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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5·16과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5·16과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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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치권과 언론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자신의 역사관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24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친 박정희 시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아버지의 고뇌와 진심은 동감하지만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간의 일관된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쏠린 논란을 일정 부분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은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지만 앞으로는 박 후보가 그간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책임에서 한결 가벼운 행보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대선이 약 3개월 남은 가운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나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역시 자신의 약점을 털어내고 지지율 상승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각자의 행보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후보의 경우 친노 이미지 탈피를 위해 후보 당선 확정 당시 언급했던 '용광로 선대위' 구성에 힘쓰고 있고, 안 후보 역시 연일 지속되는 자신에 대한 포화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신변 정리를 하고 캠프 구성을 이끌며 후발주자로서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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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은 24일 세 대선 후보의 약점과 함께 대선 정국에 대한 향후 전망을 짚어보는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 참여한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인혁당 발언 후 여론 조사에서 박 후보에 대한 평가가 나빠졌다는 반응이 좋아졌다는 반응보다 약 10%p 더 나왔다"며 "(쇄신 행보 등) 계속 상승 곡선을 그려왔던 게 이런 과거사 문제가 논쟁이 되면서 상승세가 멈칫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담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박 후보처럼 상당기간 검증이 된 후보가 한 사건으로 인해서 이런 반응이 10%p 더 나온다는 이야기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지금의 문제를 규정하는 가까운 과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단순히 과거사 인식이 아닌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사 인식 문제가 먹고사는 문제와 별개처럼 보여도 민주주의가 잘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 절차와 내용의 합일의 차원에서 유권자들의 인식에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것.

유권자들에게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 문제였기 때문에 박 후보로서는 24일 기자회견을 긴급하게 열어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도 확장성이 대선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볼 때 중도층의 민심을 잡아야만 했던 것. 정 부소장은 "여기에 측근 비리 문제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여론 조사를 보면 홍사덕 전 의원 건이나 비례대표 공천 비리 문제 때문에 박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비판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박 후보로서는 사과로 큰 숙제를 털었지만 아직 털어야 할 문제가 더 있다는 것.

이 소장은 "역사관 문제나 측근 비리라는 게 결국은 하나로 모인다"며 "쇄신이 과거로 돌아가버려 개혁적 이미지가 없어지고 결국 박 후보도 지금까지의 보수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소장은 "이 사과를 계기로 올해 초 보였던 그런 쇄신의 모습과 개혁의 모습을 다시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과를 계기로 구태로 돌아간 쇄신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박 후보 지지율 상승의 관건인 셈이다. 또한 이 소장은 "다만 당시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노동자가 희생당했다, 공권력의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발언을 했지만 그것은 사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라며 "쌍용차 노동자 문제 등 현재의 문제를 본인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진정성의 시험대"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사과는 잘했지만 그 사과의 진정성, 즉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정도의 의지를 갖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야당, 과도하게 원래 프레임 고수하면 '역풍' 올 것"

문재인 후보에 대한 대담도 이어졌다. 문 후보로서는 어떻게 '친노' 이미지를 벗어나서 통합을 이루고 쇄신을 만들어 낼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는 게 여론의 전망이다.

정 부소장은 "친노 프레임을 함부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유권자들 사이에서 친노, 노무현 추모 열기가 있고, 동시에 과거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화두인 '친노 프레임' 실제 유권자들의 민심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를 차지하지 못하고 다만 노무현 정권의 과오를 얼마나 정확하게 짚어내느냐가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것.

이 소장은 "민주당 개혁이라는 문제를 풀지 않으면 추석 이후 10월 초 여론이 지금의 구도를 반전시킬만한 계기가 없을 것"이라며 "본인이 참여했던 노무현 정부를 조금 야박할 정도로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그런 비장함 속에 국민의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평도 이어졌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네거티브를 넘어서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자는 제안이 무색할 만큼 새누리당을 통해 다양한 포화를 받고 있다. '인물 검증'이라는 이름하에 안 후보에 대한 흔들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새누리당은 연일 안 후보에 대한 집중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고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안 후보로서는 난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소장은 "새누리당과의 불출마 종용 논란에서 폭로 후 어느 정도 정치적으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던 점이 안 후보에 대한 정치적 불안감을 키운 측면이 있다"며 "이슈 자체보다도 그 대응 모습에서 안 후보에게 사람들이 갖고 있는 국정능력,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흔들기가 검증 그 자체보다도 정치초년생인 안 후보에게 정치력을 재는 잣대로 사용되었다는 것.

이 소장은 "흔들기가 먹히든 안 먹히든 판 자체를 혼탁하게 만들어야 투표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그러한 검증은 계속될 것"이라며 "만약 여기에서 민주당이 판을 제대로 끌고 가지 않고 '즐기듯이' 가면 같이 죽는다"고 말했다. 경쟁 상대라고도 할 수 있는 민주당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판을 제대로 이끌지 않고 안 원장의 하락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으려고만 한다면 결국 본선에서 박 후보를 끝내 이길 수 없다는 주장.

마지막으로 박 후보의 사과로 안 후보와 문 후보로서는 당분간 '과녁'을 잃은 셈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그동안 박 후보에 대한 주된 공세 중 하나였던 과거사 문제를 털었으니 당분간은 대응 폭이 줄어든다는 것.

이 소장은 "사과 그 자체는 진정성이 먹혀들 것 같다"며 "만약 다음 단계의 싸움에서 과도하게 원래 프레임을 고수하면서 버티기를 한다면 야당에 역풍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입장에서는 민주당 쇄신이라는 과제를 아직 털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사과를 인정하지 않고 무의미한 공세를 이어가기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많은 상황. 다시 말해 이제 급한 것은 민주당과 문 후보라는 주장이다.

또한 정 부소장은 "이제는 과거사 문제를 넘어서서 자기 개혁의 차원에서 민생에 관심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그:#이털남, #박근혜, #박정희, #이철희, #정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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