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경기 안산시 자동차부품업체 (주)SJM에서 용역업체의 노조원 폭력사태가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된 가운데 경찰이 SJM 사측의 노조원 고소사건을 수사하면서 '강압적인 조사'를 벌였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경기진보연대·다산인권센터 등 경기지역 20여 개 단체로 구성된 'SJM 문제 해결을 위한 경기지원대책위원회'(대책위)는 12일 오전 수원시 연무동 경기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용역업체 폭력 피해자인 조합원들을 가해자로 둔갑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송범 경기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SJM 사측은 조합원들을 폭력,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고소를 했으나 조합들은 무장한 사실이 없다"면서 "절도는 물론 재물손괴도 제품투척 등 폭력을 자행한 용역업체에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폭력 피해를 당한 조합원들을 '쌍방 폭력'의 가해자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이는 노동자들을 협박해 파업투쟁을 수포로 돌리려는 노동탄압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대책위는 "지난 4일 김영호 SJM노조 지회장 등 노조 임원 3명이 안산단원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폭력행사와 회사 기물파손, 절도에 대해 노조 지도부가 지시한 것 아니냐'는 강압적인 진술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용역폭력에 대한 방조로 여론의 질타와 문책을 받게 되자 이에 대한 분풀이식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SJM노조원에 대한 위협적인 조사를 중단하고, 폭력만행의 사전 기획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송정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규탄발언을 통해 "지난 7월 27일 용역폭력이 있던 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일방적인 용역폭력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조합원들의 도와달라는 요청에도 구조하지 않고 본체만체 했다"면서 "이는 국회의원들의 진상조사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이어 "SJM사태는 사측이 용역업체에 청부폭력을 의뢰해 우리 조합원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건인데도 경찰은 폭행을 당한 조합원들이 마치 폭력의 주범인양 기물파손 운운하고 있다"면서 "경기경찰청은 부당하고 편파적인 수사를 그만두고, 사건 당시 경찰서장을 대기발령이 아닌 파면조치 하는 등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문제해결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SJM노조 조합원도 나와 사건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다. 문춘경 조합원은 "경찰, 고용부 등 사실상 정부 관련자들에 대해서 실망감이 크다"면서 "용역 폭력사태 당시 경찰은 공장안에서 수많은 무기를 던지는 소음이 밖에까지 들리고, 심지어 조합원 가족과 회사 경비업체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현장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문씨는 또 "폭력사태 이후 조합원들은 경찰의 피해자 조사에 협조했으나 경찰은 피해자가 아닌 쌍방폭행으로 진술을 몰아가는 분위기였으며, 사측의 고소고발에도 문제의식 없이 조합원들에게 소환장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공권력으로서 최소한의 중립적인 입장만이라도 유지해주길 간곡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SJM노조 측에 따르면 현재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조합원들은 35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 가운데 노조 임원 등 4명이 경찰의 1차 조사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SJM폭력 사태 수사를 맡고 있는 경기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SJM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에서 회사 측의 고소내용에 대해 질문했을 뿐"이라면서 "강압적으로 진술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산단원경찰서 관계자도 "회사 측의 고소사건에 대해 조사한 것"이라며 "대책위나 노조 측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SJM 용역 폭력 사건은 지난 7월 27일 오전 5시쯤 노사갈등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사측이 노조원들을 내쫓기 위해 고용한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 소속 사설경비원 200여 명이 농성중인 노조원 150여 명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공장안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 4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기경찰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SJM 폭력사태를 주도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경비업법 위반)로 SJM 이사 민아무개(52)씨와 경비업체 컨택터스의 실제 운영자인 이사 구아무개(40)·서아무개(33)씨 등 5명을 구속하고, 33명을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