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4일 교과부의 학교폭력 사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지침을 따르지 않고 보류한 데 대한 교과부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 "교육과 교육자가 짓밟히고 있다"면서 "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오전 경기도교육청 제1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호 교과부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뒤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교육감은 교과부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지침을 따르도록 강제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이고 있는 문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교육감은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해 5년 동안 (기록을) 남기는 것은 상식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과잉이자, 헌법 위반이며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반민주적이고 반교육적인 행정폭력"이라며 "교과부의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지침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28일부터 경기도교육청과 일선 학교를 상대로 특정감사를 진행하는 교과부 특감반의 행태에 대해서도 "폭력성이 상식을 넘어섰다"고 일갈했다. 김 교육감은 "2012년 이명박 정부 교과부에 교육은 없다"면서 "강한 권력이 선량한 정의를 억누르고, 학교폭력과 똑같은 행정폭력이 교육청과 일선 학교, 교사들을 짓밟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김 교육감은 이주호 교과부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해 "우리는 이 장관에게 교육과 인권의 가치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며 "이 장관은 교육의 역사를 되돌리며 교육을 파탄시키고, 교육자들의 양심을 모독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퇴진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1995년 12월, 김영삼 정부시절부터 여론의 뭇매와 법원의 위법판결 등으로 세 차례나 실패했던 정책"이라며 "그러나 교과부는 9년이 지나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은 따라서 "이제 대통령이 나서 국가교육 난맥상과 교과부로 인한 교육계 혼란, 교사·학부모·학생들이 갖는 불안의 실상을 살펴 책임을 묻고, 교육계가 교육적 대화와 소통으로 안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권한과 의무를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교과부로 인한 교육계 혼란 수습해야"
김 교육감은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그들의 미래까지 통째로 빼앗을 권리는 교과부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교과부는 지난 2월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되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징계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지침을 전국 초·중·고교에 내려 보내 3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초·중·고교 졸업 후 5년간 학교폭력 징계 사실을 기록 보존하도록 한 이 지침에 대해 형평성 및 대학입시, 취업에서 불이익 등의 문제와 함께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경기·강원·전북교육청 등은 학생부 기재 보류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경기도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에 대해 지난달 27일까지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경기도교육청이 따르지 않자 학생부 학교폭력 기록 보류 방침을 직권 취소했다. 이어 지난달 28일부터 감사반을 투입, 경기도교육청과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부 작성 및 관리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에 나서 '보복특감'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과부 조치에 맞서 지난달 29일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보류에 대한 교과부의 시정명령 및 직권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교과부는 이번 특감을 통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거나 보류할 경우 해당 교원 및 지도·감독권자인 교육청 담당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교과부 특감반은 일선 학교 교원들을 상대로 확인서를 받는 등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압박해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교과부 특감은 4일 종료될 예정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초 교과부에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정책권고'를 통해 학교폭력 징계 내용의 학생부 기재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개선할 것을 요청했지만 교과부는 학교폭력대책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록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경각심을 주는 등 강력한 학교폭력 예방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강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