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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음악회에 참여한 시민들 평화시장이 바라다 보이는 전태일 다리 위에서 추모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추모음악회에 참여한 시민들 평화시장이 바라다 보이는 전태일 다리 위에서 추모음악회가 열렸습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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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은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의 소천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추도식이 열렸습니다. 오후 6시부터 전태일 다리 위에선 이소선 어머니 합창단 주최로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1주기 추모음악회'가 열렸습니다.

떡을 맞추어 다리 위를 오가는 분들께 나눠드리고 이소선 합창단의 합창과 각 노조의 노래, 이소선 어머니께 드리는 헌시도 이어졌지요.

전태일이 재단사로 일하며 노조를 만들이 위해 노동법을 익히며 뛰어다니고 차비 30원으로 배고픔을 참으며 16시간씩 일하는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 먹이던 일터가 있던 평화시장이 보이는 곳,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며 자신의 몸을 불살라 분신 항거했던 그 다리, 전태일 열사 동상이 세워진 전태일 다리에서 어머니의 1주기를 추모하는 음악회가 열린 것입니다.

전태일 열사가 목에서 피를 뿜어내며 죽어가면서도 이소선 어머니에게 "내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고 어머니가 대신 저 어린 여공들을 위해 나의 뜻을 이어가 달라" 더 크게 대답하라고 했고 이소선 어머니는 아들 전태일 앞에서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 뒤 42년을 한결같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사셨지요.

전태일 열사가 분신 항거한 그 자리 전태일 열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평화시장이 바라다 보이는 그곳에서 양대 노총 단원들이 하나가 된 '이소선 합창단' 주최로 음악회를 열었으니 어머니가 참 기뻐하셨을 겁니다.

"늘 하나가 되세요, 흩어지지 말고 하나가 되어 싸워야 합니다"라고 강조하시던 어머니께 하나 된 모습으로 조화로운 하모니를 들려드렸으니까요.

노동자들의 아름다운 하모니 '이소선 합창단'

 이소선 합창단 단원들. 추모 음악회가 끝나고 기념 촬영을 했다.
 이소선 합창단 단원들. 추모 음악회가 끝나고 기념 촬영을 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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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선 합창단'은 이소선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그렇게도 외치셨던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조원이 하나가 되어 만든 합창단입니다. 8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데 현재 절반 가량이 채워진 상태입니다. 한국노총 산하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노조원들과 민주노총 산하 쌍차 해고 노동자, 공공운수 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 등 등 양대 노총 노조원들과 해고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휘는 테너 임정현님이고 연습은 매달 한 번씩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노조가 마련한 장소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합창을 들은 전 전태일 재단 이사장 이광섭 교수와 청계피복 노조원들이 합창단원으로 들어오기로 위해 오디션을 마친 상태입니다.

소프라노, 알토, 베이스, 테너  네 파트가 화음을 맞추어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그날이 오면> < 솔아 푸르른 솔아> <진군의 노래>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아름다움과 조화 그 자체였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보수와 진보, 책상물림 노동자와 현장 노동자, 등 갈래갈래 찢겨진 노동자들이  어떻게 하나 되어 신자유주의가 말살한 인간정신을 되찾고 독재와 억압으로부터 노동권과 자유를 되찾아야 하는지 합창이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합창단원들은 연습을 위해 모여 연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운동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리도 함께 깨우쳤을 것입니다. 서로 바쁜 시간을 조율하면서 시간을 내어 서로 모이고 파트별로 연습을 하고 처음엔 삐죽빼죽 불협화음을 내던 개인들이 서로 조화롭게 화음을 이루어내는 합창 연습 과정에서 말이지요.

사실 연습을 하는 모습을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저 사람들이 과연 멋진 합창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어제 합창을 들어보곤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느 전문가 집단 못지않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내고 있었으니까요.

 이소선 합창단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소선 합창단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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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주인인 세상을 기원합니다

독창이 아닌, 합창이 빚어내는 조화로움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운동의 방향성 삶의 지향 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 누군가 나의 이웃으로 존재해 아름다운 이유, 다양한 이웃들이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어 살만한 세상인 이유. 인간이 서로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합창이 진실하게 전해주고 있었으니까요. 아름다운 당신들의 합창으로 추도식과 추도음악회가 빛났습니다.

또 한 가지 기쁜 소식은 지금까지 버들다리로 불리던 전태일 다리가 버들다리와 전태일 다리로 병행 표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어제 전태일 다리 위에서 이소선 합창단이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다는 제 트위터 글을 읽은 박원순 시장님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더군요.

 박원순 시장의 댓글에 트위터에선 뜨거운 감사가 넘쳤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댓글에 트위터에선 뜨거운 감사가 넘쳤습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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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다리가 전태일 다리로 병행표기 됩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박원순 시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트위터리언들에 의해 댓글이 폭발적으로 리트윗이 되면서 단숨에  리트윗 100회 인기 트윗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민들의 바람이 이루어진 기쁨과 감사를 전한 것이지요.

전태일 다리의 이름은 버들다리로 불리고 있습니다. 버들다리는 종로구 종로5가 319번지와 중구 을지로6가 17번지 사이 청계천에 있는 다리로 단순히 과거 오간 수문 상류에 왕버들이 많았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라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없는 셈이지요.

 2010년 전태일 다리 이름 찾기 릴레이 시위에 참가했던 제 모습입니다.
 2010년 전태일 다리 이름 찾기 릴레이 시위에 참가했던 제 모습입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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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마음을 모아 노동운동의 산 역사인 전태일 이름을 따 전태일  다리로 이름을 바꿔줄 것을  오세훈 전 시장에게 청원했지만 묵살당한 상태였지요.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굴하지 않고 노동운동의 산역사의 현장인 버들다리를 전태일 다리로 이름을 바꾸기 위해 릴레이 시위, 서명 운동 등을 벌여왔습니다. 저도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한 시간 릴레이 침묵시위를 벌렸던 터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 전태일 다리를 오가는 노동자들에게 이름만이 아니라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2000만 노동자의 가슴에 아로새겨져 노동자가 주인 된 세상. 노동주권을 인정받는 세상이 앞당겨 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따라 빙그레 웃으시며 걸어오시는 환영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어머니가 오셨다면 "잘했다, 하나 되어 끝까지 자본가들과 싸워 노동자의 주권을 되찾으라' 격려하시며 등을 두드려 주시고 따뜻하게 안아 주셨겠지요.

내년에는 더 아름다운 하모니로 전태일 다리에서 추모음악회를 열겠다는 이소선 합창단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태그:#전태일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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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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