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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물짜장은 아버님 손맛입니다"
20년 외면하던 물짜장, 2년 전부터 마니아 되다

물은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이자 에너지로 알려진다. 그래서 '생명수'로도 불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무시하거나 만만하게 대하면 '야~ 임마 사람 물로 보지 마!'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물태우'라는 별칭이 따라다닌 대통령도 있었다.

인간의 신체도 7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다. 그렇게 소중한 '물'을 왜 비하해서 표현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게 또 있다. 간짜장, 삼선짜장, 육니짜장 등 다양한 종류의 짜장면 중 맛이 으뜸인 '물짜장'이다. 최고급 짜장면 이름이 '물'로 시작해서다.

재미있는 것은 중화요리의 도시 군산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산부인과 병원 원장도, 칠순을 훌쩍 넘긴 교사출신 토박이도 시식 후 "군산에 이렇게 고급스럽고 맛있는 짜장면이 있는 것을 몰랐다!"고 입을 모으며 감탄사를 터뜨린다는 것이다. 물짜장을 모르는 시민도 상당수다.

중국집 메뉴판에서 물짜장이란 이름을 처음 발견하고 20여 년. 부정적인 선입관 때문인지 2년 전까지도 먹지 않았다. 면(麵)을 밍밍한 물에 비벼 먹거나 말아먹는 짜장면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맛이 얼마나 없으면 물짜장이냐?"며 친구들과 농을 하기도 했다.

오묘한 맛에 빠져 물짜장 마니아 되다

동생의 권유로 물짜장을 처음 맛보던 날.
 동생의 권유로 물짜장을 처음 맛보던 날.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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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어느 날 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은 "오늘 선약이 없으면 점심이나 함께하시죠"라며 "큰형님에게도 연락했으니까 12시에 영화동에 있는 '국제반점'에서 만나요"라고 했다. 물짜장 맛이 군산에서 최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메뉴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예전에 다니던 중국집이어서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동생의 강력한 추천으로 그때 처음 맛보고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맛에 빠져 한 달에 한번이라도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물짜장 마니아가 되었다.

드라마 <고맙습니다>와 영화 <타자>를 촬영했던 국제반점은 한때 미군과 양공주들에게도 인기가 좋았었다. 1960년대 초 '진흥반점'으로 개업해서 중간에 '천흥반점', '국제반점'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요리경력 36년의 후대덕(52)씨가 아내, 딸, 사위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열여섯 살 때부터 서울의 유명한 중화요릿집 '아서원'에서 중화요리 기술을 배웠다는 후씨는 주인이자 주방장, 아내는 계산대, 딸은 서빙과 잔심부름. 사위는 철가방을 들고 배달하러 다닌다. 어쩌다 가족이 나주는 대화를 눈치로 엿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춘장 대신 해물(굴) 소스로 만드는 국제반점 물짜장

국제반점은 홀 분위기부터 남다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늑한 분위기에 중화요릿집에서만 풍기는 구수한 춘장 냄새와 은은한 차이나향이 어우러지면서 코끝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창가에 앉으면 조성된 지 100년이 넘는 거리의 고즈넉한 운치도 감상할 수 있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물짜장. 처음엔 고급 요리처럼 느껴졌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물짜장. 처음엔 고급 요리처럼 느껴졌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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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짜장을 주문하면 납작한 접시에 가득 담겨 나오는데, 고급 중화요리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미가 식탐을 부추긴다. 애주가들이 술안주로 즐겨 먹는 유산슬 소스에 면을 비벼 먹는 기분이랄까. 걸쭉한 국물에 비빈 따끈따끈하고 졸깃한 면발은 입안에 착착 감긴다.

각종 해산물과 채소가 조화를 이루는 물짜장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건강식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요 재료가 무엇인지 궁금하던 차에 후씨가 어눌한 우리말로 "춘장 대신 생선 진액을 재료로 하는데, 저희는 굴 소스로 만들죠"라고 한다.

옆에 있던 사위가 "우리 집 물짜장은 아버님 손맛에서 나옵니다"라며 거든다. 이어 "육류는 돼지고기, 새우, 오징어, 두 종류의 소라, 목이버섯, 부추, 양배추, 호박 등이 들어가고, 반죽을 오래 해야 면발이 쫄깃하다"며 "호박도 봄부터 여름까지는 애호박, 가을부터는 늙은 호박을 사용한다"고 덧붙인다.

일반 짜장면은 대형 솥에 짜장을 가득 볶아놓고 주문을 받으면 면에 퍼주지만, 물짜장은 주문을 받으면 그때그때 조리한단다. 국제반점 물짜장의 특징은 주문할 때 얼큰하고 맵게 해달라고 하거나 순하고 담백하게 해달라고 주문하면 손님의 요구에 맞춰 내온다는 것이다.

물짜장, 더 맛있게 먹는 방법

각종 해물과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 물짜장
 각종 해물과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 물짜장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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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짜장은 면과 국물을 분리해서 먹으면 건강에도 좋고, 먹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걸쭉하게 비빈 면을 자그만 접시에 옮겨 담아 젓가락으로 먹으면서 수저로 국물을 조금씩 떠먹으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맛이 입안에 감돌기 때문.

독특한 향미가 일품인 국물도 그냥 떠먹지 말고 수저에 새우와 부추, 오징어와 호박, 소라와 버섯, 돼지고기와 양파 등 해물과 채소를 뷔페식으로 고르게 담아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으면 '식도락'이 따로 없으며 더욱 깊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말리(茉莉)나무 꽃잎을 연탄난로에 우려낸 자스민차가 엽차 대신 나오는 것도 국제반점의 매력. 정신적 스트레스를 잘 받는 수험생과 여성에게 좋다는 자스민차는 향이 그윽하고 기름기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물짜장 후식으로 그만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물짜장, #국제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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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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