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지인과 전남 여수 돌산의 천년고찰 은적사를 찾았습니다. 스님과 차 한 잔 나눌 겸, 7월 말 보시했던 풍산개가 잘 있나 확인할 겸이었습니다. 절집에 개를 보시하게 된 경위입니다.
"어이~ 친구. 강아지 분양 받을 건데, 절에 보시해도 될까?""물론이지. 강아지는 어떤 종인가?""풍산갠데, 이제 막 어미젖을 뗐어.""스님에게 함 여쭤보겠네. 강아지 보시는 어떻게 생각한 겐가?""개에게 절만한 데가 있겠는가? 절에 있는 자체가 행복 아닐까.""맞네, 맞아. 그 강아지 복 터졌구먼."친구와 통화 후 스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스님, 절에 강아지 필요하세요?""거~, 좋지. 언제 갔다 줄텐가?"걱정도 팔자, 스님께 이름 지어달라면 되지 뭐 태어난 지 2개월 되었다기에 아주 귀엽고 작은 강아지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풍산개 종자가 크다지만 새끼까지 클 줄 몰랐습니다. 덩치가 웬만한 개 못지않았습니다. 강아지를 차에 태워 은적사로 갔습니다.
"저 녀석 아직 이름이 없는데…."친구는 이동 중, 강아지 이름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안심시켜야 했습니다.
"걱정도 팔자. 스님께 이름 지어달라면 되지 뭐."강아지는 신통했습니다. 젖을 막 떼고, 어미 곁을 막 떠나는 강아지는 대개 이동할 때 낑낑대거나, 똥오줌을 싸기 일쑤라더군요. 하지만 녀석은 아주 얌전했습니다. 생명은 태어날 때 예쁨 받는 법을 안다더니, 그랬습니다.
"스님. 강아지 데려왔어요.""강아지 밥과 개 줄은 사 왔어?"헉. 스님이 강아지 밥과 줄까지 요청할 줄 생각 못했습니다. 당황하고 있는데 친구가 그러더군요.
"밥은 사왔는데, 개 줄 살 생각은 못했습니다."강아지 보시하면서 사료까지 사 올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생각이 깊은 친구였습니다. 친구는 스님 한 마디에 바로 개 줄 사오겠다고 나서는데 민망하더군요.
불러 정들면 그게 이름... '개풍산'과 '허대박' 친구가 나간 틈을 타 스님께 강아지 이름 지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름 짓기까지 고민께나 할 줄 알았더니, 의외더군요.
"개가 어떤 종이라고?""풍산개요.""풍산개라고? '풍산'이라 하지. 불러 정들면 그게 이름인 게지. 성도 붙일까? 명품 개란 의미에서 성은 개씨로 하지. '개풍산' 어때?""스님, 거 괜찮네요. 개풍산~, 풍산아~."오랫동안 불러왔던 이름처럼 정겨웠습니다. 게다가 성까지 붙여줄 거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스님의 작은 배려가 놀라웠습니다. 풍산이와 노는 사이, 스님이 대박이를 불렀습니다.
"맹박아~, 맹박아~."본래 있던 진돗개 이름이 '허대박'인데 별칭이 '맹박'이었습니다. '허대박'이란 이름은 '헛된 대박 꿈꾸지 말고 성실하게 살아라'는 의미였습니다. 개가 무슨 죄? 개 노릇도 못할 짓입니다.
개 줄 사러 간 지인이 돌아왔습니다. 튼실한 걸로 사왔더군요. 강아지에게 목줄 채우는 걸 보고 돌아섰습니다. 풍산이에게 한 마디 당부했습니다.
"풍산아~, 맹박이 조심하고 잘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