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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하기 앞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하기 앞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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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 중계를 시청하는 중에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이헌재씨의 얼굴이 몇 차례 클로즈업되는 것을 보았다.

지난 6월 안철수 원장이 이헌재씨의 저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는 뉴스나, 이헌재씨가 정운찬 전 총리의 소개로 안철수 원장 쪽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는 뉴스를 접하고서 내심 염려하고 있던 터라, 새로운 변화를 강조한 안철수 원장의 멋진 발언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염려와 안타까움으로 차올랐다.

물론 이헌재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언한 대로 다시 공직에 출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안철수 원장도 그를 경제브레인으로 기용할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출마기자회견 자리에 이헌재씨가 참석한 것은 안철수 원장이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낸 게 아닐까?

안철수 원장은 과거 한 TV 토크쇼에 출연해서 한 사람의 실체는 그의 말과 글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에 의해 드러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는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안철수 원장의 말을 그 자신에게 적용한다면, 19일 그가 했던 멋진 출마선언보다는 그의 사람 선택이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실체를 더 잘 드러낸다고 해야 맞다.

안철수 원장이 이헌재씨를 잘 모르고 기용하려 하는지, 아니면 알고도 의도적으로 기용하려 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후자라면 특단의 전술이 이미 수립되어 있을 테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도 한데, 어디 이헌재씨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인가? 더구나 전자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안철수 원장은 이헌재씨를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실체를 규정하는 중대한 일임을 기억하고 지금이라도 조심해서 살피기 바란다. 아무리 선의와 진심으로 정치를 하더라도 사람 검증은 정치에서 기본이다.

이헌재가 망쳐버린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2004년 이헌재씨가 경제부총리로 재임할 당시에 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토지주택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그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잘 기억한다. 그 해는 2003년의 10.29대책 덕분에 투기 열풍이 잠잠해졌고 부동산 시장은 완연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데 2004년 2월 경제부총리에 기용된 이헌재씨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수차례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의 등장으로 인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입안은 혼선 그 자체로 바뀌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경기부양 쪽에 마음이 쏠린 그가 경제부처 수장으로 있고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던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청와대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제부총리가 그런 자세를 보였으니 부동산 정책이 후퇴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상징이었던 종합부동산세는 보유세 강화책이라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완화된 상태로 2004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종합구멍세', '종이호랑이세'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이헌재씨는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기를 연기하자고 주장하여 부동산 정책의 혼선을 가중시켰고 시장은 그의 발언을 정책 후퇴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각종 건설 경기 부양책과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시행되었다.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각종 토지 규제의 완화, 주택거래신고 지역 해제, 강북 및 신도시 재개발 사업 추진 가속화, 레저형 기업도시 건설, 민간 SOC사업 확대 등이 그의 재임 중에 추진된 정책들이다.

이헌재씨 재임 중의 정책 혼선과 정책 완화 시도로 인해 마침내 2005년에는 부동산 투기가 재연되었다. 2005년 1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집값은 3~6월에는 자고나면 1억 원 씩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등했다. 참여정부는 '5.4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폭등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론은 점점 악화되었고 결국 '8.31대책'이라는 고강도대책이 마련되었다. 잠시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졌지만 부동산 투기의 불씨는 남아서 2006년에 다시 타올랐다.

참여정부는 이헌재씨 때문에 결국 임기 말까지 줄곧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셈이다. 2004년만 해도 최고의 부동산 정책을 실시했다고 칭송을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고 스스로 고백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참담한 처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2007년 대선 패배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소설가 조정래씨 등이 함께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소설가 조정래씨 등이 함께 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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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주도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물

게다가 2005년 3월 이헌재씨는 범죄로 치면 '죄질'이 나쁜 유형의 부동산 투기로 인해 낙마했다. 위장전입이라는 치졸한 방법으로 거액의 토지 불로소득을 챙겼고 그와 관련하여 '부총리 취임 후에는 부동산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나서 물러난 것이다. 관련 거래는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에 저지른 일이었다. 2004년 12월에는 부인 명의의 땅과 처남 땅이 함께 포함된 전북 고창 공음면 일대를 경관농업특구로 지정, 첫 수혜를 받게 함으로써 말썽이 되기도 했다.

요컨대 경제 철학으로 보든, 개인 윤리로 보든, 이헌재씨는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주도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다. 최근에 책을 출간해서 제법 '개혁적'인 주장을 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말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의 과거 행적을 감안할 때 노회한 분칠이라는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말과 글로는 얼마든지 진실을 가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과거는 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다시 한 번 질문한다. 안철수 원장은 잘 몰라서 이헌재씨를 가까이 했는가, 아니면 알고도 그렇게 했는가?  전자라면 큰 걱정이고, 후자라면 너무 모험적이다. 실수였다면
지금이라도 잘 살피기 바란다. 자신의 발언과 상치되는 선택을 할 경우 우리는 그 선택으로 안철수 후보의 실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건 안철수 원장이 중시하는 바로 그 원칙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태그:#이헌재, #안철수, #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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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대구가톨릭대 교수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헨리조지센터 대표,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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