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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곡산 기암절벽에 찰싹 붙어있는 "악어" 한마리가 있습니다.
불곡산 기암절벽에 찰싹 붙어있는 "악어" 한마리가 있습니다. ⓒ 윤도균

▲ 불곡산 우정 산행 40여년 지긴 군대생활 전우와 동생들과 함께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불곡산 산행을 하며 찍은 사진과 동영상에 담아 기사로 소개를 합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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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지기 전우애 우정 다시 새기며 오른 양주의 진산 불곡산

지난 9월 9일 금학산에 다녀오고 한 주 산행을 쉬었기에 이번 주엔 가볍게 산행을 다녀와야 겠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41년 지기 전우'로부터 전화가 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대화를 하다 '만난 지도 꽤 됐는데 혹시 이번 주 시간대면 산행 함께하면 안 될까'라고 물으니 친구가 흔쾌히 승낙한다.

친구와 난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1년, 군대에서 만난 '전우'사이다. '전우'라 해서 우리가 전쟁터에서 화랑 담배를 나눠 피지는 않았지만,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일 때 서부전선 38선 지역을 지키는 군대 생활에서 만난 사이라 우린 더욱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었다. 친구와 나는 나이가 4~5살 정도 차이가 있다.

이는 내가 한국전쟁으로 7살 때 피난을 가 불타버린 호적 정리를 할 때 어른들께서 내 나이를 몇 살이나 줄여 신고하신 까닭이다. 군대에 늦게 가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러다 보니 현역 시절이나 지금이나 친구는 언제나 늘 변함없이 '41년 지기 전우'인 날 보고 '형님'이라 부른다. 그런 친구와 오랜만에 산행하게 되었으니 이번 산행은 마치 '천군만마'의 지원군을 얻은 것처럼 든든하다.  

그럼 어느 산을 갈까? 친구와 의논하다 대중교통 지하철을 편안하게 이용해 손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불곡산' 어떠냐 물으니 친구도 불곡산은 아직 안 가봤다고 해 두말 더 할 필요도 없이 불곡산으로 산행지를 정하게 됐다. 내친김에 지난 번 금학산 산행을 함께했던 두 동생에게 연락하니 두 동생도 흔쾌히 산행에 동참하겠단다.

그렇게 시작된 불곡산 산행은 인천에서, 군포에서, 분당에서, 강남에서, 각자 전철을 이용해 양주역에서 오전 9시 20분에 만나 양주시청까지 도보로 가게 됐다. 가을을 상징하는 '코스모스'가 곱게 피어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추는 풍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 옛날 고향집 주위에 코스모스를 심어 가을이면 많은 사람이 코스모스에 에워싸인 우리 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던 게 생각난다.

 부부는 하나 '바늘 가면 실도 가야지' 힘내세요!
부부는 하나 '바늘 가면 실도 가야지' 힘내세요! ⓒ 윤도균

 불곡산 상봉 오름길에 만난 펭퀸바위를 배경으로 기자도 기념사진을 찍고 갑니다.
불곡산 상봉 오름길에 만난 펭퀸바위를 배경으로 기자도 기념사진을 찍고 갑니다. ⓒ 윤도균

불곡산 유래

불곡산은 양주시청 뒤편에 우뚝 솟은 산으로 (일명 불국산)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대동여지도에선 '양주의 진산'이라 불릴 정도고 '해동지도'(1760), '대동여지도'(1861) 에는 불곡산(佛谷山)으로 표기되었고 '양 주목지도'(1872)에는 불국산(佛國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불곡산엔 회양목이 많아 겨울철이면 빨갛게 물들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국립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나라 국(國)자를 사용해 '불국산(佛國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불곡산은 북쪽으로 이어지는 도락산과 더불어 둥글게 자리 잡은 양주분 지의 중심부에 해당해 남쪽의 의정부 일대와 동쪽의 3번 국도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보루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런 지형적 여건 때문에 고구려는 불곡산 능선을 따라 9개의 보루 성을 쌓았다. 보루 성은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곳에 돌로 쌓은 작은 산성. 불국산에는 9보루까지 안내표지가 있는데 주봉인 상봉(470.7m)이 6보루, 상투 봉(430.1m)이 7보루, 임꺽정 봉(445m)이 8보루이다.

또한, 불곡산엔 조선시대 의적(義賊) 임꺽정이 태어나 활동하던 청석골과 '임꺽정봉'이 있다. 임꺽정봉, 상투봉, 주봉인 상봉은 암봉으로 기암 절경을 이룬 암릉구간이 되어 상당히 주의를 요구하는 등산로였는데 2009년 양주시가 등산로를 일제 정비하며 위험구간에는 데크 계단과 밧줄 안전난간을 설치하여 많은 등산 인파가 즐겨 찾는 산이 되었다.(<한국의 산하> 참조)

 불곡산에서 만난 생주바위 (일명 마우스바위) 모습입니다.
불곡산에서 만난 생주바위 (일명 마우스바위) 모습입니다. ⓒ 윤도균

 상투봉 오름길에 만난 "고릴라" 바위
상투봉 오름길에 만난 "고릴라" 바위 ⓒ 윤도균

불곡산 고도는 낮지만, 기암 절경은 태산 못지않아

불곡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양주역에서 양주시청까지 이어지는 인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도보를 15분 정도 걸으면 양주시청 후문으로 들어서면 곧바로 불곡산 등산로다. 우리는 이곳 들머리에서(오전 9시 30분께) 산행을 시작해 여러 개의 보루를 지나 상봉(470.7m)을 오르는 데크 계단을 이용해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몸도 풀 겸 가파른 암릉. 그곳에서 영락없는 벵퀸을 닮은 바위를 만났다. 이를 본 나와 일행들은 신기해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간다.

이어 다시 가파르게 고도를 높인 암릉지대에 설치된 밧줄 사다리 계단 길을 힘들게 올랐다. 겨우 여섯 명정도 올라설 수 있는 상봉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고 다시 상봉에서 이어지는 데크목 고무판 계단길도 지났다. 아슬아슬한 암릉길을 조심히 지나 상봉 0.2km 'ㅜ' 상투 봉 0.1km 이정표 안부를 지나 또다시 가파르게 이어지는 깔딱 고개 봉우리에 올랐다. 이때 시각이 오전 11시 50분.

이날 불곡산 산행 중 가장 하이라이트 코스라 할 수 있는 상투봉-암릉 구릉지대를 지나며 건너편 임꺽정봉을 가려고 급강하는 암릉지대를 오르내렸다. 일명 생쥐 바위를 지나자 다시 아슬아슬 암릉 지대로 뚝 떨어져 내린다. 임꺽정봉 오르는 깔딱고개 암릉 구간의 대교 아파트 쪽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등산객과 반대로 우리처럼 양주시청에서 시작해 상투봉 타고 오르는 등산객이 하필이면 아슬아슬 암릉지대에서 교차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그렇게 힘들게 암릉지대를 통과하고 난 선두에서 임꺽정봉을 오르는데 뒤 따르던 동생들이 슬그머니 그늘에 주저앉더니 "이젠 죽어도 힘들어 못 가겠다"고 한다. 앞서가는 나에게 도로 내려와 점심을 먹고 가자고 옴짝달싹도 않는 것을 5분만 더 오르면 임꺽정봉이니 힘들어도 이왕이면 거기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그러더니 동생들도 마지못해 다시 일어서 임꺽정봉을 오르는데 이번엔 마치 '고릴라'를 똑 닮은 바위가 힘든 일행들을 반기며 용기를 북돋아 준다.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곧바로 임꺽정봉(449.5m)에 올라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격으로 그늘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불곡산 산행 시작 3시간만에 널널 산행으로 오른 "임꺽정봉" 정상입니다.
불곡산 산행 시작 3시간만에 널널 산행으로 오른 "임꺽정봉" 정상입니다. ⓒ 윤도균

 불곡산 산행중 상투봉 지나 이날 산행에 참가한 동생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
불곡산 산행중 상투봉 지나 이날 산행에 참가한 동생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 ⓒ 윤도균

임꺽정봉에서의 점심은 이 세상 그 어떤 만찬보다 더 훌륭해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임꺽정봉에서 사방팔방 확 트인 일대 조망을 하는데 흙 한 줌 없는 바위에 뿌리내려 생존하며 마치 분재처럼 아름다운 노송과 주변 어우러진 불곡산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서둘러 조망을 마치고 우리는 가파르게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는데 슬랩 암릉지대에 설치한 데크 계단길을 한참을 내려가 전망대에서 조망을 마치고 다시 불곡산 제일의 명소 '악어 바위'를 보려고 상투봉까지 되돌아 올랐다. 악어 바위 능선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그런데 이곳 악어 바위 능선에는 악어 바위 말고도 '공깃돌 바위, 코끼리 바위, 복주머니 바위'도 있는데 이 바위들이 기암 절경 암릉지대 요소요소에 마치 사람이 일부러 만들어 놓은 예술작품처럼 자리 잡고 그 자태를 뽐내는 모습도 장관이지만, 뭐니뭐니해도 불곡산 산행을 하며 악어 바위를 보지 못했으면 그것은 불곡산 산행의 진수를 뺀 산행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을 정도다.

'악어 바위'는 마치 살아있는 악어 실물을 보는 것처럼 생동감을 느낄 정도. 그 '악어 바위'가 수직으로 깎아질러 우뚝 솟은 바위에 찰싹 붙어 그 자태를 뽐내는데 아쉬운 것은 이곳이 위험한 암릉 지대가 돼 밧줄이 매여 있긴 하지만 조심조심 내려서 악어 바위 구경을 했다. 그리고 다시 올라 우회 길로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릿지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악어 바위를 끼고 암벽을 에돌아 내령로 수 있어 제대로 바위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악어바위 능선으로 하산길에 만난 "공기돌" 바위를 41년지기 전우가 들어 올려 보지만 옴짝 달싹도 하지 않네요 친구야 이제 그만혀 괜히 코피나지 말고 참어라 참어 ㅎㅎㅎ
악어바위 능선으로 하산길에 만난 "공기돌" 바위를 41년지기 전우가 들어 올려 보지만 옴짝 달싹도 하지 않네요 친구야 이제 그만혀 괜히 코피나지 말고 참어라 참어 ㅎㅎㅎ ⓒ 윤도균

 악어바위 능선으로 하산길에 만난 "코끼리" 바위 입니다.
악어바위 능선으로 하산길에 만난 "코끼리" 바위 입니다. ⓒ 윤도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았을까

우리도 붐비는 인파를 피해 잠시 불곡산 명물 악어 바위를 확인하고 두 동생은 다시 내려왔던 길을 도로 올라 우회를 했다. 나와 군대 전우는 아슬아슬 암릉구간을 조심조심 더듬어 릿지로 악어 바위를 통과하고 잠시 널따란 바위 위에 휴식을 취하며 우회한 동생들을 기다린다. 유양공단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이날 불곡산 산행을 마친다.

그리고 큰길로 버스를 타려고 공단을 내려오는데, 어디서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가 목에 방울을 달고 나를 보더니 반갑게 달려와 몸을 비벼대며 재롱을 부린다. 그 바람에 이 아이를 한참이나 쓰다듬어 주다 '잘 있어라' 인사를 하고 내려왔다. 이 고양이가 철부지여서 그런지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아스팔트 도로에 누워 있더라. 그때 승용차 한 대가 그 길로 지나갔는데, 그 아이는 괜찮은지 걱정이 태산 같다.

 불곡산 악어바위 지나 마지막으로 모습을 자랑하는 "복 주머니" 바위 모습입니다.
불곡산 악어바위 지나 마지막으로 모습을 자랑하는 "복 주머니" 바위 모습입니다. ⓒ 윤도균



#불곡산#악어바위#복주머니바위#공깃돌바위#고릴라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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