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행동이 비정규직 노조 탄압?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행동이 비정규직 노조 탄압?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오늘 오후 5시 30분부터 현대차 본관 옆 열사광장에서 불법파견 집회와 노조 새 간판 현판식이 있으니 전조합원 참석 바랍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30분엔 현대차 정문 앞에서 불법파견 관련 집회가 있습니다. 오늘(12일)은 현판식도 있다니 가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9월 4일, 지난 2005년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 과정에서 목을 매 세상과 등진 고 류기혁 열사 추모제 때 정문이 열렸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열리려나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 본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현장을 목격 했습니다.

9월 4일엔 왜 문을 얼어 주었을까요? 그 땐 저도 주민증 보이니 출입이 허락되어 열사광장에서 진행했던 '고 류기혁 열사 7주기 추모제'를 지켜볼 수 있었으니 참 별일 이었습니다. 저는 2000년 7월 현대차 사내하청을 통해 들어가 10여년 동안 수동변속기부에서 일했었습니다. 2004년 경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이 터지면서 비정규직 투쟁 위원회를 시작으로 비정규직 노조를 창립하고 불법파견 투쟁에 나섰을때 함께 했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집회를 막기 위해 세워놓은 대형버스. 한 대는 '구내 19호'란 차량 번호판이 있으나 나머지 버스에는 번호판이 없습니다.
▲ 번호판 있는 차량과 없는 차량? 비정규직 노조 집회를 막기 위해 세워놓은 대형버스. 한 대는 '구내 19호'란 차량 번호판이 있으나 나머지 버스에는 번호판이 없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하청업체는 저에게 여러가지 탄압을 계속 했었습니다. 업자가 우리집에 찾아와 아내를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하청업자가 가지고 온 수박과 2만원을 다시 업체 사무실로 갔다 놓고 오기도 했었습니다. 수차례 경고장과 해고 협박도 받았고, 현대차 관리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9년 말 사장이 바뀐다는 소문이 들렸고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변창기 씨는 지금 노조에 가입되어 있어요. 노조 탈퇴하지 않으면 새로 오시는 사장님이 써주지 않으신답니다. 계속 일하고 싶으면 노조 탈퇴 하세요."

저는 계속 일하고 싶었습니다. 불법파견 문제는 언제 해결 될지도 모르겠고 저는 그 업체와 부서에서 저 혼자만 노조에 가입되어 있어서 저항할 엄두를 못냈습니다. 처자식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그때 저는 절박했습니다. 그래서 불법파견 투쟁을 열심히 하는 비정규직 노조원에겐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이 노조탈퇴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것이 곧 제 삶을 송두리째 추락시키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후회가 됩니다. 노조탈퇴 하지 않고서 버틸걸 하고 말입니다.

"현대차가 이 공정 자동화 공사를 1년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정리해야 합니다. 공장이 다시 돌아가면 우선채용에 신경써 보겠습니다."

업체사장은 수동변속기에 근무하던 그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를 모아 저녁을 사주면서 그렇게 말하며 사직서에 서명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싸우고 싶었으나 다른 1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두 사직서에 서명하고 있어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서명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도무지 그냥 넘길 수가 없습니다. 몇개월전 업체소장에게 연락해서 공장이 다시 돌아가면 다시 채용시켜 준다 해놓고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소식이 없느냐고 하니까 "노조 탈퇴하고 집단소송 취하하면 부탁해 보겠다" 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저에게는 "별로 해줄 마음이 없다" 그런 의미로 들렸습니다.

아마 우리가 길에 나가 집회를 했으면 불법도로점거 집회라며 난리 났겠죠? 경찰 버스가 도로 한쪽에 불법정차를 하고 있어서 퇴근시간 시민들 차량 이동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 경찰은 불법정차 맘대로 해도 되나요? 아마 우리가 길에 나가 집회를 했으면 불법도로점거 집회라며 난리 났겠죠? 경찰 버스가 도로 한쪽에 불법정차를 하고 있어서 퇴근시간 시민들 차량 이동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비정규직 노조원은 길 옆에 현수막 들고 서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원은 길 옆에 현수막 들고 서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제가 시간 나는대로 비정규직 노조 시위에 동참하는것도 다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하청업자와 현대차의 술수가 너무도 야비하고 비열하기 때문에 참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가족 생계도 이어가야하고 불법파견 투쟁도 해야하는 힘겨운 입장이지만 그래도 해야 합니다. 제가 할수 있는 일이 그것 뿐이니까요.

정문에 도착하니 밖과 안에서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현수막 펼치고 서있는 게 전부였습니다. 무장한 경찰차량 여러대가 현대차 앞 큰 길 양옆에 대놓고 대기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둘셋씩 짝지어 선 사복형사가 현대차 정문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조원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차는 9월 4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비정규직 노조를 대했습니다. 정문 앞엔 수십대의 크고작은 차량을 줄지어 세워놓고 집회를 못하게 했습니다. 결국 저는 비정규직 노조 새 간판 현판식 광경을 지켜볼수 없었습니다. 그냥 밖에서 상상만 해야 했습니다.

길건너에서 비정규직 집회를 주시하고 있는 사복형사들 입니다. 오른쪽 앞에 있는 분도 경찰이고 조금 멀리 중간쯤에 있는 세사람도 형사들 입니다.
▲ 사복 형사들이 왜? 길건너에서 비정규직 집회를 주시하고 있는 사복형사들 입니다. 오른쪽 앞에 있는 분도 경찰이고 조금 멀리 중간쯤에 있는 세사람도 형사들 입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현대차가 내놓은 3천명 신규채용 안은 비정규직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우리가 그 신규채용을 받아 내려고 지난 10여년간이나 고생고생하면서 투쟁해온 게 아니지 않습니까. 2월 23일 대법원은 최종판결에서 현대차가 불법파견 주식회사라고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불법파견에 대한 사과는커녕 대한민국 국민까지 기만하는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안이라고 했습니다. 진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면 불법파견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후속조치로 사내모든하청 노동자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불법파견으로 인한 임금체불에 대해 돌려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사회적 책임 아닌가요?"

공장안에서 현판식에 참석한 비정규직 조합원에게 지금 현대차의 태도에 대해 물어보니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 합니다. 현판식 마치고 집에 오니 아내가 신문을 보라하며 보여 주면서 한마디 합니다.

"이런데 쓸 돈은 있어도 불법파견으로 부려먹다가 부당해고된 당신같은사람 정규직으로 전환해 복직 시킬 생각은 못하나봐"

그 신문은 문화일보였고, 정몽구 회장 작은 사진과 함께 '정몽구 재단, 저소득층 지원 100억 희망나눔'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습니다.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만 탄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이나 좀 시켜 주시지요"
▲ 정몽구 재단, 저소득층 지원 100억 희망나눔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만 탄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이나 좀 시켜 주시지요"
ⓒ 문화일보 신문 캡쳐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변창기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 입니다.



태그:#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