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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경상도만 한 크기였던 호수 차드 호는 점점 말라 현재 10분의 1도 채 남지 않을 만큼 줄어들었다. 차드 호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는 '아바카'라는 이름의 어부에게는 어린 아들 '지브릴라'가 있다. '지브릴라'의 꿈은 아버지와 같은 어부다. 그러나 그 꿈은 아마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지브릴라'가 크면 말라버린 호수 대신 물이 있는 곳, 식량을 구할 곳을 찾아 떠날 것이다. 굳이 이런 차드 호의 어부 부자 이야기나 투발루 국민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삶의 방식과 규모를 바꾸는 것이 해답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에너지간사양성 교육생들은 이 시대 에너지 문제의 해답을 찾아 21일 경남 산청에 있는 대안기술센터를 찾았다.

2006년 문을 연 사단법인 대안기술센터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E.F.슈마허의 철학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한 환경보전과 에너지 위기의 대안제시를 추구한다. 센터에서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생태 건축 등을 연구, 시험하고 워크숍을 통해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새로 지어진 강의동, 실습동, 사무실 등 건물은 생태건축을 기본으로 하여 지하로부터 들어오는 바람으로 통풍이 되도록 설계되었고, 햇빛이 드는 남쪽 벽 윗부분은 모두 창을 냈다. 이 외에도 천장 선풍기, 두꺼운 문 등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대안기술센터 강의동 외관
 대안기술센터 강의동 외관
ⓒ 대안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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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2030년까지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원전을 없앤다고 한다. 이동근 대안기술센터 소장은 독일의 환경수도로 잘 알려진 '프라이부르크' 옆의 '보봉'이라는 생태주거단지에 관해 얘기했다. '보봉'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개인 주차장 대신 외곽에 공동 주차장을 두어 도로에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고, 주택 대부분이 패시브하우스나 에너지플러스하우스로 지어져 있다. 그는 교육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보봉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진다. 그곳은 집집마다 냉장고가 없고, 낡은 전축과 작은 텔레비전이 있다. 아버지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낡은 곰 인형을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논다.

마을 사람들이 먹을 만큼의 음식물이 지역의 슈퍼마켓에 다 저장돼 있어 냉장고를 둘 필요가 없고, 지역 전체에 새것을 추구하는 문화가 없다. 이런 구조를 만드는 것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해야 한다. 그런 문화와 분위기를 씨앗처럼 퍼뜨려야 한다."

첫 번째 강연을 맡은 이동근 소장은 말라가고 있는 호수 차드 호와 바다에 잠기고 있는 섬나라 투발루에 관해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 소장은 에너지, 기후변화 문제의 근본이 우리 삶의 방식과 규모에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석유 소비 9위인 한국은 지금껏 경제 성장만을 향해 달려왔다. 사람도 20살까지만 크는 것처럼 어느 정도 성장 후에는 성숙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계속해서 성장만 추구한다. 성장만 계속하면 파멸을 가져온다. 전 세계가 다 그렇다. 우리 미래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미래까지 다 망치게 된다."

그는 우리가 부자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와 가족, 이웃이 더 잘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대안기술센터 소장(좌)과 이영완 사무국장(우)
 이동근 대안기술센터 소장(좌)과 이영완 사무국장(우)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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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우리는 빚을 내서라도 큰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고, 중형차 정도는 타야 친구들 앞에 갈 수 있고, 양문형 냉장고와 대형 텔레비전을 집안에 들여놔야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큰 규모의 삶과 문화, 왜 우리는 큰 것에 열등감을 갖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원전이 없어도 에너지 자급이 가능했지만, 계속 경제적 성장을 하면서 에너지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소를 만들었고 지금도 9기를 더 짓고 있다. 그 와중에 사고가 났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원인이야 어찌 됐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떤다.

후쿠시마에 원래 살던 주민들은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고 묻지만,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더 큰 관심을 두고 되었다. 그러나 이 소장은 재생에너지로 지금 우리가 쓰는 에너지를 다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욕심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 삶은 석유와 원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태양광발전이 가능한 것은 하루 평균 4시간, 1년 중 맑은 날은 100일 정도이다. 반면 원자력발전은 1년 365일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둘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의 삶을 재생에너지가 감당할 수 있는 삶으로 바꿔야 한다."

이어진 워크샵은 '마을별 에너지독립 비전 수립'을 주제로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정책위원이 진행하였다.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재미있는 에너지운동

마을에너지자립을 위한 워크샵 중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정책위원(좌)과 발표 중인 김은경 짜장마을어린이도서관장(우)
 마을에너지자립을 위한 워크샵 중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정책위원(좌)과 발표 중인 김은경 짜장마을어린이도서관장(우)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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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에너지 시나리오는 지금 없다. 그러나 성대골의 절전소운동을 보면 시나리오는 없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있다. 도시에서의 에너지 자립은 농촌보다 어렵다. 동네 에너지 생산량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소비량을 낮추어 자립률을 높인다. 생산이 힘들다면 절약과 효율화를 통해서 자립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에너지자립을 목표로 에너지전환을 추구해야 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므로 100% 자립을 목표하지 않아도 된다. 이 위원은 도시가 가진 한계로 비싼 땅값, 부족한 공간, 낮은 에너지자원, 공동체 붕괴, 낮은 자가주택 보유율, 높은 이주율을 꼽았다. 그리고 "지금은 하나라도 사례를 만들기 위해 달려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지금 바로 우리가 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교육생들을 북돋았다. 이렇게 도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함께 할 공동체를 발굴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공동체를 중심으로 즐겁고 재미있는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해 설명하며 "기후변화와 에너지문제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지역과 주민 소통, 이로 하여금 비전을 끌어내고 정책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생들이 앞으로 '촉진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필요한 건 재미'임을 강조했다. 교육 이후 마을별 모임으로 가진 워크숍에서는 대전시의 에너지 문제가 무엇인지 논의하고 자신들이 사는 마을 안에서의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며 에너지자립을 위한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이날 마을에너지 자립을 위한 워크숍을 통해 '전기를 500kw 이상 사용하는 가정에 강제로 에너지 교육을 듣게 하자'나 '시의 사업비를 에너지 절약 인프라 구축에 이용하도록 하자' 등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10W 태양광발전기를 조립하고 있는 마을에너지간사양성 교육생들
 10W 태양광발전기를 조립하고 있는 마을에너지간사양성 교육생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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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녹색연합의 에너지간사양성 교육생들은 이동근 소장과 이영완 사무국장의 지도로 전기에 대한 기본 이론과 원리를 배워본 후 직접 태양열조리기를 만들어보고 10W 태양광발전기를 조립해보는 실습을 했다.

만든 태양열조리기와 태양광발전기는 각 마을의 행사 때 고구마를 구워먹는 데 활용하거나 아이들 대상의 에너지 교육을 기획하고 실습할 때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로써 모든 교육을 수료한 예비 간사들은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교육 일정에 지치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배운 만큼 즐겁고 내실 있는 운동을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 에너지 운동을 하면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모여 회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에 이유진 위원은 "짧은 시간 동안 수행한 워크숍에서 좋은 활동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수료생들은 앞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마을별 에너지 운동을 고민하고 세부계획을 추진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태그:#대전충남녹색연합, #에너지간사, #대안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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