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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외압 의혹'을 제기한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
 '청와대 외압 의혹'을 제기한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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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6시 서울지방법원 317호 형사법정.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이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자신이 직접 준비해온 최후진술을 읽어내려갔다.

"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어떠한 잘못도 없이 강제해직을 당하였음은 사실이고, 강제해직에 이르는 과정에 '청와대 외압'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검찰 공소내용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앞서 검찰은 신 전 실장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구형 이유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검사가 "청와대가 한 기업의 인사에 외압을 행사했겠느냐?'는 취지로 간단한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선고는 오는 10월 5일 오전 9시 50분 내려질 예정이다.

지난 2010년 9월 대우조선해양과 남상태 전 사장(현 고문)은 신 전 실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형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청와대 외압에 의해 해고됐다는 사실 수십 명이 알고 있어"

사건은 지난 2008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2008년 10월, 대우조선해양은 감사업무 수행으로 취득한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고, 회사경영에 부정적 시각을 견지했으며, 근거없이 경영진을 비방했다는 등의 이유로 신 전 실장을 징계해고했다. 그는 산업은행에서 32년여간 근무하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5월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터였다.

회사 쪽의 징계해고에 신 전 실장은 "나를 무리하게 징계한 것은 정치권(여권) 인사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청와대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쪽에서 당시 민유성 한국산업은행 총재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3명을 보탤 테니 현재 근무 중인 외부영입인사 3명을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신 전 실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도 "저의 퇴사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한국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만 하더라도 수십 명에 달한다"며 "사실대로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고 한마디 하는 것이 범죄가 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대표이사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대표이사
ⓒ 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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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신 전 실장이 이끌고 있던 감사실을 폐지하고, 신 전 실장을 인사1팀으로 대기발령시켰다. 그가 대기발령된 지난 2008년 10월 1일 3명의 여권인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상임고문으로 들어왔다. '3명의 여권인사들'은 정하걸 전 재경포항향우회 사무총장, 오동섭 전 이재오 특임장관 특보, 함영태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리 챙겨주기'의 성격이 짙었다. 이러한 '자리 챙겨주기'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신 전 실장은 "사표 강요 시에 사직하도록 한 날짜, 징계심의결과통보서의 해고발령기준일자, 정치권 인사 상근고문 입사일자는 모두 2008년 10월 1일"이라며 "한나라당 인사 3명의 상근고문 영입일자가 2008년 10월 1일자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같은 날짜에 사직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은 3명의 여권 인사들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한 이후에도 사퇴를 종용했고, 신 전 실장이 이를 거부하자 지난 2008년 10월 2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해고를 최종 결정했다.

"남상태, 자신의 비리 의혹 드러날까 봐 감사실장 축출해"

또한 신 전 실장은 '청와대 외압' 의혹에 이어 남상태 전 사장의 '보복행위'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는 "남상태는 업무상 횡령, 배임행위로 의심되거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일탈한 의혹이 제기되는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며 "그래서 자신과 측근 임직원들이 저지른 비위행위와 부실경영 등 임직원들의 비리를 파헤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저에게 부담을 느끼고 하루빨리 제거하고 싶어 그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2009년 5월부터 남상태 당시 사장과 임원들을 둘러싸고 거액의 비자금 조성과 금품수수, 연임로비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비리의혹이 탄로날 것을 경계해 사전에 감사실장을 회사에서 축출했다"는 것이 신 전 실장의 주장이다.

특히 신 전 실장은 "남상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준공기업에서 지배구조상 그 역할이 지대한 감사위원회 제도를 휴지조작처럼 무력화시켰다"며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자신들이 요구해 설치한 감사실이 폐지되고 감사실장이 불법적으로 쫓겨나는데도 침묵했는데, 이는 한국산업은행보다 더 힘이 센 권력이 작용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이 2010년 8월 23일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이 2010년 8월 23일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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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실장은 지난 2010년 8월 23일 열린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 지시 이후 표적징계와 해임'을 증언했다. 대우조선해양과 남상태 전 사장이 그를 상대로 명예훼손 형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러한 증언이 이루어진 직후였다(2010년 9월 24일). 그가 언론 등을 통해 청와대 외압, 비자금 조성, 연임 로비 의혹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각각 10억 원과 3억 원에 이르는 명예훼손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2010년 10월 22일).

신 전 실장은 "이재오 장관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자금 등에 대하여는 알지 못한다'고 분명히 증언했음에도 이를 기화로 남상태는 언론이 취재해서 보도한 모든 내용을 아무런 증거도 없이 제가 취재원으로 제보한 것처럼 뒤집어 씌웠다"고 반박했다.

남상태 전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선임됐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09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측근과 중학교 동창생인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 등을 통해 연임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올 4월 3연임에 실패한 뒤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 전 실장은 이날 최후진술 말미에 "진실은 권력에 잠시 가려질 수는 있지만 영원히 묻힐 수는 없다"며 "이 재판을 통해 세상 사람의 눈과 귀는 총명하며 말과 뜻은 진실하여 역사는 결국 정의의 길로 간다는 불면의 진리가 밝혀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 전 실장은 징계해고된 직후인 지난 2008년 11월 '해고 무효'를 전제로 한 퇴직금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징계해고 사유 무효'라는 판결을 얻어냈고, 대법원에서 확정판결까지 받았다.


태그:#신대식,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청와대 외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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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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