대해서만 장애물'이라는 색깔론을 펴기도 한다.
"국보법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북한 정권 지지자들"
책자 본문에도 "국보법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북한 정권 지지자들"이라며 "국가보안법은 자유를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전 한반도에서 자유와 인권이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없어서는 안 되는 규범"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책자는 "국가보안법은 자유를 지키는 진정한 파수꾼"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편향성도 눈에 띈다. 국보법 폐지를 요구하는 정당은 수권정당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과 통합진보당은 4·11 총선을 위해 맺은 정책협약 '희망 2013, 비전선언 2012 총선 범야권공동정책'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포함해 인권을 탄압하는 반민주악법을 개폐한다'고 합의했다.
이 책자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정당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가진 수권 정당의 경우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함부로 강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책자는 "북한은 김일성주의를 종교 수준으로 숭배하는 체제로 그들의 주체사상·유일사상 신념체계는 북한 주민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언제나 위협적인 요인"이라며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합리적 대국가의 수권 정당으로서 이런 신념체계를 여과 없이 유포되도록 방임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