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30일 2012년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9만8000원 인상과 주간연속 2교대제를 2013년 3월부터 시행 등을 잠정합의한 가운데, 한국지엠 노사의 임단협 교섭은 지난 17일 잠정합의안 부결 후 공회전하는 모양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1차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후, 지난 29일 사측에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주야간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사측은 31일 교섭에 다시 나서기로 했다.

사무직 조합원을 대표하는 사무지회와 현장조직들이 일단 지부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2차 잠정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거센 반발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엠 사무지회, 독자 파업권 요구하기로

올해 한국지엠 임단협의 핵으로 부상한 사무지회는 향후 독자 행보를 결의하는 등, 지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올해 한국지엠 임단협의 핵으로 부상한 사무지회는 향후 독자 행보를 결의하는 등, 지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 <사무 노동자>

관련사진보기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원 80% 이상이 1차 잠정합의안을 반대한 것은 '집행부에 대한 사실상의 탄핵'이라며 집행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부 누리집 등에는 집행부를 비판하는 글이 상당수 올라왔다.

특히 올해 임단협의 핵으로 부상한 사무지회는 향후 독자 행보를 결의하는 등, 지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사무지회는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사무지회의 독자 파업권을 지부에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사무지회는 "독자 파업권은 사무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쟁취한다는 자주적 결의에 기초한 것으로 독자 파업권이 생기면 4시간 등 부분 파업을 탈피해 사무직의 특수성을 살린 8시간 파업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무지회는 31일 독자적으로 임단협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임단협 교섭에서 사무지회는 ▲ 생산직 임금 인상 효과와 동일한 사무직 임금 인상 ▲ '베리어블 페이(Variable Pay·가변 성과급)' 제도 폐지 ▲ 사무직 성과급 차등지급 건 소급 적용 ▲ 연봉제 폐지와 호봉제로 임금체계 전환을 위한 임금체계개선위원회 구성 ▲ 생산직 상여금 9.2T(=9.2시간) 인상에 준하는 사무직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잠정합의안 부결 트라우마서 벗어날까

올해 한국지엠 임단협 교섭은 초기부터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심야노동을 없애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사무지회의 특별 요구안과 관련해 노사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여기다 지엠 본사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지엠의 장기 발전 전망 수립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가 높아졌다.

또한 전국금속노조의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사무직 4000여 명이 지부 조합원으로 가입해, 지부는 사무지회의 요구를 이번 임단협 교섭에서 어느 정도 관철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무직의 가세로 조직력은 강화된 반면,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교섭은 더 힘들어졌다.

한국지엠 현장조직 중 하나인 '함성' 소속의 한 조합원은 "우리의 요구는 임금을 몇 푼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간연속 2교대제와 사무지회 연봉제 폐지에 대해서는 생산 현장 조합원들도 동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현장조직인 '전진하는 노동자회'의 관계자도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한국지엠에서 생산하게 될 'T-400'시리즈에 대해 지엠 측의 확답이 없어, 조합원들이 고용불안을 떨치기 어려웠다"며 "장기 발전 전망에 대해 1차 잠정합의안과 같이 두루뭉술한 답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자주민주투쟁위원회' 소속 조합원은 "민주 집행부를 표방해온 현 집행부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잠정합의안에 대해 4/5가 반대했다는 것은 사실상의 불신임"이라며 "2차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기대에 못 미치게 될 경우, 노조가 공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한국지엠 임단협은 공회전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6월 14일 열린 한국지엠 부평지역 전진대회 당시.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한국지엠 임단협은 공회전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6월 14일 열린 한국지엠 부평지역 전진대회 당시.
ⓒ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 누리집

관련사진보기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민기 한국지엠지부장은 최근에 열린 간부합동회의에서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부는 확대간부합동회의·교섭대표회의·현장조직연석회의 등을 연이어 개최하며 조직을 추스르고,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특히 31일 노사 교섭을 재개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쟁점인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장기 발전 전망 수립과 함께 사무지회 특별요구안을 어느 정도는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지부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한국지엠 사측 관계자는 "현대차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기로 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현대차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어, 실시 여부 등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지엠 노사의 임·단협 교섭이 장기화되면서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30일 현재 차질을 빚은 생산량은 약 1만5100여 대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지엠, #현대자동차, #임단협, #주간연속2교대, #사무지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