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주말농사. 가을을 맞아 주말농장 곳곳에서는 도시농부들의 수확의 손길이 바쁩니다. 9월 초순에 주로 수확하는 것은 고구마순과 붉게 익은 고추 입니다. 한 노부부가 큼지막한 비닐봉지에 수확한 농산물을 가득 담아 귀가길에 오르는 모습이 제 마음도 흡족하게 만듭니다.
상추 잎과 호박잎 따다 먹은게 전부였던 주말농장토요일(8일)을 맞아 찾은 주말농장.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많은 도시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지난봄 처음 농사를 시작하면서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수확물은 생각만큼은 그리 신통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농부들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낀 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다섯 평 남짓의 텃밭에서 지난 4, 5월에는 상추가 6, 7월에는 호박잎과 애호박이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었지만 다른 작물들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고추의 경우 처절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습니다.
안산시로부터 분양받은 이곳 초지동 주말농장 텃밭을 세 곳으로 나누어 고랑을 낸 뒤 그중 한 곳 약 1.5평 남짓의 텃밭에 심어 놓았던 고추 모종. 처음에는 제법 잘자라주면서 여름철 입맛을 잃었을 때 무농약 무공해 풋고추를 따다가 고추장을 찍어 먹는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풋고추로 따먹을 즈음인 지난 7월 초순경 30여 주에 달하는 고추가 한꺼번에 말라 죽어 버렸습니다. 고추가 한꺼번에 말라죽어 가기에 탄저병에 걸렸는지를 의심했지만 병에 걸린 게 아니었더군요.
농사 경험이 풍부한 이웃 도시농부에게 물어보니 물 빠짐이 여의치 않아 그리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농사의 어려움을 새삼 느낄 수밖에 없었답니다. 5, 6월 긴 가뭄을 잘 이겨냈던 고추가 본격적인 장맛비에 물이 잘 빠지지 않자 뿌리가 썩어 들어가면서 그렇게 올 고추농사에서는 아무런 수확도 거두지 못한 채 손을 털수 밖에 없었답니다.
여기에 더해 호박 모종은 처음에는 잘 자라지 않는 것 같더니 장마가 끝난 후 끝없이 무성해지면서 다른 작물들 성장을 가로 막아 텃밭 자체가 황폐해졌습니다. 호박은 자라면서 넝쿨로 다른 작물을 감아 가면서 자라는 특성 탓에 다른 작물들을 고사 시켰기 때문입니다.
해서 들깨는 물론이고 방울토마토, 콩 등 거의 모든 작물들이 호박 넝쿨의 등쌀에 시름시름 앓더니 변변한 수확물을 내놓지 못하고 사그라졌습니다. 밭 가장자리를 따라서 심어 놓았던 다섯 알의 토란도 어렵사리 앙증맞은 잎을 틔워 내더니만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다른 밭의 토란과 비교하면 마치 대학생과 초등학생 격이었습니다. 무성한 호박 넝쿨에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는 토란도 맥을 추지 못한 거지요.
올 주말농장 마지막 농작물은 '배추농사' 드넓게 펼쳐진 주말농장 곳곳은 풍작과 흉작이 극명하게 교차합니다. 도시농부의 정성스런 손길을 받은 텃밭은 각종 농작물이 소담스럽게 가꾸어진 채 수확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열 군데 중 한 곳 정도는 잡초만 무성한 채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잡초만 무성한 텃밭의 경우에도 처음부터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잡초 사이로 몇 가지 작물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농사를 포기한 채 방치한 것처럼 보입니다.
농사를 포기한 텃밭의 잡초가 유달리 무성하게 자라는 것은 바로 작물을 심기 전에 충분한 비료를 뿌린 탓이 아닌가 합니다. 인간이 뿌려준 영양분을 마음껏 흡수하고 자랄 수 있었던 그 밭의 잡초들만 경사를 맞은 셈입니다.
농사일이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지난 몇 달이었습니다. 농작물을 가꿀 수 있는 밭만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상당한 돈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모종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물론이고 비료 대금 또한 결코 만만치 않더군요. 대강 헤아려 보니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6만 원 남짓인 것 같으니 수천 평을 짓는 전업농의 경우 들어가는 자금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 같더군요.
올 농사 마지막으로 배추농사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지난주 주말텃밭을 방문해 호박 줄기를 몽땅 걷어 내고 한쪽에는 배추씨를 뿌려 놓았습니다. 자라게 되면 얼갈이배추로 시래깃국을 끓여 먹을 요량입니다.
8일 방문에서는 나머지 텃밭에 포기당 100원씩 총 30포기의 배추 모종을 사다가 정성스럽게 심었습니다. 모종을 심은 뒤 손을 씻고 나오던 중 배추가 제법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텃밭을 가꾸고 있는 주인장에게 농사 요령을 물어보니 배추농사는 물 빠짐이 좋아야 한다고 합니다.
물이 잘 빠지지 않으면 뿌리가 썩어 들어가 녹아 버린다는 것입니다. 아내가 그 말을 듣고서는 곧 바로 다음 주에는 밭고랑을 깊게 파서 물 빠짐이 좋게 하자고 합니다. 이렇게 초보 도시농사꾼의 농사경험은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는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