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수시 소라면 죽림저수지 마을 앞에서 태풍을 이겨낸 새끼 고양이 2마리가 도로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여수시 소라면 죽림저수지 마을 앞에서 태풍을 이겨낸 새끼 고양이 2마리가 도로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아나 새콤아, 새콤아 이리 온."

달리던 자전거를 급히 세웠다. 큰소리로 새콤이를 불렀지만 아무 기척이 없는 고양이를 발견한 것은 18일 오전. 어제까지 강하게 불던 태풍 산바는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들에게도 악몽의 시간이었나 보다. 도로 가에서 쉬고 있는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는 차가 지나다니는 위험한 도로의 모퉁이에 앉아 잠시 휴식 중이다.

새끼 고양이 2마리가 차량이 오가는 도로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새끼 고양이 2마리가 차량이 오가는 도로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선그라스 크기만 한 새끼 고양이중 검은 고양이가 상처를 입었다.
 선그라스 크기만 한 새끼 고양이중 검은 고양이가 상처를 입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두 마리의 고양이는 아마도 형제 같다. 지난 태풍 산바 때 강풍과 폭우를 온몸으로 이겨낸 듯 보인다. 비바람에 얼마나 떨었는지 한 놈은 상처를 입었다. 그나마 노란 고양이는 상태가 양호하지만 둘 다 힘이 없다. 이들은 차와 사람이 지나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필자가 다가섰지만 전혀 놀란 기색은 없다. 겨우 소리만 내어 우는 새끼 고양이는 모든 것이 귀찮은 표정이다.

"아저씨 뭘 봐? 고양이 처음 봐……"
"참 촌사람이구먼 우리 피곤해 얼른 가셔."

사람이 다가가자 약간 긴장을 했지만 도망을 치지 않았다.
 사람이 다가가자 약간 긴장을 했지만 도망을 치지 않았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산바 태풍을 이겨낸 새끼 고양이는 사람이 와도 아랑곳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산바 태풍을 이겨낸 새끼 고양이는 사람이 와도 아랑곳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어릴 적 우리 집은 고양이를 새콤이라 불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새콤이는 지금의 애완견과 같은 존재였다. 당시 시골집 천장에는 쥐가 살았다. 쥐 잡는 파수꾼이었던 새콤이. 밤새 쥐를 잡는 날이면 새콤이는 꼭 마루밑 마당에다 잡은 쥐를 가져다 놓고 자랑하는 영특함을 보였다. 새콤이가 쥐를 잡는 날이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을 베푸셨다.

"아이고 우리 새콤이 이쁘다. 우리 새콤이 또 쥐 잡았구나. 잘했다 잉~"

쥐를 잘 잡는 새곰이는 영특한 동물이다.
 쥐를 잘 잡는 새곰이는 영특한 동물이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고양이는 참 귀가 밝다. 1초에 2만 5000번 진동하는 주파수에도 반응할 수 있는 삼각형 모양의 귀를 가졌다. 소리가 나면 재빨리 귀를 회전시켜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낸다. 쥐를 잘 잡는 이유중 하나다. 그래서 고양이는 농촌에선 쥐 잡는 사냥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귀한 몸이다. 농촌에서 고양이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만약 고양이가 없다면 광에 든 곡식을 호시탐탐 노략질하는 쥐들이 끊임없이 판칠테니 말이다. 그래서 쥐들은 '야~옹' 소리만 내어도 "걸음아 나살려라"며 쥐구멍으로 줄행랑이다.

쥐잡는 파수꾼 고양이의 포효가 근엄하다
 쥐잡는 파수꾼 고양이의 포효가 근엄하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안타깝다. 요즘 도시에선 길 고양이만 즐비하다. 먹을 것이 없다 보니 아파트 쓰레기통 음식물이나 훔쳐 먹는 하이에나로 전락했다. 이런 탓에 고양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이제 도시에서 고양이가 설 자리는 별로 없다.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런 탓에 산으로 들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고양이, 태풍 산바를 이겨낸 새끼고양이가 오늘따라 가엾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양이, #산바, #새콤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