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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가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이 입장하자 다가가 악수를 하고 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가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이 입장하자 다가가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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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가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 전 지부장이 입장하자 다가가 악수를 하고 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가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 전 지부장이 입장하자 다가가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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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의 키워드는 단연 '조작'이었다. 2004년 중국 상하이차의 인수부터 2008년 철수까지, 그리고 2009년 1월 부도와 법정관리, 그 후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과정까지 모든 것은 국민이 알고 있는 것과 달랐다. 이날 청문회를 통해 상하이차는 경제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쌍용차를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관리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고, 그렇게 망한 회사를 살려야 한다며 잘려나간 '2646명'이라는 숫자의 근거도 '조작'이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 모두 회사의 구조조정이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여당은 노무현 정권 당시 기술유출이 우려되는 상하이차로 매각이 이뤄진 점을 주요하게 제기했다. 야당은 현 정권에서 기획부도와 회계조작을 통한 의도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한 것을 부각했다. 양쪽의 방향이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서로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과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청문회 시작에 앞서 민주통합당 신계륜 상임위원장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자살 13명에 가족까지 22명의 죽음이 있었다"며 "이 죽음은 우리 사회 전체의 대답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진로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아주 중요한 질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해결책이 없으면 끝나지 않을 문제"라며 "이 자리에 있는 의원들의 진실된 노력이 쌍용차 문제의 해결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회사 자료로 구조조정 만들기, 짜고 쳤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근 안진회계법인 전무이사와 윤창규 삼정KPGM 상무이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근 안진회계법인 전무이사와 윤창규 삼정KPGM 상무이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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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무소속 의원은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에서 철수한 이유가 경제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유였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그 근거로 이 같은 내용이 담김 외교부 대외비 문건을 공개했다. 상하이차가 철수할 당시 외교부 직원이 상하이차 간부와 면담한 결과를 작성한 문건이다. 외교부 직원이 문건에서 밝힌 상하이차의 철수 이유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노동조합', '한국정부의 비협조', '기술유출 관련 검찰수사', '금융기관의 무관심'이었다.

이에 심 의원은 "상하이차가 유동성위기나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철수한 것이 아니라, 기술유출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상황에서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로 철수를 결정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동성 위기는 명분에 불과하다"며 "현 정부의 외교적 무능에서 시작해, 노조에 적대적 인식을 가진 청와대, 경영진, 산업은행, 회계기업이 공모하고, 경찰이 폭력진압으로 정리한 사태가 쌍용차 사태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009년 3월 쌍용차가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은 생산성지수(HPV)가 사측과 삼정KPMG에 의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삼정KPMG가  작성한 '쌍용차 정상화계획서'에 언급된 하버리포트(Harbour Report)의 내용을 공개하며 "하버리포트는 1981년 북미판 발행을 시작으로 현재 유럽판, 남미판 등 총 11개사 61개 공장이 가입돼 HPV지수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다른 대륙의 자동차 제조공장에 대한 생산성 조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버리포트는 경영컨설팅사인 '올리버와이먼사'가 세계 자동차업체의 각종 생산성 지수를 조사해 매년 6월께 발표하는 보고서다. 삼정KPMG는 쌍용차 정상화계획 보고서에 경영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와 함께 하버리포트를 인용해 과다인력에 따른 저생산성(HPV 3년평균 74.6)을 근거로 2646명의 구조조정안을 제출했다. 쌍용차는 이를 근거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문제는 이 하버리포트에 쌍용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체의 지수는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경협 의원실에서 입수한 하버리포트 원본에는 쌍용차 정상화계획서에 언급된 HPV 지수 중 도요타, 혼다, 포드만 기재돼 있었다. 쌍용차를 포함한 현대차, 기아차 등의 HPV는 하버리포트가 공인한 지수가 아니라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청문회 질의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유창규 삼정KPMG 상무이사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유 이사는 "이 부분은 다른 조사기관에 용역을 맡겼던 것"이라며 "쌍용차 지수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책정했는데, 그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김경협 의원은 "쌍용차 정상화 계획서에 표시된 쌍용차의 2006~2008년 HPV지수는 회사가 자체적인 기준으로 기입한 숫자에 불과하다"며 "이것이 마치 하버리포터에서 공인된 HPV지수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2646명을 구조조정 한 것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회사가 제출한 데이터를 가지고 삼정KPMG가 구조조정 안을 만들고 그 안을 가지고 다시 회사가 정리해고를 시행하는, 쉽게 말해서 서로 짜고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회계조작"... 여당은 "정세균 출석해야"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직원들과 상의를 하고 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직원들과 상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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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쌍용차 박영대 전 인력지원본부장,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최형탁 전 대표이사는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쌍용차 박영대 전 인력지원본부장,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최형탁 전 대표이사는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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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2009년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당시 재판부에 제시한 바에 따르면 1월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932억 원을 상환할 수 없다고 했고 법원이 이를 수용했다"며 "당시 회사는 3300억 정도 가용자금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또 "안진회계법인과 쌍용차는 회사의 자산이 과대평가됐다며 재평가를 실사해 그 결과 쌍용차의 자산은 급감했다"며 "그로인해 쌍용차는 부채비율이 168%에서 561%로 높아졌고, 당기순손실은 282억 원에서 7097억 원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당시 법정관리 결정을 내린 재판부였던 고영한 대법관의 인사청문회 증언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고 대법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쌍용차 법정관리 판결과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판결을 못 내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이러한 회계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법정관리 최종 주체였던 법원에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며 "쌍용차의 부당 정리해고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쌍용차 정리해고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야만의 사회인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그 정점에 상상하기도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게 (노조 파업을) 진압한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안진회계법인과 삼정KPMG가 회계를 조작해 정리해고를 했다. 당시 쌍용차는 생산이 약간 저하됐지만 그렇게 많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는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회계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 의원들도 야당 측에서 제기한 회계조작 의혹에 동의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지난 2004년 노무현 정권 당시 '먹튀' 우려가 제기된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청문회 시작 전 여당 의원들은 상하이차로 매각 당시 자동차 산업을 총괄한 산업자원부 정세균 전 장관을 증인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2004년 상하이차가 쌍용차와 MOU를 체결한 것은 전형적 먹튀자본이 잇속을 챙긴 것"이라며 "당시 정세균 산자부 장관이 특별협약을 해지함으로써 손쉽게 상하이차가 기술을 유출하고 제대로 경영을 못한 게 쌍용차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8년 공권력으로 파업을 해산한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면서 현 정부의 책임으로 몰지만 원죄는 노무현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성태 의원도 "쌍용차 문제의 근본 시작은 상하이차의 먹튀 때문"이라며 "당시 산자부 장관으로 정책 판단을 했던 정세균 장관을 증인으로 요청했지만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 일정 때문에 빼달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이 끝났으니 위원회 전체 합의로 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쌍용차 사장 "추가고용 어렵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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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증인으로는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이사와,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 김정우 현 지부장, 김규한 현 쌍용차 기업노조 위원장 등이 출석했다.

쌍용자동차 법정관리인이기도 했던 이유일 대표이사는 무급휴직자와 해고노동자들의 복직계획을 묻는 질문에 "금년에도 1200억 원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돼 사람을 추가로 고용하면 회사의 회생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며 "무급휴직자들의 업무 복기 시점은 2014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리해고 사태 이후 단 한 차례도 해고노동자들을 만나지 않았다는 질책에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미안하고 애도를 보내지만, 책임을 묻는 것에는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홍일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리해고 후 부모가 모두 사망한 조합원 자녀들 사연을 소개하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과 김정우 지부장의 눈시울이 불거지고 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홍일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리해고 후 부모가 모두 사망한 조합원 자녀들 사연을 소개하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과 김정우 지부장의 눈시울이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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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지부장은 "청문회에서 이 사태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특히 회계조작 문제는 국정조사라도 해서 앞으로 계속 될 수 있는 억울한 죽음을 막아달라. 그러면 의원님들께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그:#쌍용차, #쌍용자동차, #쌍차, #청문회, #환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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