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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오래된 델리역,1983 아침 일찍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빛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일까?
▲ 인도의 오래된 델리역,1983 아침 일찍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빛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일까?
ⓒ 스티브 매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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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스티브 매커리 사진전에 다녀왔다. 가을을 느낄 만한 사진 전시회가 보고 싶었던 차에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전 '빛과 어둠사이'가 열리고 있는 예술의 전당 V갤러리를 찾았다. 

매커리의 사진전은 2010년에 '진실의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열리기도 했다. 전시회가 열린 지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사진전이 열리는 갤러리는 크지 않았다. 100작품 정도를 전시하고 있고 오디오 가이드도 없고 도슨트의 설명도 하루 1차례 오후 3시에만 있었다. 사진전은 조촐했지만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우선 스티브 매커리라는 인물을 먼저 살펴보자.

스티브 매커리는 19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한 한 장의 사진 <푸른 눈의 아프간 소녀>를 통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진가이다. 그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세계 여러 곳의 문화와 사람들의 영혼을 포착하여 작품에 입혀내는 아티스트인 동시에 다국적 기업들의 광고촬영까지 도맡은 광고계의 다크호스로서 떠오르며 다큐멘터리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스티브 매커리 사진전 전시기획 기사)

인도 뉴델리의 두 승려 두 승려가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승려의 뒷모습과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완벽한 조화
▲ 인도 뉴델리의 두 승려 두 승려가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승려의 뒷모습과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완벽한 조화
ⓒ 스티브 매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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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을 얼마나 이상적으로 끌어들였는가'는 사진의 예술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는 골든 아워에 쏟아지는 태양 빛만을 이용하여 테크닉이나 인위적 장식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빛과 어둠만으로 절제된 영상언어를 전한다. 매 작품마다 완벽에 가까운 시각적 예술성 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전해지는 희망과 휴머니티를 입히며 정신적 교감 또한 놓치지 않는다. 스티브 매커리의 삶 자체도 드라마틱한 영화같다.

타일랜드,2011 바람에 날리는 물질과 빛의 어울림이 마치 판화를 보는듯하다
▲ 타일랜드,2011 바람에 날리는 물질과 빛의 어울림이 마치 판화를 보는듯하다
ⓒ 스티브 매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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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프리카 상공을 가로지르던 비행기는 모래 폭풍을 만났다. 내비게이션 장치의 오작동으로 같은 곳을 설상가상으로 번개 폭풍까지 맞닥뜨린 이 불운한 비행기에는 희대의 사진가 스티브 매커리가 타고 있었다. 니제르의 시퍼런 강물을 지나 바위 더미로 추락해가는 기체 속에서 스티브 매커리는 죽음을 예감했다. 그러나 바위 더미가 아닌 커다란 구멍에 빠진 비행기는 폭발하지 않았았고 그는 구사일생으로 사살아남았다. 스티브 매커리는 천운의 사나이다.

인도 라자흐스탄 빛에 의한 그림자와 주홍색의 전통의상을 입은 모습 그림자가 어우러져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듯하다.
▲ 인도 라자흐스탄 빛에 의한 그림자와 주홍색의 전통의상을 입은 모습 그림자가 어우러져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듯하다.
ⓒ 스티브 매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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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슈가 될만한 분쟁지역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감지해내는 능력때문에 그는 죽음과 수없이 마주쳤다. 머리에 총구가 겨누어지고 체포되어 사슬에 묶이기도, 대포알로 맞다가 눈 수술을 하기도 했으며 빗나가는 총알을 피해 8km가 넘는 거리를 질주하기도, 폭행을 당해 바닷물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아남았고 여행을 멈추지 않았으며 자신이 겪었던 모든 상황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인생 자체가 불록버스터급 영화이며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어떤 스릴 넘치는 영화의 스틸컷보다 드라마틱하다.

인도 라자흐스탄의 조드푸르,2005년 푸른색 색상이 강렬한 색상의 터번과 잘 어울리고 계단을 오르는 아이?의 발은 왜 뛰고 있는 걸까?
▲ 인도 라자흐스탄의 조드푸르,2005년 푸른색 색상이 강렬한 색상의 터번과 잘 어울리고 계단을 오르는 아이?의 발은 왜 뛰고 있는 걸까?
ⓒ 스티브 매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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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구성은 4 section으로 나누어져 있다.

section 1은' 공간 구성'통일성, 복잡성, 미묘함, 강렬함의 적절한 조합을 이끌어내면서 화면의 밀도와 긴장감을 표현한다.

인도 라자흐스탄 조드푸르 라자흐스탄 에서 빨래를 하는 모습 푸른색과 붉은 색의 대비가 매우 강렬하여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도 하다.
▲ 인도 라자흐스탄 조드푸르 라자흐스탄 에서 빨래를 하는 모습 푸른색과 붉은 색의 대비가 매우 강렬하여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도 하다.
ⓒ 스티브 매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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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2는 '시각성'을 표현한 것으로 스티브 매커리에게 빛은  "대상이 어떻게 보이는가?" 차원이 아닌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관점을 표출하는 매개체이다.

베니스, 2011 사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유화를 보는듯 색상이 다채롭다.
▲ 베니스, 2011 사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유화를 보는듯 색상이 다채롭다.
ⓒ 스티브 매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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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3은 피사체의 색에서 소리를 느끼며 그만의 공간 해석으로 마치 작곡을 하듯 화면을 구성한다. 그의 색상 해석력은 탁월하다.

section4 에서는 '내재된 에너지'로 스티브 매커리 사지의 특징은 대상체의 물성을 느끼고 이것의 내재된 에너지를 공간 속에 담아 낸다는 것이다.

매커리의 사진에 대한 표현들은 다 사족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의 사진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사진을 보는 동안 특히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사진들이 있었다. 마치 사진 속의 인물이 내게 말을 거는 듯도 하다. 보도사진같은 날카로운 느낌이 아닌, 편안하고 아름다운 예술적인 사진들이 많다. 색상도 곱고 빛이 돋보이는 사진은 힐링시켜주기까지 한다.

"만약 당신이 여유를 가지고 기다린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것이고, 그 사람들의 영혼이 사진 속으로 떠오를 것이다."

"피사체와 가까워지려면 서로의 신뢰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때론 상대를 웃게하거나 친해지는 것, 훌륭한 보도사진가가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훌륭한 사진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초보자들은 대가들의 작품을 보고 연구하라고 권하고 싶다. 난 '엘리엇 어윗과 브레송, 워커 에반스' 같은 작가들의 사진을 보고 연구했다"

" 보도사진에도 혼자서 수만번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난 매일 아침 남보다 일찍 일어나 집을 나와 돌아다녔다. 밖을 나가서 걸으며 하루 종일 찍어라, 헌신의 정도에 따라 사진의 결과물은 달라진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 끌리는 것을 찍어라"

스티브 매커리의 말이다.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전 "빛과 어둠사이"를 관람하면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영혼이 힐링되는 느낌이랄까!


#스티브 매커리#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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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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