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전동차 노후화'가 지적되고 있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은 이번 사고뿐 아니라 1년 사이 3건의 유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
1985년 개통한 부산도시철도 1호선의 전체 전동차는 360량. 이 중 37%에 해당하는 132량이 25년의 내구연한을 넘긴 채 운영되고 있다. 가장 최근 모델도 1997년에 생산돼 15년이 넘었다.
이 때문에 차량 노후화가 도시철도 사고 발생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부산지하철노조는 28일 낸 공식입장에서 "노후된 1호선 설비와 전동차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부산시의 원할한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몇 개의 부품이나 부분적인 설비를 교체해서 노후화에 대한 입막음으로 이용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와 교통공사는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노후차량 교체보다 전체를 수리하는 대수선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차량은 1997년에 생산된 차로 내구연한을 넘기지 않았다"며 "내구연한과 도시철도 사고를 연관 지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구연한을 늘리려면 철도조사검사원의 정밀 검사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교통공사가 내구연한을 늘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철도 객차를 모두 교체하기 위해서는 5000억 원 이상이 들지만 대수선에는 300~400억 원이 드는 만큼 시민혈세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대수선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내구연한 삭제하자'는 철도안전법 개정안 발의
이 와중에 정부는 아예 내구연한을 정해놓은 법을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3일 내구연한을 삭제하는 철도안전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내구연한을 초과한 철도차량을 운행할 수 없다"고 규정된 철도안전법 37조를 없애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심사 과정에 있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장 40년까지 늘릴 수 있는 내구연한이 사라지게 돼 노후 전동차가 계속 운행될 수 있다. 국토부는 법 개정의 이유를 "안전관리제도를 사후적·제한적에서 사전적·상시적 관리체제로 전면 개편"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지하철노조 관계자는 "예산부족으로 시설 노후화에 따른 부품교체도 적재적소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1호선뿐 아니라 2호선에도 예비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수선을 한다는데 부품 몇 개 교체한다고 해서 열차가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예산 확보에 부산시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교통공사가 사고 은폐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대티역 사고 당일(27일) 취재진의 CCTV 확인 요구를 거부한 데 이어 경찰에도 CCTV자료를 넘기지 않았다. 교통공사 측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거부했지만, 29일 경찰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자 부랴부랴 CCTV를 경찰에 제공했다.
이번에 제출받은 CCTV 등을 바탕으로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간 경찰은 사고 과정에서 교통공사의 부실한 대응이 없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또 수사과정에서 업무상 과실, 정비불량 등이 드러날 경우 관련 직원들을 모두 사법처리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