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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는 지난 2009년 4월 25일자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한 49일간의 비방 공격'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이 악의적 세력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9년 4월 25일자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한 49일간의 비방 공격'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이 악의적 세력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 조선일보

"지난 40여일 동안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애꿎은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일부 언론과 운동단체가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하려고 벌였던 갖가지 보도 수법과 시위 양태를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2009.04.25 <조선일보>'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한 49일간의 비방 공격'

지난 2009년 3월 연예인 장자연씨가 스스로 생명을 끊은 후 몇몇 언론이 <조선일보> 방사훈 사장도 리스트에 있다는 보도를 하자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강하게 명예가 훼손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은 같은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이 악의적 세력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5월 <조선>"악의적 세력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을 것"

<조선>은 그해 5월 8일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며 실명을 쓴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당시 민노당 의원을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두 의원에 대해 각각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어 MBC, KBS, 박상주 전 <미디어오늘> 논설위원, 박석운 민주언론운동연합 대표, 신상철 인터넷언론 <서프라이즈> 대표,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대표 등 5명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었다. 하지만 <조선>은 줄줄이 패소했다.

이렇게 자사 대표에 대한 언론보도와 정치인 발언은 "악의적 세력"으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던 <조선일보>가 이번에는 죄없는 개그맨 지망생을 나주 성폭행범이라며 그것도 종이신문 1면에 실었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은 1일 사진이 실린 당사자 친구가 '네이트판'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글을 올린 송승연씨는 "제 친구사진이 나주 성폭행범 사진으로 도용됐다"면서 "친구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경찰서에 문의하러 가있는 상태다.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죽고싶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썼다.

2012년 <조선>, 개그맨 지망생을 성폭행범으로...

<조선일보>도 오보를 시인했다. <오마이뉴스>는 <조선일보> 측은 이날 오후 3시께에는 대표전화를 통해 "항의전화를 많이 받고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토요일이라 당직기자가 없어 내일이나 되어야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5시께 "오보가 맞다"면서 "지금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앞길이 구만리같은 젊은 개그맨 지망생이 하루 아침에 파렴치한 성폭행범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만약 당사자와 친구가 <조선일보> 사진 기사를 읽지 않았거나, 친구가 그냥 넘어갔다면 개그맨 지망생은 지금도 성폭행범으로 몰려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을 것이다. 워낙 흉악한 범행이라 더 격한 비난도 이어질 수 있고, 누리꾼들은 신상털기에 들어가 모든 신상정보가 공개됐을 수도 있다. 당사자로서는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누리꾼 "대형사고","책임 물어 경종 울려야","인권유린한 죄 크다"

누리꾼들은 <조선일보>의 대형오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건 대형사고다"(@mad****), "이번엔 누구 핑게를 댈려나"(@Narci****), "조선일보, 이건 태풍 사진 바꿔치기랑은 수준이 다르다."(@kimch****), "언젠가 누군가는 거액의 손해배상으로 한국 언론들의 정신을 일깨워줄 때가 되었음. 이번 조선일보 사진 사건 피해자가 부디 좋은 변호사를 만나서, 적절한 보상금을 받아 내어 경종을 울리길 기원합니다"(@Jeongt*****), "조선일보 고00 사진은 고00이 아니고 엉뚱한 사람이라한다. 생사람 잡고 있는 조선일보, 인권을 유린한 죄가 크다.(@gre****), "외국에선 이런 경우 곧바로 수십억 소송 들어갑니다. 조선 돈 많으니 인정사정 보지 마시길"(@shin****)

솔직히 이번 사진 오보는 지난 달 19일 <조선일보> 1면에서 2009년 8월 9일 태풍 '모라꼿'사진을 '카눈' 사진으로 실은 오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모라꼿' 사진은 기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이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을 성폭행범 사진이라며 보도한 것은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밖에 없고, 그 상처는 평생 동안 갈 수 있다.

기자와 언론사라면 사진 한 장이 기사 한 면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1면 머리기사 사진은 그 날짜 신문이 전하고자 하는 모든 내용이 다 들어있다고 해도 가언이 아니다.

최루탄 박힌 사진 한 장 '이승만 독재정권' 무너뜨려

'사진은 권력이다'는 말이 있다. 어떤 때는 독재권력을 무너뜨린다. 예를 들면 1960년 4월 혁명 도화선이 된 김주열 군 사진이 이런 경우다. 1960년 3·15부정선거에 대한 분노가 전국에서 일어났다. 마산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전북 남원이 고향이었던 김주열 군은 마산상고에 합격하자 마산에 왔다가 시위에 참가했다가 행방불명되었는데 4월 11일 눈에 최루탄이 박힌채 바다 위로 떠올랐다.

 1960년 4월 11일 부산일보 허종 기자가 찍은 최루탄에 밝힌 김주열 군 시신. 이 사진 한 장은 독재자 이승만 정권이 막을 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1960년 4월 11일 부산일보 허종 기자가 찍은 최루탄에 밝힌 김주열 군 시신. 이 사진 한 장은 독재자 이승만 정권이 막을 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 부산일보50년사

이승만 독재정권 잔인성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 때 <부산일보> 마산주재 허종 기자는 시신을 향해 정신없이 사진 셔터를 눌렀다. 경찰 눈을 피해 본사로 사진을 보냈고, <부산일보>는 이를 보도했다. 최루탁 박힌 사진은 국내 언론만 아니라 미국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국외 언론에도 실렸고, 그해 퓰리쳐상 후보에 올랐다. 이 사진 한 장은 대한민국 전 국민을 분노하게했고, 결국 독재자 이승만은 하야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사진을 찍을 찍은 허종 기자는 <내가 겪은 의거얘기> 책에서 이렇게 썼다.

'바로 4월 11일 낮 12시, 내 귀를 번쩍하게 해 준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언론계 후배 서모였다. 이때 나는 신마산 외교다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헐레벌떡 들어선 그는 다방 안을 한번 두리번거리더니 슬그머니 내 귀에 대고 "지금 중앙부두에 틀림없는 김주열 시체가 떠올랐습니다. 빨리 가보이소!"하는 것이었다. 마치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살며시 다방을 나섰다. …(중략)… 김주열의 시체가 떠올랐다는 중앙부두를 향해 달리는 다리는 무감각으로 빨랐다. 1㎞ 이상되는 거리를 특종의식도 작용하여 단거리선수라도 되는 양 뛰었다. 옷속에 숨겨둔 카메라가 겨드랑이 밑에서 덜렁거렸다. 현장에 달려가 시체를 목격했을 때는 숨이 가빠 카메라를 끄집어 내기 힘들었다. 날은 맑고 흰구름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스포츠머리를 한 소년의 시체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동그스레한 얼굴에 오른쪽 눈엔 쇳덩이가 박혀있고, 마치 복싱을 하는 자세로 물위에 떠올랐다가 내려갔다 하고 있었다. 최루탄에 맞아 숨진 채 갖다버린지 1개월만에 떠오른 주열군 시체사진을 잘 찍기 위해 꽤나 시간이 걸렸다. 물결이 잔잔해 많이 떠오르고 자세가 가장 이상적으로 들어서는 것을 기다려 수없이 셔터를 눌러댔다.'-2001.01.14<경남도민일보>최루탄 박힌 김주열 사진

<부산일보> 허종 기자는 기자정신으로 수없이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흉악범은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열정에 사로잡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엉뚱한 사람 사진을 실었다. 기사는 취재통해 밝혀진 사실에 근거해 오직 진실만을 보도해야 한다는 언론기본 정신을 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다.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문 몇 자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엄격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오보는 언론이 사진 한 장을 싣는데도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보여준 사례로 우리 언론사에 길이 남을 뼈아픈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조선일보#초상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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