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과 유신독재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을 두고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의견이 갈렸다. 이해찬 대표는 "진정성이 있다"고 봤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 DMC 타워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이 대표는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정치하는 거라고 했던 박근혜 후보가 5·16과 유신 문제에 대해 헌법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걸 인정했다"며 "그 분의 사과를 보고 진정성이 있다고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야 나라가 발전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설사 박 후보가 진정성을 담아 사과한 게 아니더라도 진정성이 있다고 받아들이기로 한 데에는 "아니라고 하면 진정성이 없는 쪽으로 흘러 갈 거 같다"는 이유가 깔려 있었다. 이 대표는 "박 후보가 태도를 바꾸게 된 것은 국민 여론 때문"이라며 "그런 전환된 인식을 가지고 왜곡된 현대사를 고쳐가야 한다, 유신 때 이뤄진 장준하 선생 타살·김대중 대통령의 동경 납치·정수장학회·영남대 문제 등을 바로 잡을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하루 전 박 후보가 제안한 대국민통합위원회에 대해 "위원회가 만들어져 이런 문제들이 다뤄지면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역사를 바로 잡을 기회가 생긴다"라며 "박 후보의 진정성을 높이 살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을 부여해 그 방향으로 계속 전진하도록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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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부산시당에서 열린 대통령선거대책위 출범식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말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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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 후보는 험난한 과거사를 프롬프터 놓고 몇 분 읽고서 (사과를) 다 끝냈다고 한다"며 "진정성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단 하루라도 그 분(인혁당 사건 유가족 등)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가져야지 오후에 말춤 추고 다니면 국민이 이해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박 후보가 진정성을 보인다면 정청래 의원이 제안한 유신헌법 무효 결의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며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 규명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입모아 "자식으로서 부모 과오 지적... 어려운 일"

한편, 새누리당의 반응은 하나로 모였다. 박근혜 후보 공보단장인 이정현 의원은 박 후보의 사과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에 "타이밍보다는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하느냐 부분이 중요했다"며 "자식으로서 공개적으로 부모의 과오를 지적하는 어려운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그는 '박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 때문'이라는 김재원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IMF 때 나라가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자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해서 정치권에 뛰어든 것"이라며 "김재원 그 분이 뭐라고 했건 그냥 잘 모르는 한 의원의 말  정도로 했으면 좋겠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부친의 과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것이 인간적으로는 쉽지 않았을 텐데 진솔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박 후보의 진정성을 높이 샀다.

같은 날 오전 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한 그는 "박 후보는 표를 얻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말을 하거나 그런 적이 없다"며 "국민들이 이번 사과가 진심이 담겨 있다고 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 때문에 사과한 거 아니냐는 지적에 "지지율 때문이라면 이렇게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초반에 하셨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