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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3요? 23만 원에 가져가시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입하셔야 되요. 요즘 보조금 경쟁 때문에 방통위가 경고한다는 기사 보셨죠? 내일이면 최소 20만 원은 더 주셔야 할 겁니다."

11일 저녁 서울 신촌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판매업자가 계산기를 들고 몇 차례 두드리더니 '229999.99'라는 숫자를 내민다. 취재하던 기자도 '혹'할 만한 가격이었다. 주말부터 화요일까지 이어진 '갤럭시S3 대란' 시기에 약 21만7000건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통신사를 바꾼 것으로 집계됐다. 평소 물량의 세 배 정도다.

같은 기간 출고가가 90만 원대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3의 이통사 판매 가격이 17만 원까지 낮아졌던 이유는 LTE 고객 확보 차원에서 과열된 이통사 간 경쟁 때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3일 새벽 발표되는 애플의 '아이폰5(가칭)'가 국내 LTE를 지원할 경우, 연말에 또 한 번의 '대란'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9일 쇼핑정보 사이트 '뽐뿌'에 올라온 갤럭시S3 관련 판매글.
 지난 9일 쇼핑정보 사이트 '뽐뿌'에 올라온 갤럭시S3 관련 판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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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갤럭시S3 대란', 번호이동 물량만 21만 건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월)과 11일(화) 이틀 사이, 휴대전화 번호이동을 완료한 가입건수는 21만72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주말에는 전산처리를 하지 않는 이동통신사 특성상 주말 접수분까지 포함한 물량이다.

통상 월요일과 화요일에 개통되는 번호이동 물량은 3사 합쳐 적게는 7만, 많게는 13만 건 정도. 2~3배가 늘어난 셈이다. 주말 사이 폭주한 개통물량을 소화하느라 이통3사 모두는 10일 오후 10시까지 전산망을 추가 가동하기도 했다.

이렇게 휴대전화 번호이동 물량이 갑자기 폭주하게 된 이유는 이통3사가 주말 동안 대리점에 지급하는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 수수료(리베이트)를 두 배 가까이 올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최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3'이 10만 원대에 시장에 풀리며 폭주에 기름을 부었다.

8일자 SKT 단가표에 따르면 갤럭시S3의 번호이동 유치 수수료는 86만 원. 신규 가입과 기기변경에는 각각 74만 원과 38만 원의 유치 수수료가 일선 대리점에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 수수료란 이통사가 대리점에 휴대전화 가입자를 유치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을 말한다. 대리점에서는 이 비용에서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소비자에게 휴대전화 구입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KT, LG U+등 다른 통신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갤럭시S3의 출고 가격은 94만4400원. 3사 이통사 대리점들은 휴대전화 가입자에게 자사로 번호 이동해 6만 원대 요금제를 3달 이상 유지하는 조건을 내걸고 최저 17만 원에 이 기계를 팔았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일하고 있는 장성호(가명)씨는 "3년 일하는 동안 이런 유치 수수료는 본 적이 없다"며 "이번 주말 LTE 스마트폰 가격은 정말 '미친 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신형 스마트폰은 기계값을 받지 않고 개통시켜도 대리점에 대당 10만 원의 마진이 남을 정도로 유치 수수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IT매체인 지디넷코리아에서 입수한 SKT의 9월 8일자 단가표. 붉은 네모 안이 갤럭시S3 32기가 블루와 화이트 버전이다. 출고가 99만 4400원을 010신규일때 74만 원, MNP(번호이동) 86만 원, 기기변경일 때 38만 원의 유치 수수료를 대리점에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IT매체인 지디넷코리아에서 입수한 SKT의 9월 8일자 단가표. 붉은 네모 안이 갤럭시S3 32기가 블루와 화이트 버전이다. 출고가 99만 4400원을 010신규일때 74만 원, MNP(번호이동) 86만 원, 기기변경일 때 38만 원의 유치 수수료를 대리점에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 지디넷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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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전쟁' 이유는 LTE 가입자 유치 경쟁

방송통신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회선당 27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 금액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방통위에 3차례 적발되면 이통사는 최대 3개월간 신규가입자 모집 중단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이통 3사는 이미 '2아웃' 상태다. 지난 2010년과 지난해 두 차례 과잉 보조금으로 인한 과징금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지난 주말 '보조금 전쟁'이 벌어진 이유가 무었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각 통신사의 LTE 가입자 목표 달성에 대한 압박을 주요 이유로 내놨다. 연말까지 정해진 LTE 가입자 목표치가 있는데 그걸 맞추려고 한 회사가 무리한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 나머지 회사들도 '보조금 전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어진다는 얘기다.

SKT의 한 관계자는 이번 보조금 경쟁의 원인으로 KT를 꼽았다. KT가 LTE 스마트폰 보조금을 가장 먼저 올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KT가 통신사 시장점유율은 2위지만 LTE에서는 3등"이라며 "지금이 9월인데 연말까지 확보해야 하는 가입자 수치도 KT는 50% 정도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KT의 연말 LTE 가입자 목표는 400만 명. 현재 LTE 가입자 수는 220만 명이다.

LGT 관계자도 KT를 보조금 경쟁 '주범'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9월 초부터 이미 KT는 타 통신사보다 10~20만 원 많은 번호이동 유치 수수료를 지급했었다"면서 "6일부터 KT가 본격적으로 수수료를 높여 지급했고 SKT가 크게 맞대응 하면서 경쟁이 과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LGT는 거기에 맞대응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KT의 한 관계자는 보조금 경쟁의 원인으로 SKT를 꼽았다. 그는 "결국 가입자들은 보조금 1~2만 원 차이로도 통신사를 결정한다"면서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어느 회사로 이동했는지를 보면 누가 가장 보조금을 많이 쏟아부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를 통해 확보한 번호이동 회선 숫자를 살펴보면 이번 대란에서 가장 많은 번호이동 가입을 이끌어낸 통신사는 SKT다. 지난 10일, 11일에 걸쳐 SKT로 유입된 번호이동 회선은 모두 10만6200여 개. 전체 번호이동 물량의 절반 정도를 SKT가 가져갔다. 반면 KT는 3만3800개 회선을 유입시키는 데 그쳤다.

한편 3사의 출혈 경쟁으로 '대란' 주인공인 갤럭시S3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모든 LTE 스마트폰에 유치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부담을 느낀 통신사들이 갤럭시S3나 갤럭시 노트 등 인지도가 높은 모델 중심으로 수수료를 올려 지급했기 때문이다.

LG U+가 이번 대란에서 새로 확보한 회선은 약 8만 개. LG U+ 관계자는 "그 중 대부분이 갤럭시 S3인데 다른 통신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17만 원이라는 가격이 가능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10일, 가격정보 사이트 '뽐뿌'에 올라온 한 업체의 갤럭시S3 요금제별 할인내역 설명. 할부원금이 17만원이지만 이를 2년동안 유지할 경우 이동통신사 요금 할인이 붙어 실제 부담금은 오히려 기본 요금보다 더 낮다.
 10일, 가격정보 사이트 '뽐뿌'에 올라온 한 업체의 갤럭시S3 요금제별 할인내역 설명. 할부원금이 17만원이지만 이를 2년동안 유지할 경우 이동통신사 요금 할인이 붙어 실제 부담금은 오히려 기본 요금보다 더 낮다.
ⓒ 뽐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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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5 LTE' 출시되면 가입자 확보경쟁 불가피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같은 '번호이동 대란'이 또 일어나지 않을까? LG U+ 관계자는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기본적으로 LTE 가입자 유치 경쟁이 빚은 현상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방통위에서 12일 오전, 주말 사이 유치 수수료 과열 경쟁에 대해 서면 경고를 하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큰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방통위에서 법정 기준인 27만 원을 넘는 금액이 유치 수수료로 쓰인 사실을 파악하고도 서면 경고에 그쳤기 때문이다.

13일 새벽에 공개되는 애플사의 새 스마트폰인 '아이폰5'도 이통사들의 LTE 가입자 경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파수 지원 문제로 국내 출시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충성고객층이 두터운 애플의 새 LTE 스마트폰이 이를 해결하고 들어올 경우 단박에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아이폰5가 LTE주파수 1.8㎓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국내 이통사 중에는 SKT와 KT만 이 주파수를 사용한다. LG U+는 음성통화 방식이 달라 아이폰5 출시가 불가능하다. 그간 이통사의 과도한 유치 수수료를 제한해온 애플사의 정책을 감안하면 LG U+가 나머지 이통사들과 가격적인 면에서 LTE 가입자 쟁탈전을 벌일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아이폰 5가 LTE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모델을 기다리고 있던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한 이통사들의 가격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LG U+ 관계자는 "아이폰5 LTE 모델이 국내되지 않더라도 이통사간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쟁 과열은 LTE 후발주자인 KT가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태그:#아이폰, #갤럭시S3, #17만원,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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