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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6일 오후 2시 50분]

 현대차 노조의 2012년 임단협 출정식이 있던 지난 6월 1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조합원이 회사 본관을 쳐다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2012년 임단협 출정식이 있던 지난 6월 1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조합원이 회사 본관을 쳐다보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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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인 이아무개(32세)씨가 15일 새벽 5시쯤 목을 매 자살했다.

이씨는 14일 오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후 이날 새벽 목을 맨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현재 유족들과 함께 이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한편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지난 2005년 9월 4일 비정규직 해고자 류기혁(당시 31세)씨가 공장 내 비정규직 노동조합 임시사무실 옥상에서 목을 매 생을 마감한 바 있다.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판정을 한 후 2005년 비정규직들이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전개해왔고 류씨는 당시 6월 12일 해고됐다.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아무개씨는 지난 2005년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 가입한 후 최근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진행된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에 적극 동참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합원은 몇 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 지병을 앓고 계신 아버지와 여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잔업과 특근을 이어왔고 결국 몸이 아파 병가 휴직을 냈다가 최근 복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16일 "이 조합원은 가족 부양을 위해 자신의 몸을 혹사하다 병가를 냈고, 병가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올해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진행한 비정규직 노조 파업에 열심히 참여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불법파견 제대로 처벌했다면, 죽음 선택하지 않았을 것"

이어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비정규직 철폐와 불법파견 정규직 쟁취를 위해 자신의 권리와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며 "이 조합원을 떠나보내는 비정규직 노조 전 조합원은 충격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이 조합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는 시각,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고통을 헤아리고 위로해야 할 현대차가 고용한 바지사장은 집단 문자를 보내 '(이씨가) 특근을 신청하는 등 최근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고인의 죽음을 개인 문제로 축소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 조합원은 누구보다 열심히 자기 권리를 찾으려 했고, 몸이 아픈 상황에도 16일 반대조 특근까지 지원하며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 했다"며 "그럼에도 극단적으로 죽음의 길을 택한 것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고통을 해결할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조합원은 비정규직 노조의 8월 투쟁이 끝나고 동료 조합원에게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이 어려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며 "현대차 회사 측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인을 2010년에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면, 아니 올해 이 조합원 목소리를 듣고 전향적인 태도만이라도 보였다면 고인은 희망 끈을 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또 "대법원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검찰, 법원이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제대로 처벌하고 지도했다면 이 조합원이 죽음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이 조합원의 죽음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착취를 용인하는 국가와 현대차가 공동으로 저지른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고인이 꿈꿨던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고, 더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극적 죽음을 막을 것"이라며 "고 이 조합원 영정 앞에 이미 받았어야 할 현대차 사원증을 반드시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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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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