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하철 타고 엘리베이터 타고 리프트 타고 또 밖에 나와서 환승하고 집까지 이동하는 데 거의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날씨가 추울 때나 더울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려 더 힘들었다. 창밖의 거리 풍경도 못 보고 지하만 보는 것도 답답했다."배덕민(36·서울시 노원구)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장애성인을 위한 교육시설 노들야학에 공부하러 다닌다. 그는 노들야학이 발간하는 잡지 <노들바람> 여름호에서 "저상버스가 도입되기 전 '나도 밤늦게까지 놀고 밤12시에 버스 타고 집에 가고 싶다'던 지인의 말이 이제 이해된다"며 "시간적 여유도 있고 늦게까지 일을 볼 수 있어 과거보다 마음이 편안하다"고 밝혔다.
장애인 복지·교육사업의 지역별 차이가 여전한 현실을 고려하면, 배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 등의 2011년 장애인 복지 관련 자료를 분석한 <2012 16개 시·도 장애인 복지·교육 비교연구>에 따르면, 그가 살고 있는 서울 버스 가운데 저상버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44.25%였다. 법적 기준인 50%에는 못 미치지만 전국 평균 28.64%보다는 훨씬 높다. 1위인 경상남도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65.49%인 반면 꼴찌인 경상북도는 6.06%에 불과했다.
지자체별 장애인 복지 사업 전반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따졌을 때, '우수' 지역은 광주·대전광역시, 강원도, 제주도였다. 부산·대구광역시와 경기도, 경상북도는 미흡한 지역으로 꼽혔다. 16개 시·도 평균 점수는 2010년보다 약 5점 증가한 55.21점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시도별 점수는 최고점을 기록한 지역을 기준으로 상대평가했기 때문에, 평균점수의 상승은 지역 간 격차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장애인 복지 전국 평균점수는 올랐어도... 의료비 지원액 최고 16배 차그러나 시도별 장애인 1인당 장애인 의료비 지원액은 최상위인 충청남도(113만 원)와 최하위인 충청북도(6만 7000원)가 16배 이상 차이났다. 지자체가 장애인 200명당 1대씩 마련해야 하는 장애인 콜택시 의무 보유율도 경남은 143.72%였으나 전북은 12.66%로 격차가 컸다.
교육 분야의 전국 평균은 72.42점으로, 상대적으로 격차가 덜한 편이었다. 특수학급 설치율, 특수교육대상자 100명당 특수교육담당교원 수, 일반학교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 등은 전반적으로 2010년보다 나아진 편이었다. 하지만 장애인 교원 고용률은 0.87%로 여전히 낮았다. 전북만 유일하게 2%를 넘어섰을 뿐이었다.
한국장애인총연맹은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민주통합당 이상민·최동익 의원과 함께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체단체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장애인 복지와 교육에 쓰고 있지만 재정자립도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하위를 차지한 지역을 보면 대부분 등록장애인 비율이 높거나 저소득장애인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라며 "지자체도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